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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천왕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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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곳은,
영신봉이 멀지 않은,
바위 절벽에 서있는데...
구름은,
바람을 타고서,
매서울 속도로 몰아치고...
절벽에 있는 나무들은,
단단한 바위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들이 사정없이 휘청거리고...
암튼,
구름도 모자라서,
바람까지 거세게 부는 상황에서,
홀로 꿎꿎하게 세석 대피소로 갑니다.
영신봉을 지나는데,
철쭉들이 꽃망울을 이제야 터트리려 하고...
5월 말에 온다면,
제대로 된 철쭉을 볼 수 있을지도...
어째튼,
나는 꽃을 보지 못한 채,
세석 평전에 있는 털진달래를 만나러 가는데...
드디어,
세석에 도착했지만,
여기도 예상대로 안개만 자욱하고...
행여 하는 마음에,
배낭도 벗지 않고서,
털진달래를 만나러 가는데...
산객도 많지 않고,
대피소도 조용한 것이,
느낌이 쌔~~~~~~애 하고...
역시나,
넓은 세석 평전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고...
산진달래를 비롯하여,
털진달래도 있어야 하지만,
산속은 구름만 가득할 뿐이고...
올해는 없으니,
내년을 기약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포기했네요!!!
일단,
세석 대피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피로가 쌓인 발을 위하여,
새 양말로 갈아 신기 전에,
30분 남짓 일광욕을(??)...
덕분에,
여기저기 사진도 보내고,
지리산에 왔다고 자랑도 했네요. ㅎㅎ
지친 몸을,
잠시나마 쉬면서,
피로를 덜어냈습니다.
원래 계획은,
세석에서 진달래를 즐기고,
간단하게 요기라도 할 참이었으나...
눈에 뵈는 것도 없고,
세석 늪에 꽃이 있을까 봐,
그냥 촛대봉 방향으로...
역시,
내 예상이 틀리지는 않았으나...
털진달래는,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 하나씩...
그마저도,
찬바람에 시달려서,
모두가 시들어 버렸고...
세석에 있는,
조그만 늪지에는,
이런저런 야생화가 한가득 피었고...
노란색 꽃은,
동의나물의 꽃이고,
흰색은,
왜갓냉이라고 한다고...
내 계획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꽃들인데,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더구나,
늪 주변에는,
곰취들도 함께 자라고 있는데...
보는 눈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연한 곰취 잎은 눈으로만 요기를 했고...
진달래도 없고,
철쭉도 없는 세석에서,
활짝 핀 야생화가 대신 반겨주니,
이 또한 즐거움이었고!!!
촛대봉 아래에는,
조그만 철쭉 군락이 있는데...
여기는,
꽃은 고사하고,
아직 꽃망울도 터트리지 못했고...
암튼,
다른 산객에게는,
큰 즐거움을 주길 바라면서,
나는 쓸쓸하게 걸음을 옮겼고...
촛대봉 정상은,
세석 평전을 비롯하여,
천왕봉까지 한눈에 즐길 수 있는데...
그리고,
내 기억 속에는,
멋진 일몰을 감상했던 추억도...
그러나,
이번에는,
구름과 바람이라는 멋진(??) 선물을... ㅠ.ㅠ
지리산은,
연하선경이 제일 멋진 곳이라 하고,
연하봉 주변으로 구름과 안개가 어우러져,
신선이 노는 장소라고 하는데...
신선은 없고,
구름과 안개는 엄청 많고,
주변은 음침한 기운만...
그래서,
연하선경으로 눈요기를 하려고 했지만,
조그만 쵸코과자 3개로 점심을 대신했고...
이 소나무를 지나면,
연하선경의 시작인데...
촉촉하게 젖은,
등산로를 따라서,
신선이 살고 있는 안갯속으로...
과연,
신선이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신선은 없고,
오래된 구상나무만 덩그러니!!!
어쩌면,
산에 사는 신선이,
소나무로 변했을 지도...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안개뿐인 연하선경을 걸어가는데...
어라,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네요!!!
그리고,
밀려드는 구름이,
차츰 잦아들면서 산아래 마을도 보이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동을 했던지!!!
더구나,
연하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색다른 묘미를 전해주고...
이래서,
여기에 신선이 살고,
모두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장소라,
지리산 최고의 명소라 칭하나 봅니다.
암튼,
장님이 눈을 뜬다는 표현이,
이런 의미일지도... ㅎㅎ
조금 전에도,
신선 두 분이 날 반겨주었고...
여기에 계신 신선도,
어서 오라면 극진한 대접을...
