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滿月), 추석 보름달(仲秋月)>
예로부터 보름달을 만월(滿月)∙영월(盈月)∙망월(望日)∙옥륜(玉輪)∙옥반(玉盤)이라고 부르고, 추석 보름달은 중추월(仲秋月,中秋月), 가배월(嘉俳月) 등으로 불린다. 올해 2016년 추석 보름달은 약간 덜 찬 보름달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타원궤도로 공전하기 때문에 음력 일자와 약간의 차이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추석 이틀 뒤인 17일 새벽 4시5분께 서쪽 하늘에서 추석 연휴 보름달 가운데 가장 큰 둥근달을 볼 수 있다”고 기상청이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보름달과 관련 있는 세시풍속은 정월 대보름과 추석에 있었다.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과, 추석 음력 8월 15일에는 보름달이 뜨는 것을 보면서 소원을 빌거나 흥겹게 노는 달맞이를 했다.
송나라 소식(蘇軾 1036~1101)은 그의 시에서 “설봉의 이지러진 곳에 빙륜(氷輪)이 오른다.[雪峯缺處上氷輪]”하여 달을 얼음바퀴(氷輪)로 표현하였고, 조선전기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은 <정해년 중추에[丁亥中秋]>라는 시(詩)에서 "맑은 달빛이 다른 밤보다 더 밝구려(淸光勝別宵)"라고 해서 8월 추석의 보름달이 일 년 중에 가장 밝다고 했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한유(韓愈)도 <팔월십오야시(八月十五夜詩)>에서 “일 년 중 달이 오늘 밤에 가장 밝다오(一年明月今宵多)”라고 읊었다.
달의 별칭인 금개구리[金蛙]는 상고 시대 후예(后羿)의 아내인 항아(姮娥)가 서왕모(西王母)의 선약(仙藥)을 훔쳐가지고 월궁(月宮)에 달아나 두꺼비[蟾蜍]가 되었다는 전설에 의하여 달을 섬여(蟾蜍)ㆍ항아ㆍ금섬(金蟾)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것이다. 예로부터 시와 소설에서 그녀의 아름다움은 찬양의 대상이 되었다. 매년 음력 8월 15일 중추절이면 중국인들은 항아를 기리는데, 보름달이 뜨면 중국인들은 월병을 먹기도 하고 친구와 이웃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달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 선조에게 그리움과 찬양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맑은 하늘에 뜬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했으며 그리운 이를 떠올리기도 했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 달의 인력으로 조수간만의 차이를 만들고 생물의 여러 주기성을 확보해 오늘날 인류의 등장까지 가장 큰 공헌을 한 조력자(助力者) 중에 하나이다. 여러 동물의 임신 주기나 식물의 생화학적 특징은 모두 달의 인력에 의한 것이고, 또한 지구에서 달로 인한 조수(潮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생물의 진화는 중단되고 말았을 것이다. 달은 우리 인류에게 “원초적인 생명의 조력주(助力主)로써 인간 내면의 심연(心淵)에 남아 있는 모태(母胎)였다.”
1) 보름달[滿月] / 김집(金集 1574~1656)
消長循環莫恨遲 차고 기울고 도는 것 더디다고 한탄 말게
從來天道貴盈虧 하늘의 도는 원래부터 차고 기우는
若使圓精長不缺 저 달이 만약에 변함없이 늘 둥글다면
世間耽賞豈如斯 세상에서 누가 그렇게 열심히 봐줄까
2) 중추절 달밤에 경포대에 홀로 올라[仲秋月夜 獨登鏡浦臺] / 송환기(宋煥箕 1728∼1807)
海濶湖如鏡 넓은 바다에 호수는 거울 같아
臨臺一望賖 경포대에서 아득히 바라본다.
名區佳節至 이름난 땅에서 좋은 명절인 오늘
淸興此宵多 맑은 흥취 이 밤이 가장 좋아라.
