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관 칼럼]
권력자의 물러섬은 때로
‘굴복’이 아닌 ‘큰 용기’다
같은 유리창에 계속
부딪히다 죽는 참새처럼
의료 개혁,
‘불굴의 원칙’만 강조해서는
혼란 수습 못 하고
의료계 동참도 못 끌어내
결국 의료 질만 떨어지면
개혁이 무슨 소용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
며 의대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꽉 막힌, 답이 안 보이는 난국(亂局)이다.
의료개혁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민도 답답하다.
“의대 증원 마무리됐다”
고 쐐기를 박은 대통령은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
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지역·필수 의료의 현장
주체가 돼야 할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의료개혁은 사실 정부로선 불리한
게임은 아니었다.
채 상병 문제나 명품백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는지는
모르나, 국민 지지는 꽤 높은 개혁
과제였다.
그런데 이젠 정부의 정책 역량 한계만
드러내는 형국이다.
왜 이리 꼬인 걸까.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일말의 해법은 없는 걸까.
모든 정책엔 제약 요소(constraint)가
있다.
그 제약 요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건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다.
그런데 의료개혁의 방향은 무엇이고
제약 요소는 무엇인데,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의 전략과 로드맵 없이
거칠게 내지른 측면이 있음을 정부
쪽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마치 톱다운 방식으로 침대를 길게
짜놓고는 억지로 사람의 키를 늘여
맞추려 하는 식으로 비쳤다.
지금의 의료 상황에 대해 붕괴(崩壞),
대란(大亂) 등의 용어까지 쓰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며
“의료 현장에 가보는 게 좋겠다”
는 대통령의 말을 들었을 때는
뜨악했다.
대통령은 대체 누구에게 응급의료 현장
보고를 받는 건가.
우여곡절 끝에 응급실에 들어가도
수술할 의사가 있는지는 운에 맡겨야
하는 게 현실 아닌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더라도
정책의 일관성만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흔들림 없이 밀고 가야 하는 것도 있고
현실을 직시해서 유연하게 방향을
조정하는 게 옳을 때도 있는 법이다.
어느 원로 법조인은 이를 참새에
비유했다.
어떤 참새는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방에 들어왔다가 투명한 유리창에
두어 차례 부딪힌 뒤 정신을 차리고
열린 문을 찾아 빠져나가지만,
어떤 참새는 계속 유리창에 부딪히다가
기진맥진해 죽기도 하는데,
지금 상황은 유리창만 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대통령은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는 걸 자신의 소명으로 느끼는 듯하다.
역대 정부에서 아무것도 추진하지
않아 의료 현장이 왜곡되고 곪아 터진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전체를 싸잡아 카르텔로
규정하고 일거에 수술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아니었는지,
의료계를 이참에 손을 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의료 파동은 어쩌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간 의료계에 누적된 모순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많은 국민들도 알게 됐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공(功)’이다.
모처럼의 기회를 살려 가려면 대통령이
‘불굴의 원칙’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의료계의 마음을 달래고 개혁의
동반자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1년, 2년 못 버티고 의대생
전공의가 돌아온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의료의 질이 떨어지면 이런
개혁이 무슨 소용이 있나.
의료개혁 문제는 정치의 문제이고
리더십의 문제다.
이 대목에서 드라마 ‘더 크라운’의
처칠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처칠은 런던을 덮친 그레이트스모그에
대해 처음엔
“안개일 뿐”
이라며 무시했다.
내각 회의에선 날씨 문제 갖고 왜
그러느냐며 책상을 내리치고 격노도
했다.
그러다 실각 위기까지 몰렸는데,
자신의 비서가 앞이 안 보이는
스모그 때문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조문한 병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즉석 기자회견을 갖고
“영국 대공습 이후 최악의 장면”
이라며 의료인 확보와 공기오염 원인
독립 조사위 구성 등 대책을 발표했다.
언론은
‘위기 속 진정한 정치인’
‘전쟁 때의 그를 보는 듯’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고, 일거에
상황은 반전됐다.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거나 돌아가는
지혜를 보이면 어떨까.
국민을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했는데,
실제 해보니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상황이
벌어졌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카르텔 운운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것도 좋겠다.
의료 현장을 직접 찾아
“의대 증원은 각 의대 현실에 맞게
자율권을 주겠다”
“의정이 함께 의료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 보자”
등의 발표를 하는 건 어떨까.
그래도 의료계가 요지부동이면 그땐
여론이 등을 돌릴 것이다.
권력자의 물러섬은 때로 ‘굴복’이
아니라 궁극의 가치와 이익을 위한
‘큰 용기’일 수 있다.
정용관 논설실장
[출처 : 동아일보]
[댓글]
55334ㄱ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벽한 제도도 없습니다.
다만, 현실을 고려하여 최선을 다해서 갖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온 결과들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제도를 바꿀 때에는 당연히 큰문제들이
다수 생깁니다.