대접이라 해야,
물 한 모금 없고,
먹을 쌀 한 톨도 없지만,
구름만 치워줘도 최고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고!!! ㅎㅎ
연하선경의 종착점인,
장터목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연하 선경을 즐기지 않고,
여기까지 서둘러 온 이유는,
나름 치밀한 계획이 있어서 왔지만...
나의 계획은,
처참하게 망가졌고..
계획을 설명할 틈도 없이,
부리나케 제석봉을 올라가는데...
제석봉 가는 길은,
얼마나 경사가 급하던지,
힘들어 죽는 줄 알았고...
암튼,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쉬지 않고 제석봉으로...
이런,
내 계획은,
한방에 수포로 돌아갔네요!! ㅠ.ㅠ
이럴줄 알았으면,
연하선경을 즐기면서,
천천히 올라올껄... ㅠ.ㅠ
암튼,
구름 없는 천왕봉을 상상하며,
미친 듯이 올라왔건만...
실의에 빠져,
잠시 허탈해하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오더니,
한바탕 폭풍우가 지났나 싶더니,
다시 구름은 점차 개고...
잠시 접었던,
내 상각을 고쳐먹고서,
다시 부지런히 전왕봉으로...
상당히 가파른 계단도,
뒤돌아 보지 않고서,
성큼성큼 올랐습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다시 안개와 전쟁을 해야 하므로,
최대한 서둘어 올라가는데...
체력도 많이 떨어졌는데,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르고,
심장을 터질 듯했고...
통천문을 지나면,
정상까지는 지척임으로,
부푼 희망을 안고서,
다름 질 치듯이 올라갑니다.
이때라도,
조금 여유를 부리면서,
주변을 돌아보았어야 했는데...
왜냐하면,
구름이 있어도 천왕봉이고,
구름이 없다고 해도 천왕봉일 뿐이었으므로...
200미터도 남지 않았는데,
구름은 점차 짙어만 가고...
더욱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네발로 기다시피 올라가지만...
안개는,
더 이상 물러날 기미가 없고...
정상에 왔는데,
자욱한 안개로 인해,
모든 걸 포기하려 하는데...
조그만 털진달래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전왕봉을 즐기라고 합니다.
오늘은 안개지만,
내일은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온다고 하니,
오늘 이분위기를 편히 즐기라고 합니다.
정상에 왔건만,
날 반기는 것은,
맑은 날씨가 아니라,
우중충한 안개뿐이고...
더욱이,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만 공중을 맴돌고...
암튼,
안개가 몰려들기 전에,
정상에 도착할 욕심으로,
무작정 달려왔는데...
이것도 산행임으로,
정상석에서 인증을...
'지리산 천왕봉',
높이는 1915미터...
그런데,
성삼재가 1100미터임으로,
고작 815미터 오르고서 이 난리를... ㅎㅎ
십여분 머물렀지만,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어서,
다란 산객을 따라 하산을...
그런데,
정상까지 오면서,
너무 무리를 해서 그런지,
다리에 통증이 심해지고...
나는 바보라서,
자기 욕심만 채우려다가,
몸만 망가트리고 말았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서 내려가는데,
나는 걷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내려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나오면,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쉬면서 내려왔고...
참고로,
이 진달래도,
털진달래로 추정이 되며,
조만간 설악산 귀때귀청에서 제대로 즐겨보기로... ㅎㅎ
중산리 코스는,
1915에서 출발해서,
약 600미터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는 거리가 짧다 보니,
계단의 경사도는 엄청나네요!!!
여길,
쩔뚝거리며 내려가려니,
죽을 맛이었고...
여기도,
철쭉은 아직인데...
다리를 쉬게 하려고,
사진 찍는 척하면서,
짬을 내어 쉬었고...
참고로,
지정도 상황이라면,
5월 18일경에 다시 온다면,
철쭉은 만개해 있을 듯...
여기는,
개선문이라고 하는데...
개선문은,
사람이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다고 하는데...
그럼,
이 바위도,
사람이 인위적으로 깎아서 만들었나??
고도가,
약 1400미터쯤 내려오니,
비로소 주변을 조망할 정도가 되고...
즉,
1500미터 이상 되는 장소는,
아직도 구름이 가득하다는 말인데...
암튼,
구름을 벗어나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니,
세상이 너무 밝아서 좋았고...
한 시간 가까이 내려와도,
아직도 급경사는 계속되는데...
멀리 보이는 산 능선에는,
아직도 구름이 가득한걸 보니,
산이 높기는 하네요!!!
암튼,
머지않아서,
대피소를 지나면 산행도 마무리 되는데...
오믈 산행이,
이런 분위기였다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을 텐데...