有月誰同賞 달이 있어도 누구와 함께 감상하랴
無風也自波 바람이 없어도 저절로 파도치누나.
明朝鳥巖畔 내일 아침에 조암(鳥巖) 물가로 가서
正好汎舟過 배를 띄워 지나가기 딱 좋겠네.
◯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점차 이지러진다(日月盈昃)”는 말이 있듯, 여러 어려운 사정으로 인하여 달을 보며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고, 달을 보며 하소연을 하고 싶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이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 세상도 달의 순환처럼 고통과 슬픔이 있으면 즐거움과 기쁨이 다시 오는 것이다. “모든 세상사는 음양(자연의 순환)의 조화로움에서 기인함을 잊지 말아야한다.”
3) 중추월(中秋月) 2수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端正中秋月 단정히 비춰주는 저 한가위 달
姸姸掛碧天 곱게 곱게 창공에 걸려 있구나
淸光千里共 맑은 빛은 똑같다오 천 리 밖에도
寒影十分圓 찬 그림자 둥글대로 다 둥글었소
賞玩唯今夜 탐스러운 구경도 이 밤뿐이야
看遊復隔年 보려면 다시 한 해가 걸린다네
乾坤銀一色 천지가 하나같이 하얀 은색
常恐落西邊 혹시나 저 서산에 떨어질까 봐
中秋雲路淨 한가위라 구름길 깨끗이 열려
皎皎一輪圓 둥근 바퀴달 희기도 희네
逸興只輸筆 흥겨우면 붓대에 바칠 뿐이라
耽看不用錢 탐내봤자 한 푼도 들지 않는걸
穿簾光瑣碎 발 뚫은 빛 문득 부수어지고
入戶影姸娟 창에 들면 그림자 곱고 곱구나
遮莫須臾玩 보고보고 다시 또 보고지고
今宵隔一年 일 년이 지나야만 이 밤 아닌가
4) 한가위 보름달[中秋月] / 장유(張維 1587-1638)
今夜中秋月 오늘 밤 바라보는 팔월 보름달
高開萬里雲 만 리 구름 헤치고 두둥실 높이 솟았도다
遙空添爽氣 먼 하늘 삽상한 기운 뻗쳐 나가고
列宿掩繁文 별들도 현란한 빛 감추었어라
蟾兎初誰見 당초에 그 누가 섬토를 보았던가
山河乍可分 산하대지 나뉠 만큼 낮처럼 맑은 것을
茅齋看不厭 초가에서 아무리 봐도 싫증은커녕
凉影坐紛紜 서늘 바람에 달 그림자 어지러이 일렁이네
[주] 섬토(蟾兎) : 달 속에 있다고 하는 금두꺼비와 옥토끼로서, 달 표면에 보이는 검은 반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5) 보름달[滿月] / 이산해(李山海 1539∼1609)
蓬萊宮闕隔雲煙 봉래의 궁궐이 멀리 운연에 가로막혀
千里孤臣淚眼穿 천리 밖 외로운 신하 눈물이 흥건하네
夜夜多情東海月 밤마다 다정히 뜨는 동해의 저 달은
淸光應照美人邊 맑은 빛을 응당 님 계신 곳에도 비추리
6) 중추 보름달[仲秋月] / 구용(具容 1569∼1601)
午夜飛明鏡 한밤중 둥근달이 밝은 거울 속에 비치고
江山畫不如 강산(江山)이 그림처럼 예쁘구나.
虫聲四壁靜 벌레 소리도 사방 벽에서 고요하고
人語一堂虗 사람 말소리도 텅 빈 집과 같구나.
世亂覊栖苦 세상이 어지러우니 나그네 살기가 괴로운데
秋高木葉踈 가을 하늘은 높고 나뭇잎도 드문드문하네.
天時與人事 천시로 보나 인사로 보나 그저 막막할 뿐
草草更愁余 다시 남은 근심에 초초해지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