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 찬성한 소년법폐지 청원, 정부가 응답할 때/강이봉

[백한진]

20만명 찬성한 소년법폐지 청원, 정부가 응답할 때

강이봉 법무부소년보호위원 전 전국회장

강원일보 2018-9-12 (수) 18면

법의 허점 등 노린
청소년 범죄 심각
정부 대응책 필요

관악산에서 여고생을 집단 폭행하고 성추행한 10대들을 처벌하기 위해 소년법을 개정 또는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마감일이었던 지난 2일 20만명을 넘어섰다. 2017년 부산과 강릉 여중생 폭행사건 등을 계기로 소년법 폐지 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두 번째다.

지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고생이 중고생 등에게 관악산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을 청원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이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동생이라고 밝히면서 불과 몇 개월 전에 떠들썩했던 인천여고생 폭행사건과 똑같은 일이 제 동생에게도 일어났다고 말했다.

가해학생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고등학교 2학년인 피해자를 관악산 노래방 등에서 집단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공동폭행과 강제추행혐의로 입건된 10대 10명 가운데 9명을 검찰로 송치하고 만 14세가 안 된 중학생 1명은 가정법원으로 넘겼다.

검찰로 송치된 9명 중 혐의가 무거운 7명은 구속 상태이고 나머지 두 명은 단순가담자로 알려졌다. 청원자는 이 사건을 주도한 여중생은 자기 부모가 조폭이고 자신은 우울증이 있다고 했다. 정신질환을 빌미로 법에 호소한 듯하다. 그러면서 한국은 나이가 어릴수록 범죄자 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소년법은 특히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훈방되거나 보호처분만 받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주동자인 중학생은 소년법에 저촉돼 처벌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청원자는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죄를 지어도 벌을 받을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제발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합당하게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계속 법의 허점을 노린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국민청원에 대해서 답변해야 한다. 이 청원에 20만8,202명이 동의하면서 청와대 답변기준을 충족시켰다. 같은 내용의 청원이 두 번째 20만명을 넘어서면서 청와대 답변이 주목된다. 앞서 지난번 소년법 폐지 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소년법에 있는 10가지 보호처분의 종류를 활성화시키고 다양화해 소년들이 사회에 제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보적인 답변을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소년법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적용 나이를 낮춤으로써 미성년자 강력범죄 처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의 논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청원에 동의한 사람들의 입장과 정부 관계자의 입장은 고민일 것이다. 참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의 입장을 공감한다.

하지만 소년법이 폐지된다면 우리나라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는 비행청소년들은 일반법원에서 소년부 재판이 아닌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여기에 따른 문제는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국가사회에 더 많은 파장을 줄 거라 예상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미래성장판인 청소년을 더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