정말 도움이 되는지 문제가 더 커서 보류해야하는
지를 따져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학과 공개된 논의가 필요합니다.
윤석열의 가장 큰 죄는 미신으로 국민을 인신
공양하는 정책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과학은 없습니다.
매국노보다 위험한 것이 윤석열 입니다.
착한선비as
의료개혁은꼭 해야 할 일이라면 이런 때 언론이
나서서 의료계의 오만과 욕심을 질타하고
정부를 도와 주어야지 이런 애매한 논설만
펴서는 되겠나?
아름다운청년
지금 대통령은 완곡한 표현을 이해 못하는
사람 같다.
직설적으로 병원 마비되고 환자들이 대통령실로
몰려가는 상황이 올수 있으며 그때는 탄핵보다
다 심하 형태로 쫒겨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KSSEO
처칠에게서 격노하고 들이미는 것은 배웠는데
큰 용기를 갖는것ㄴ 못 배웠니 보다.
죽을 때 까지 못 바꿀겁니다.
아마 퇴임 후 가족들 구속 당하고 그럴때쯤 조금
느끼기는 할 겁니다.
뉴욕신사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정책인데, 그들은 돈 더
벌어야겠다고 투쟁하는 것이다.
어느 쪽 편을 드나.
동아가 언제부터 이런 고소득층 앞잡이 노릇 했나.
국가가 어디로 가든 부자들 이권 챙겨야 타당한가.
우밖개
그나마 동아일보가 올바르다.
예민한양파21
저 물건도 사회 교란 시키려고 안달 하는 넘이구나
su1111
훌륭한 사설입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야당, 우리가 지난 정부까지 보아온
야당정도의 함량이면 가능한 얘기인데 아마
말씀대로 지도자가 한번 용기내 뒤로 빼면
이 하이에나 무리들은 담박에 얼씨구 탄핵
들어갈걸?
hiranya77
의사들은 의대증원 하면, 자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 때문에,
지금 국민들의 생명을 인질로 삼아 인질극을 벌리고
있다...
허나, 의사수가 늘어난다고 의사 밥그릇이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의사들은 삶의질을 높여서 좋고, 국민들은 더
쉽고 편한 의료서비스를 받을수 있어서 더 좋다...
그런데도, 의새놈들은 오직 미래의 밥그릇
작아질까봐 난동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극심한 오만함과 우월감인가 ?..
가능하지도 않는 미래를 상상하고 지금 환자들을
죽음에 내모는 것이다.
조우병
의사들의 합당하다는 수입을 위해 전 국민이
의료보험에 많은 부담을 지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은 힘들지만 했어야 할 개혁이 아닌가 싶다.
욕먹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su1111
훌륭한 사설입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야당,
우리가 지난정부까지 보아온 야당정도의 함량이면
가능한 얘기인데 아마 말씀대로 지도자가 한번
용기내 뒤로 빼면 이 하이에나 무리들은 담박에
얼씨구 탄핵 들어갈걸?
jelee
원자력발전소도 못들어와, 쓰레기 소각도 못해,
송전탑도 못세워 등등 국가의 미래 전망은 생각도
않고 단체나 내개인에 불리하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즉 목소리 큰사람만 이긴다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당분간 고통을 느끼드라도 국민이 바라는 국가의
정책을 추진해야한다.
오리지날난
물러서면 더 물고 늘어지려는 사람들에게도 더 물러
서야 된다면 얼마나 더 물러 서야 하는 것인가
결단은 한번 내려지면 물러서지 않는 것도
한 방편이다
베리배리
환자가 너무 많아 2 분진료 하는데 이것은 선진
시스템 체크도 못하는 시간이다.
이말은 환자의 병력이나 상태를 그냥지나가서
무슨병인지도 모르고 약주고 끝내는 상태다ㅡ
당연히 의사 수가 늘어나야 하는게 첫단추다
베리배리
여기서 지면 다음번엔 의사권력 두려워서 나서서
개혁할 대통령 없을 것이다.
2ndtonone
그냥 현실파악도 안되고, 실수인정하기는 싫고,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는 뭐 괜찮다고들 하고
뭐 이런저런 것들의 종합체 아니겠음?
이전 집권기간만 보더라도 걍 남의말은 죽어라
안듣고 지말만 맞다고 우기는데다 쓸데없이
고집은 또 쎄고 삐지기는 잘 삐져서 지말 안들으면
반체제고 그러는거 같은데. 예전부터 느끼지만
대통령의 말은 의미가 없다.
그냥 그때그때 아무뜻없이 형식적으로 하는 말들
뿐이지. 행동을 봐야한다.
선인88
그랗다. 용기란 때로 잠시 물러설 줄도 아는 것이다.
힘들겠지만...유연하게 가면 좋겠다.
동아찐이야
정실장님의 용기 있는 컬럼 고맙고 감사합니다.
정작 문제는 청와대를 떠나서 용산 더 나가서는
달나라에 대통령실을 만든 대통령의 검찰
독재 식 고집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