이 떠한,
내 복이려니 생각하면서,
입맛만 다셨고...
참고로,
중산리에서 전왕봉도 5Km이고,
오색에서 대청봉도 5Km인데,
지리산의 경우 지루함은 훨씬 덜했고...
드디어,
급경사 구간을 지나,
법계사에 도착했고...
절 입구에는,
샘물도 있고 로타리 대피소도 있어서,
잠시 쉬려고 하는데...
일주문 한켠에,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한다고,
누군가 난 화분을 들고 왔네요. (대박)
쉬려고,
대피소를 찾아왔더니,
이런 난장판이...
이런 산속까지,
저런 물건을 어떻게 가지고 왔을지...
요즘 세상은,
못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네요!!!
천왕봉은,
아직도 구름이 가득하고...
저곳에서,
내려왔다는 사실이,
스스로 대견하기만... ㅎㅎ
암튼,
이제는,
구름 없는 세상을 향해서,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보는데...
칼바위 정상을 지나서,
20분 이상 내려가는데...
칼바위는 보이질 않고,
초록 세상이 펼쳐지고...
더구나,
등산로는,
너무 잘 되어 있어,
걷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고...
산을 다 내려왔는데,
뾰족한 바위가 있어 살펴보니,
이것이 칼바위라고...
내가 자주 찾는 삼성산 칼바위도,
이보다 10배는 뾰족한데...
지리산의 이름값이 있는데,
이것을 칼바위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당황스럽고...
드디어,
모든 산행을 마치고,
이제는 술집으로 가면 됩니다.
집에 가는 버스는,
아직도 2시간이나 남았는데,
할 것이 마땅치 않아서 조금은 고민이...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혼자 2시간 동안 먹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고...
그래서,
중산리에서 주차장까지,
2Km 남짓 걸어서 내려가기로...
계곡 주변으로,
오솔길을 만들어 놨다고 하여,
호기심에 내려가 보는데...
커다란 참나무에는,
다람쥐가 두 마리나 있고...
계곡에 있는,
넓은 바위는,
사람들이 편히 쉬라고 이렇게 만들었고...
봄가을에는,
돗자리 깔고서,
여유롭게 계곡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암튼,
요즘 지자체는,
이런저런 시설을 정말 많이 만들고 있고...
냇가에 있는,
조그만 함박꽃나무에,
순백의 함박꽃이 피었고...
참고로,
산 정상은 아직 초봄이었는데,
중산리 계곡은 초여름을 향해가고...
어째튼,
편한 길을 따라서,
산들산들 걸어 봅니다.
하루 전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아님 원래 수량이 많은지 모르지만...
계곡에는,
물이 엄청 많이 흐르고 있고...
땀이 많이 흘렀는데,
시원한 물소리 들으면서,
한들한들 걷다 보니 금세 시원한 느낌이... ㅎㅎ
냇가에는,
조그만 뽕나무에,
오디가 엄청 달렸고...
이달 말쯤이면,
검게 익은 오디를,
원업이 딸 수 있을 듯...
이걸 보니,
6월이 되면,
호명산을 찾아가서 오디 따는 산행을... ㅎㅎ
이런 데크 길은,
2Km 가까이 이어지는데...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주변에 논밭을 지나다 보면,
의도치 않는 고향의 향기(??)가... ㅋㅋ
하지만,
대부분의 공간은,
대나무 숲도 있고,
길도 편하게 되어 있었고!!!
여기가 폭포라고 하여,
일부러 계곡을 찾아갔는데,
폭포라 하기에는 애매했고...
참고로,
'구시소', '활량소', '실소', 등등,
특이한 이름의 소들이 많이 있었는데...
소의 이름 중에서,
웃음이 나온다고 '실소'이고,
한량들이 놀던 곳이라 '활량소'라 한다고... ㅋㅋ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늘은,
점점 맑아지더니,
이제는 너무 청량한 모습으로...
내 복이 없으니,
산행 중에는 먹구름이고,
산행이 마무리되니 솜사탕인 듯...
버스에 타려 하는데,
삼십 분 남짓 시간이 남는데...
엄청 배가 고픈데,
산채비빔밥이 15,000원이라고 하여,
편의점에서 새우깡에 소주를...
모처럼 즐긴 깡소주는,
소싯적 추억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하루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주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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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내 의지와 관계없고...
산도,
내가 어찌할 방법이 없고...
시간도,
내가 바꿀 능력이 없고...
결국,
내가 나를 칭찬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참고로,
이동거리 : 34Km
운동시간 : 11시간
누적고도 : 1900미터
소모열량 : 3100칼로리
약 68,000보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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