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진술이 일관됐다?…조병구 판사 과거 판결은

[Succegator]

김용 측 "유동규 돈 받은 적 없는데 모순된 판결"
이재명 측 "자금 넘쳤는데 경선자금 모으려 범죄?"
재판부 "유동규 신빙성 있어"…뇌물 줬어도 무죄
조병구 부장판사, 전교조 시국선언에 유죄 판결
안희정 성폭행 사건 땐 "위력 행사 없었다" 무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권오수 일당에 집유‧무죄

이른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선 예비경선 자금을 수수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수감됐다. 이에 김 전 부원장과 이 대표 측은 재판부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부정확하고 모순된 진술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김기표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30. 연합뉴스

김용 측 "유동규에게 돈 받은 적 없는데 납득 어려운 판결"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인 김기표 변호사는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재판부가 유동규 진술에 전반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하면서도 개별적으로는 각 사건에서 진술 신빙성을 인정한 것 자체가 논리 모순이다.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인 임윤태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심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재판부는 유동규의 모순된 진술을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사기록에도 없는 스피커폰으로 들었다는 남욱의 공판정 진술과, 정민용의 김용 모습을 보았다는 점만 가지고 김용에 대해 유죄로 인정해서 징역 5년을 선고하고 구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욱이 유동규에게 돈을 준 증거는 있는데, 유동규가 김용에게 돈을 준 증거는 전혀 없다"면서 "김용은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개탄했다.

임 변호사는 "이에 반해 남욱에 대해서는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구속하지 않았다"며 "또한 유동규와 정민용에 대해서는 법원이 분명히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는데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항소심에서는 분명히 무죄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원장은 이날 선고 뒤 직접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예상 밖에 법정구속까지 되면서 곧바로 구치소로 향했다. 그는 지난 9월 21일 결심 공판 때 최후진술에서 "유동규 씨에게 대선 경선 자금을 달라고 요청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며 "검찰이 제가 범죄자임을 전제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외면해 참담하고 분하고 억울하다"고 마지막까지 항변한 바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유 씨의 진술이 바뀔 무렵 검찰과 수 차례 면담하며 적극적으로 '짜맞추기' 한 정황이 있다"면서 "검찰의 수사 과정은 부실함 그 자체다. 객관적이어야 할 검찰이 유죄 확증을 위해 일방적인 주장을 언론에 쏟아냈다"고 검찰의 표적수사 정황을 강조했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 8월 17일 공판 때는 "사기꾼들의 터무니 없는 소설"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측은 김 전 부원장 선고 직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일주일 만에 2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본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부원장 구속에 대한 질문에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에서 나가고 있다. 2023.11.30. 연합뉴스

재판부, 김용은 징역 5년에 법정구속…남욱 징역 8개월, 유동규‧정민용 무죄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벌금 7000만 원과 추징금 6억 7000만 원을 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부정 수수 혐의 금액 10억 3700만 원 가운데 7억 7000만 원을 실제 받은 돈으로 인정했다. 다만 뇌물 수수 부분 1억 원에 대해선 죄가 없다며 나머지 6억7000만 원에 대해서만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속 만기를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났던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불법 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남욱 변호사에겐 불과 징역 8개월을 선고하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도 하지 않았다. 양측에서 자금을 전달했던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에겐 아예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위법 부당한 업무를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 의원 김용과 개발사업을 관장하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 기획본부장 유동규가 성남시 대형 부동산 개발 관련 민간업자 사이에서 장기간에 걸쳐 사업공모 참여와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수수를 통해 상호 밀접하게 유착돼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일련의 부패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김만배·남욱 등 민간업자 관여로 공정하게 개발이 진행돼야 할 사업에서 비정상적인 정치 개입을 통해 공사가 설립됐고 이후 공사가 특정 민간업자의 이권 개입 통로가 됐다"고 했다.

검찰은 2021년 4~8월 김 전 부원장이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남 변호사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총 8억 4700만 원 상당의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1월 8일 구속기소 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돈은 6억 원이며 나머지 2억 4700만 원은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아울러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 시절인 2013년 2월~2014년 4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을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 9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27일 추가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이 중 2013년 4월 받았다는 7000만 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에 대해서는 "이권 개입을 위한 저의로 상당히 많은 액수의 불법 정치자금을 마련했고 6억 원을 김씨에게 부정 기부했다"면서도 "다만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 조성된 전액이 기부된 것이 아닌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 대해서는 "불법적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법리적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남 변호사의 '기부'에 가담한 '기부 공범'인데 검찰은 '수수 공범'으로 기소했기 때문에 기소한 범위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상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무죄로 선고했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30. 연합뉴스

