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2015년부터 사용해온 도시 브랜드 'I SEOUL U'를 대신할 새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 4가지 안을 발표하고 선호도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서울시는 현재 브랜드인 'I SEOUL U'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모호한 의미와 영문표기로,도시 브랜드의 필수 요소인 의미 전달의 직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내 놓은 것이 SEOUL FOR YOU, AMAZING SEOUL, SEOUL MY SOUL, MAKING IT HAPPEN SEOUL이라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모호한 의미와 영문표기여서 고친다고 했는데 너무도 흔한 표현이고 또한 영문표기는 그기서 그기인 것 같다. 'I SEOUL U' 나와 서울 그리고 당신이라는 것이 모호하다면 이번에 새로 추진하는 브랜드도 모호하고 뜬 구름잡기는 마찬가지로 판단된다.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은 지금 서울시의 핵심 간부들인 것 같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새로 내세운 브랜드에 쉽게 눈길이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랜드는 짧고 의미가 함축되어야 한다.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 보자. 전임 시장이 만들었기 때문에 몹시 눈에 거슬린다는 심정 아니겠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이 든다.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래저래 바꾸기 정말 좋아하는 민족이 우리 민족같다. 기분 좋아 바꾸고, 기분 나빠 바꾸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바꾸고, 조직의 장이 교체됐다고 바꾸고, 길 낸다고 허물고, 전 근대적이라고 부수고...이렇게 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자 우리의 현주소 아니든가.근대화를 내걸고 우리의 고유한 문화가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가. 물론 불필요하고 국민적인 정신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을 고치고 새로 갖추자는 것을 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거나 우리 조상들의 정신이 깃든 그런 물체나 정신까지 고치려고 하거나 바꾸려고 한 것이 아닌가. 초가집, 옛 한옥, 서낭당, 꼬불꼬불 뒷 골목 등을 모조리 근대화의 적이라며 허물고 부순 뒤 곧은 길 그리고 양옥에 아파트를 무자비하게 지어놓은 것이 현재 한국의 모습 아니든가.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바꾸는 경향이 있다. 교육제도, 부동산 제도, 외교 관계, 북한 관계 등 정권이 바뀌면 여지 없이 바뀐다. 그냥 바뀐다. 대통령의 집무실도 그냥 바꾼다. 이런 것에 비하면 서울시의 도시 브랜드 교체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자. 지금 국민들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과 서울시 브랜드를 바꾸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몇 %나 되는지를 말이다.국민들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렇게 하루아침에 바꾸는지 참 모를 일이다. 뭔가를 진중하게 오래 보려 하지 않는다. 4계절이 너무 뚜렷한 기후탓인가. 기다림도 참을성도 도무지 찾아보기 힘들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제도나 한국의 아킬레스건 부동산 정책도 이 정권이나 저 정권이나 조삼모사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서울시 브랜드 교체에 앞서 지금 진정으로 서울시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진정한 개선책이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 지자체장들이 너도 나도 앞장서 무슨 축제니 하고 급조한 것 가운데 지금 제 이름값을 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자신의 임기안에 뭔가 가시적이고 폼나는 것을 만들고 싶어하는 그 조바심이 부른 폐단들 아닌가. 진정으로 지자체 주민들의 숙원과 제대로 수십년 아니 수백년을 간직한 그런 유산들을 잘 보존하고 더욱 발전시킬 정책을 강구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것이 아닌가 한다. 외국인들이 서울시 브랜드 보고 서울을 찾는 줄 아는가. 그렇지 않다. 서울은 한국의 수도라는 것이 최고의 브랜드이다. K-POP의 나라 K-MOVIE의 나라, 미풍양속과 옛것과 현대가 어우려진 그런 문화... 그리고 그런 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이 바로 서울시의 핵심 브랜드이다. 영문으로 이리저리 바꾼다고 갑자기 브랜드가 각광을 받고 외국인들이 구름처럼 밀려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브랜드를 바꾸면서 기존 표지판을 교체하고 각종 공문서 등을 바꾸는데 드는 경비는 서울시장과 핵심간부들이 내는 것인가. 그렇지않다. 서울시민들이 내는 것이다. 더우기 지금 한국민 그리고 서울시민들은 고물가에 가계부채 급증 그리고 부동산 급락 등 경제 위기, 게다가 북한의 도발시도 등에 불안하고 불편하고 피곤하다는 것을 서울시 책임 당국자들이 잘 깨닳기를 바란다. 서울시 브랜드 교체가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 이미지에 제대로 된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고 선결과제라는 것을 필히 깨우치길 바란다.
2022년 12월 2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