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갑자기 사라진 도로"…공사도로 추락사고 배상책임은?
열살짜리 딸을 둔 A씨는 며칠 전 끔찍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옆좌석에 딸을 태우고 야간운전을 하고 있던 A씨. 도로를 달리던 중 푹 파여 있는 구덩이 아래로 곤두박질치게 됩니다.
싱크홀 추락을 떠올릴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고의 원인은 싱크홀이 아닌 도로 공사였습니다. 공사를 위해 판 구덩이에 A씨의 차량이 빠진 건데요.
A씨는 사고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도로 공사면 마땅히 있어야 할 경고 표시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구간에 앞서 도로 우측에 공사 사실을 알리는 안내표지가 설치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운전자가 안내표지를 알아채긴 쉽지 않습니다. 운전 시야가 더욱 제한되는 야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나라도 직진했을 듯” “밤에 신호수도 없이 저렇게 둔다고?” 등 자신이 운전자였어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야간 주행 중 발생한 도로공사 추락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공사시행자는 공사기간 중 자동차의 통행을 유도하거나 지시 등을 할 필요가 있을 때 관할 경찰서장의 지시에 따라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해야합니다. 공사의 규모나 주변 교통환경을 고려해 안전요원 또는 안전유도 장비 또한 배치해야합니다.
임의로 표지판을 설치했다고 해서 안전시설이 완비되는 건 아닙니다. 도로공사구간은 공사장 상류부에서부터 하류부까지 교통류 특성이 다릅니다. 시행자는 주의구간, 변화구간, 작업구간(완충구간 포함), 종결구간으로 구분해 세부적으로 교통을 관리해야 합니다.
구간별로 설치물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전방 200미터 지점에 ‘공사중’ 표지판 △전방 100미터 지점에 ‘공사중 위험’ 표지판과 ‘천천히’ 표지판 △변화구간에는 ‘진입’표지판, 라바콘, 갈매기 표지판 등을 각각 설치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할 시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지는 건 물론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앞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공사 트럭을 받고 숨진 남성 B씨에 대해 재판부는 건설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야간에 도로를 파는 공사로 차량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사가 도로교통법에 따라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 건설사는 200m와 100m 지점에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고 30m전방에만 표지판을 설치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때문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현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9000만여 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운전자 역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일부 과실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건의 재판부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조등을 켜고 전방을 주시해 운전했다면 충분히 서행할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야간이라 가시거리가 제한되는 상황이므로 운전자에게는 전방을 더욱 주의해서 살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오토바이 운전자 또한 전조등을 켜지 않은 등의 잘못이 있다며 건설사의 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