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흘렀다.
샤틀리아나 전황제가 죽었다라는 말이 엘제 제국을 암울하게 바꾸어 놓았다.
시녀들은 목놓아 울고 있었고, 온 나라의 백성들이 슬퍼했다.
그만큼 이 엘제 제국의 큰 어른이셨고, 전황제가 얼마나 백성들을 위하여 정치를 잘 했다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아베르 왕자가 돌아왔지만, 기쁨의 기색은 없고, 온 나라 안이 울음 속에 묻혀있었다.
황궁주치의에 의해 전황제의 유언장이 발표되었다.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그 간 자신이 황제, 황후에게 적어놓은 긴 편지도 같이 있었다.
갑작스런 어미니의 죽음에 혼란스럽고, 당황한 황제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고 계속 '어머니'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또한 다른 시어머니와는 달리, 자신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봐 주셨고, 보듬어 주셨던 전황제의 싸늘한 몸을 끌어앉고
정말 서럽게 울며 통곡하는 황후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러나 더 안되보인 건 아베르 왕자였다.
오랜만에 귀국한다하여 기쁨을 가지고 왔으나, 울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과
어둠이 짙게 깔린 황궁, 그리고 살짝 미소 지으며 편안하게 누워계신 할머니의 모습에
결국 그는 울다 지쳐 기절을 했다.
아리아는 한동안 방 안에만 틀어박혀서는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녀의 방에서 간간히 흐느끼는 소리만 낮게 깔릴 뿐이였다.
그 날 자정, 에르제 나무가 잘 보이는 언덕에 하늘 높이 장작이 쌓여졌다.
엘제 제국의 전통에 맞게, 전황제를 이제 놓아드리려는 것이였다.
많은 신하들과 시녀들, 황족들이 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장작 앞에 있는 황제와 황후, 아리아, 아베르가 각각 한 손에 횃불을 들었다.
황제는 눈에 힘이 풀렸고, 황후는 눈이 벌겋고, 탱탱 부었으며, 아베르 왕자는 눈 밑에 다크써클이 짙게 깔렸다.
그나마 가장 괜찮은 건 아리아 공주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뵈어, 보내드리기 위해, 몸을 씻고, 단장을 하였던 것이다.
"....이제 ...... 보내.... 드리자.........."
황후가 낮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황후의 말을 신호로 삼아 횃불을 장작에 천천히 놓았다.
마치 기름이 발라진 것처럼 마른 나무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바람이 부르지 않아서인지 불의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붉게 빛났다.
그리고 거기있던 모든 이들은 장작과 하늘로 훨훨 날아가는 전황제의 마지막 모습이 재가 될 때까지
그 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2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비로소 다시 엘제 제국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밝은 빛이 황궁을 감싸앉았다.
황궁의 모든 사람들이 기운을 회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시 모범이 되어야 할 황제가 먼저 정신을 차려 주위 사람들부터 차례로 기운을 북돋아준 덕분이였다.
고운 새소리가 어느새부턴가 사람들 귀에 들리기 시작했고,
맑은 시냇물 소리가 사람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아름다운 경치 또한 사람들의 우울한 마음을 풀어주었다.
암울했던 엘제 제국이 다시 평화로웠던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였다.
똑똑
밝은 햇살이 비춰지는 아리아의 방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눈웃음을 다시 찾은 아리아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그 목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황제였다.
"왠일이세요? 아버지?"
슬픔을 이겨내 더욱 근엄있는 얼굴로 딸에게 그가 대답했다.
"너와 얘기 할 것이 있어 들렸다. 딸아."
"네....여기 앉으세요."
테이블에 앉으며 그는 차를 따르는 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딸.
시원하게 머리를 땋아 올렸고, 나풀거리는 연한 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황후를 닮은 그녀의 연두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자신의 눈에는 그 어떤 여인보다 아리아가(물론 황후를 뺀)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데 이런 착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이 아이가 에르제 나무의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야 한다니......
황제는 전황제의 긴 편지를 받고 고심에 빠졌었다.
아리아가 에르제 나무 근처에서 무언가를 파내어 꺼낼 때, 그는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게 바로 어머니가 말한 단서라는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이 말려도 아리아가 곧 모험을 떠날 것이라는 것도.....................
자신을 위하기 보단 할머니의 말이 가슴에 박혀서 더욱 더 모험을 가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것도.............
그는 짐작했다.
"딸아......"
그는 결국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아리아는 진지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황제는 뜸을 들였지만 결국 털어놓았다.
".....역시 넌 모험을 가고 싶은 거냐??"
아리아는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그리고 숨을 다시 고른 다음 말했다.
"...네.
죄송하지만 말리셔도 갈 생각이에요.."
"말릴 생각은 없다.
다만 그냥 물은 것 뿐이다.
네 할머니께서 내게 편지로 남겨주셨더구나."
아리아는 다시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황후를 뵈러 가거라.
그녀는 아마 쉽게 허락하지 않겠다만, 네가 그리 확고하다면 그녀도 포기하고 널 보내 줄테지."
"그.. 말은............."
황제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황후의 허락만 맡으면, 언제든지 떠나도 좋다.
내 딸아."
순간 아리아는 생각했다.
자신이 왜이리 이토록 모험을 떠나 그 보물을 찾고 싶은 것인지.
그와 함께 자신의 보석함에 숨겨둔 그 단서들이 생각났다.
헐머니가 남겨주신 단서들.
아마, 할머니의 말씀이 자신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모험을 하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 곳에서는 느끼지 못한 다른 것들. 그 다른 것들을 느껴보고, 만져보고, 들어보기 위해
가는 걸 수도 있다.
원래 이유야 어찌 됐든 모험이나 여행이라는 건 동경의 대상이니까.
딱히 신경 쓰지는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생각을 마친 그녀는 아름다운 연두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그래."
그리고 그런 그녀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버지,
황제였다.
첫댓글 담편이 기대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ㅁ< 앞으로 더 노력할게욜!
드디어 모험을 떠나는 준비를 갖추엇군
ㅋㅋ 이제 황후의 허락만 남았죨~>ㅁ< 읽어주셔서 감사해욜
황후는 허락을 할것이다!!
후훗...... .글쎄요. 어떨까요????<뭐냐........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해욜!>ㅁ<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황후는 허락할거죠?? ㅋㅋ 기대하고 있을게욧!!
갑사합니다!>ㅁ< 어제 아파서 소설을 못 적었어욜..... 오늘부터 다시 아자!
소피냥님 팟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