"유동규 진술 일관되고 신빙성 있어…일부 부정확해도 비본질적 차이"

검찰이 물적 증거는 거의 제시하지 못하고 유 전 본부장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만 의존했으나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 법정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해줬다. 재판부는 "당시 유 씨는 위례 개발사업 관련 비위 등으로 추가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선처를 기대하며 수사기관의 의도에 부합하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있었고, 추가 구속 등 궁박한 처지를 이탈하기 위한 의도도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자신에게 비난이 집중돼 배신감을 느껴 심경이 바뀌었다는 유 씨의 주장도 납득 불가능하진 않다. 이런 사정 때문에 유 씨의 진술을 일괄해 배척할 순 없다"고 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수 차례 비공식적으로 '면담'한 결과 진술이 왜곡됐다는 점도 짚었지만 재판부는 "수사 상황에서 기억 환기를 위해 수 차례 면담했다는 것으로 신빙성을 배척할 순 없다"고 일축했다. 결국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의 '심경 변화' 이후 증언을 토대로 김 전 부원장의 범죄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돈을 줬다는 날짜와 장소 등에 관한 유 전 본부장 진술이 부정확해도 '비본질적 부분'이라는 이유를 들어 문제 삼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5∼7월 총 6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유 씨가 일부 일시 등을 부정확하게 진술하긴 했으나 1년 이상 지난 일에 관해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본질적 차이"라며 "주요 부분에 대해선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며 자금 전달 당시 감각적 경험에 대해 세밀하게 진술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했다. 2013년 4월 김 전 부원장이 유 씨에게서 뇌물 7000만 원을 전달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유 씨는 김 전 부원장의 거주 아파트 동수 등 일부 부정확한 진술을 하긴 했으나 비본질적 부분"이라며 "교부 전후 경위나 교부 당시 상황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7년 9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조병구 공보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9.20. 연합뉴스

조병구 부장판사 보수 성향…전교조 시국선언 유죄, 안희정 성폭행 무죄

이번 1심 판결 재판장인 조병구 부장판사는 대구 출신으로 단국대 부속 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8기로 2002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하며 법조계에 입문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부터 1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고, 이듬해 2월부터 2년 동안 '대법원의 입'이라 불리는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맡은 바 있다.

상당한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조 부장판사는 그간 판결로 인해 몇 차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 첫 번째가 전교조 시국선언 재판이었는데, 그는 다른 재판부와 달리 전교조의 시국선언을 유죄로 판결했다. 지난 2010년 2월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1단독 재직 당시 2009년 6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로 기소된 전교조 충남지부 윤갑상 지부장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을, 오모 수석부지부장과 김모 사무처장 등에게는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전주지법과 대전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8월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해 큰 논란을 낳았다. 당시 조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았던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피해자의 심리 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성관계 과정에서)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 자유가 침해됐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여성계를 중심으로 재판부 규탄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3.2.10.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권오수 등 일당 모두에 집행유예‧무죄

조 부장판사는 올해 2월 김건희 씨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조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시세 차익 추구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우회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자 2009년 말부터 2012년 말까지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와 '부티크'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검찰은 범행을 시기별로 다섯 단계로 구분했는데, 재판부는 이 가운데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 전부와 2단계 초기(2010년 9∼10월)에 해당하는 공소사실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면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범행 시기별로 수법이 달라 하나의 죄(포괄일죄)라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범죄를 포괄일죄로 묶으면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마지막 범죄가 끝난 시점이 돼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면소 대상을 제외한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30건 중 29건, 현실거래(실제 거래) 3702건 중 619건은 무죄로 판단됐다. 시세조종 목적이 있는 거래였다는 점이 불분명하단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01건, 현실거래 3083건이 유죄로 인정됐다. 권 전 회장 등은 이 밖에도 시장에 호재성 정보를 유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소문을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도 받았으나 이 부분 역시 사실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됐다.

함께 기소된 이들 중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5명은 모두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전주' 역할을 한 손모 씨와 김모 씨 2명은 가담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도이치모터스와 무관하게 아리온테크놀로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실질적 운영자 이모 씨만 유일하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권오수는 경영상 필요로 주가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시세차익을 추구하려는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과 수급 세력들이 주가가 급등한 시기에 얻어간 수익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범행 기간 중 주가가 급등락한 부분도 있지만,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출처 : 유동규 진술이 일관됐다?…조병구 판사 과거 판결은 < 법조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