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빌라이 칸
꿈 속의 환상. 단편(斷片)
ㅡ콜리지
쿠빌라이 칸은 상도(上都) 땅에
웅장한 환락의 궁전을 지으라고 명령하였다.
거기에는 거룩한 강 알프가
측량할 수 없는 깊은 동굴을 통하여
캄캄한 지하 바다로 흘러 가고 있었다.
너비 10 마일 사방에 이르는 기름진 땅에는
성벽과 탑이 띠처럼 에워싸고 있었다.
굽이치는 물결에 비쳐 반짝이는 정원에는
과일을 열매 맺는 나무들이 꽃피어 있었다.
숲은 언덕만큼이나 오래었고
또한 양지바른 녹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오오! 삼나무 숲을 가로질러 녹색 언덕을
비스듬히 가른 신비로운 대지의 균열이여!
황량하여라! 창백한 달빛 아래
요괴인 애인을 그리워하여
울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대지가 가쁜 숨을 쉬며 헐떡이듯이
틈새로부터 잇따라 소란스럽게 용솟음치면서
거대한 분수가 뿜어 나오고 있다.
빠르게 간헐적으로 용솟음치는 거품과 거품 새에
큰 바윗돌이 미쳐 날뛰는 우박처럼
또는 도리깨에 맞은 낟알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윗돌 사이를 누비며
이 큰 샘은 거룩한 강물을 하늘 높이 뿜어 올렸다.
미로처럼 굽이치며 숲을 지나고 골짜기를 누비며
거룩한 강물은 5 마일을 흘러갔다.
이윽고 측량할 수 없는 깊은 동굴에 이르러
소리지르며 죽음의 바다에 가라앉았다.
그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서 쿠빌라이는
전쟁을 예고하는 조상의 목소리를 들었다.
환락의 궁전은 큰 샘과 동굴 사이에 떠도는
물결 사이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샘과 동굴에서 흘러나온 가락은
하나가 되어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기적이라고 말해야 할 창조의 극치였다.
얼음의 동굴을 에워싸고 태양빛을 받아 빛나는 환락의 궁전!
거문고를 가슴에 안은 처녀의 모습을
나는 일찍이 환상 가운데 보았다.
그 아비시니아의 처녀는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아보라 산을 노래하고 있었다.
만일 내 마음 속에 그 처녀의
가락과 노래가 되살아날 수 있다면
나는 크나큰 환희에 잠겨
낭랑한 가락을 연주하면서
공중에 환락의 궁전을 건설하리라!
저 찬란한 환락의 궁전! 저 얼음의 동굴!
내 음악을 들은 사람은 모두 그것을 보고
크게 외치리니, 조심하라! 조심하라!
그의 번쩍이는 눈,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그의 주위를 세 번 돌고 나서
엄숙하게 눈을 감을지니
그는 신이 마시는 꿀이슬을 마셨고
낙원의 밀크를 마신 인간이어라.
[출처] 쿠빌라이칸ㅡ콜리지(1)|작성자 고전지기https://blog.naver.com/hanjy9713/220823292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