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놀러 온 귀뚜라미. 처음에 멋도 모르고 마포 최대포 집을 함께 습격했다가 어리버리하게 메뚜기떼에 얹혀서 활동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들어온 만큼 입맛도, 취향도 오리지날 메뚜기떼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고기를 그다지 안 좋아한다는 것. 숯불이나 연탄 불에 구워먹는 고기는 먹지만, 그 외 불고기, 장조림, 고깃국 등은 절대 사양이다. 가난한 살림에 이런 입맛을 갖게 된 것은 하늘에 감사할 일.
하지만 요 며칠은 좀 심했다. 집에서 어머니가 요리학원에서 배워 온 샐러드 소스를 대량 만드시는 바람에(냄비로 하나 가득이다) 1주일이 넘도록 파란 풀만 먹었다. 양상추, 토마토, 빨간 무, 청경채를 아침저녁으로 냉면그릇 한 사발씩 먹어야만 했다. 게다가 나의 점심 도시락이 어느 날부터 그릇의 4/5가 찬밥이요, 1/5이 랩에 둘둘 말린 배추김치, 그리고 은박지에 쌓인 김 7장이 전부가 되었다.
급기야 어제부터 어지러움 증을 호소, 단백질 공급에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다행히 메뚜기떼들이 고기를 좋아하는 지라, 고기집을 오늘의 거점으로 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블랙 메뚜기는 오늘로 8일 연속 고기를 먹었다.)
오늘 우리가 간 집은 「SBS 결정! 맛대맛」에 나온 대학로의 소도둑. 소갈비를 먹었다고 생각한 손님이 계산하려고 하니까 가격이 돼지갈비 가격이더란다. 놀란 손님들이 내가 먹은 소를 도난(?) 당했다고 해서 이름이 소도둑이란다. 돼지갈비가 얼마나 맛있어서 소갈비로 착각한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집은 상당히 효율적인 고기집이다.
위치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쪽 골목 안 깊숙이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한 편이다. 가게는 야외 테라스를 함께 하고 있는데, 부레옥잠이 동동 떠있는 절구통 등 인테리어에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안정된 분위기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에 앉아 우리는 원조 양념 갈비 3인분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단백질이 부족한 터라 처음부터 4인분을 주문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돈도 없는 주제에 많이 먹는다고 쫓겨날까 봐 입을 다물었다.
기본 반찬은 간장과 겨자소스에 버무린 양배추 샐러드, 마요네즈 양념이 얹힌 양상추 샐러드, 삶은 감자 샐러드, 골뱅이 무침, 청포묵, 도라지 무침, 물김치 등 평이한 보통 고기집 밑반찬이었다. 평범해도 푸짐하게 한상 차려지니 일단 기분이 Up! Up! 고기가 나오기도 전에 샐러드와 감자 등을 먹었다. 밑반찬들은 그다지 맛이 있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아무런 색과 향이 없는 음식이었다. 삶은 감자 샐러드는 감자 삶을 때 소금을 안 넣었는지 싱겁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소갈비인지 착각 되는 돼지갈비~! 드디어 등장하였다. 커다란 쟁반에 진짜 소갈비인냥 커다란 칼자국을 자랑하며 돌돌 말려있는 돼지갈비들. 1인분에 2덩어리인데, 그 덩어리가 꽤 크다. 남자 어른의 커다란 주먹만 하다. 이 고기는 숯불에 구워 익히는데, 한번에 3덩어리 이상을 올릴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고기가 익기만 기다려 한입 먹으니....
전신으로 단백질이 퍼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뒤론 아무 것도 들리지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내 손이 불판과 입을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정신없이 먹고 난 후에야 겨우 맛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양념에 적절히 재어져 적당기간 숙성되었는지 고기가 상당히 부드러웠다. 몇 번 씹지 않아도 그냥 잘 넘어가는 느낌. 양념의 간도 적당하여 굳이 소금이나 쌈장 등을 찍어먹지 않아도 된다. 개인적으로 돼지갈비 고기 한 점과 물김치에 있는 무 한쪽을 함께 먹으니 꽤 맛이 좋았었다. 고기 양도 상당히 많다. 마포 최대포집에서 메뚜기 떼 5명이서 9인분을 먹었었는데, 소도둑에서는 3인분이 딱 적당했다. 불판 가득히 3번을 구웠으니... 절대 적은 양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우리가 인원수에 딱 맞게 먹으니 뭔가 허전. 약간 부족하다 싶어 물냉면을 한 그릇 시켰다. 이 역시 맛이 없지도 않고 있지도 않았다. 평범한 고기집 냉면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앞에서 효율적인 집이라고 결론을 말한 이유를 이제 알 수 있을까? 소도둑은 절대 소문날 정도로 기가 막힌 맛 집은 아니다. (역시 돼지 갈비는 최대포!) 소도둑은 편리한 교통이 연결되어있고, 많은 문화시설을 갖춘 서울 시내 한 복판의 뒷골목에서 조용히 담백한 맛을 내고 있는 ‘괜찮은’ 고기집이다. 그리고 누구 입에서라도 “저 집 진짜 맛없어! 두 번 다시 안 가!”라는 말이 나올 리 없는 바람직한 돼지갈비 집이다. 강남역 근처의 무수히 많은 고기집을 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맛없는 고기집이 얼마나 많으며, 그곳에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술김에 먹는 방법뿐 이라는 것을.
바람 살랑살랑 부는 초여름 저녁, 야외 테라스에 앉아 숯불에 돼지갈비를 구워먹으며 친구들과 맥주 한 잔씩 할 때... 이때가 바로 행복이다. 그런데 갈비의 맛과 가격까지 어느 정도 협조해준다면? 금상첨화겠지. 소도둑은 일상에서 잠깐씩 느낄 수 있는 이런 행복에 대한 작은 써포터였다.
참! 소도둑을 가는 길에 코코펀 대학로편에 있는 소도둑 쿠폰을 가져가면 사이다나 콜라 한 병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그리고 현금 결제 시 10% 할인혜택도 준다.
▶ 문의 : 744-8313 ▶ 영업시간 : 11:00 ~ 24:00 ▶ 연중무휴 /카드가능 ▶ 주차 : 몇 대 가능
(<-- 메뚜기 특별 서비스!! 가게 위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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