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밥하기>
아내는 여고 동창과 해외여행을 갔다. 국과 반찬은 준비해 두었다. 며칠을 먹다 보니 밥이 떨어졌다. 외식을 할까 하다 밥을 하기로 한다. 전기밥솥에 밥을 지으려고 보니 내솥(內솥) 코팅이 벗겨졌다. 압력밥솥을 찾았다.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어 놓은 것 같다. 생김새가 이상하고 사용 방법을 몰라 포기한다. 냄비 밥을 한다. 냄비 밥은 물과 불 조절을 잘해야 한다. 잘못하면 설익던가 죽밥이 되거나 태우기 쉽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빨리 되는 좋은 점도 있다.
어릴 때 엄마가 부엌과 방안 일로 바쁠 때 나를 부엌에 세워 놓았다. 그리고 방안에서 냄비의 상태를 물어 보았다. 대답과 질문이 오가는 부엌 심부름으로 냄비 밥하는 법을 배웠다.
연탄불에 얹어진 냄비 뚜껑 밥물 넘는 정도를 보며 수증기 냄새를 맡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연탄아궁이 공기구멍으로 화력을 조정하여 밥하는 방법이다. 때로는 태운 적도 있었지만. 어릴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캠핑 시 밥을 지을 때도 그 방법으로 해왔다. 오늘도 특별한 방법은 없다.
한 번 하는 김에 몇 끼 먹을 쌀을 냄비에 담고 수돗물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는다. 또 정수기 물로 두 번 헹군다. 물을 붓고 쌀에 손을 올려 보았을 때 손등이 잠길 정도로 물량을 맞춘다. 대략 13~15mm 정도이다. 캠핑하러 다니면서 냄비 밥 물량 경험치를 정량화해 둔 것이다.
가스레인지 중간 크기 화구를 사용해 불을 중간 정도로 한다. 냄비 밥은 계속 지켜 보고 있어야 한다. 냄비에 밥물이 넘을 때쯤 현재 불꽃의 1/3 정도로 불을 낮춘다. 냄비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를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냄새를 맡아본다. 이 동작을 몇 번 한다. 약간 고소한 냄새가 난다. 이제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불꽃을 완전히 낮추고 숟가락으로 밥알 몇 개를 떠먹어 본다. 쌀알이 약간 설익은 맛이다. 약 5~6분 정도 더 기다린다.
이제 수증기는 거의 없다. 다시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냄새를 맡아본다. 너무 가까이 코를 대면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조금 전보다 더 진한 고소한 냄새가 나면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약 10분 후 뚜껑을 열고 밥을 잘 뒤섞는다. 타거나 설익거나 죽밥도 아닌 고소한 쌀밥이 완성되었다. 며칠 전 빨간 장갑 끼고 담갔던 김치를 한 포기 꺼낸다. 고소한 쌀밥에 김치를 얹어 먹는다, 다른 반찬은 필요 없다. 맛이다! -끝-
첫댓글 ㅎㅎㅎ 홀애비 생활도 노하우가 많아야 좋습니다.
굿이군요~~
고슬고슬한 밥!
약간 눌기 시작한 밥내음!
고소한 향기에 충천하는 식욕!
빠알간 김장김치 대가리 싹뚝!
짜악 짜악 찢여 차악 차악 얹어먹던
아~~~ 너무도 그립구나ㅠㅠ
疲困하구먼
노릇~노릇~ 하게 살짝 구우면. .
으~
아~ 숭늉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