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경기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선숙
며칠 전 서울서 이종동생의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축의금을 계좌이체 한다지만, 결혼이란 일륜대사(一輪大事)라 언니와 함께 올라갔다. 초등학교 시절에 이종동생을 보았으니 조카들이 옆집에 살아도 당연히 몰라볼 일이다. 이모님 내외는 여러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지만 6남매를 낳았기에 자손이 늘어 잔치는 풍성했다. 처음 인사를 받고 성장해가는 조카들을 보니 흐뭇했다. 그중 요즈음 잘 나가는 걸 그룹 가수도 있어 축가를 부르니 장내가 술렁거렸다. 요즈음은 핵가족시대라 어느 가정이나 자녀가 한두 명이니 부모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란다.
오늘 결혼하는 조카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빌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도 오라고 하여 축하하고, 점심을 먹은 뒤 아들네 집으로 갔다. 아들이 얼마 전 이사를 했는데 와보지 못했기에 아들 집에서 이틀 밤을 잘 계획이었다. 아들이 사는 아파트 이름은 복잡한 알파벳 열 글자로 되어있다. 이러한 아파트 이름은 시골에 사시는 시어머니가 자주 찾아올 수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단다. 시어머니가 혼자 찾기 힘들어 시누이와 함께 온다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딸이 없는 나는 택시를 타고 가야할까? 집안에 들어갈 때까지 패스 3개를 통과해야 하고, 지하 주차장도 동별로 주차한다. 아들이 사는 아파트는 2천 세대가 넘어 고개를 뒤로 젖혀야 25층을 볼 수 있다. 밀집된 것 같지만 분수대와 폭포를 만들어 놓아 계곡에 온듯하고, 연못이나 나무가 많아서 산책길이 길다. 출입구도 물어보아야 찾을 수 있다. 집 내부는 나무 소재와 문턱이 없다. 이사를 갈때면 가장 덩치가 큰 장농이 문제인데, 붙박이 장농으로 되어있다. 밤이면 바닥 20cm 높이에 센서가 작동하여 잠자는데 방해가 되지 않고 화장실도 적당한 밝기로 눈이 부시지 않았다. 욕조 안에는 의자가 설치되고 수건걸이도 나란히 두 줄로 되어서 수건이 빨리 마른다. 창문이나 주방 미닫이는 스르르 잘 열려 여성 설계사가 꾸민 듯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음날 영화구경을 갔다. 언니는 30년 만에 영화구경을 한다고 좋아했다. 나는 영화에 별 흥미는 없지만 그래도 시원한 극장이 좋을 것 같았다. 어둑한 극장에 자리를 잡아주고 아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종이양동이에 가득한 콘과 콜라 두 병을 가져왔다. 입도 즐겁고 눈도 즐거우라고 배려해준 게 고마웠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음식을 싫어한다. 억지로 먹을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
“ 아들, 우리는 이러한 음식 싫어해, 물어보고 사오지 그랬어?”
“아~ 그러세요?”
자리에 없을 때 전화나 문자로 사오지 말라고 해야 했는데 순발력이 부족한 내 탓이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제목은 <감시자들>로서 정우성, 한효주, 설경구주연이다. 정우성은 전문털이범으로 수사망에 걸려들고 한효주는 신입 경찰관, 설경구는 노련한 경찰관으로 나온다. 정우성은 범행을 저지르고 싶지 않지만, 두목의 협박에 못 이겨 계속 금고털이를 한다. 한효주는 범인을 계속미행하다 많은 사람들 속에 뒤섞여 눈앞에서 범인을 놓쳤다.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땅을 치고 통곡하는 장면이 눈물겹다. 설경구는 범인의 칼에 목이 찔려 피를 흘리면서 진두지휘하여 일망타진하는 내용이다. 경찰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면이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액션은 관객의 숨소리까지 앗아갔다.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고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여름철의 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린 영화로 제격이었다.
저녁에는 배달 음식을 먹었다. 다음날 월요일은 아들이 일찍 출근하고 우리는 느지막이 일어났다. 아들이 출근하고 한 시간쯤 되었을 때 부엌에 있는 TV가 자동으로 켜졌다. 아들이 시간을 맞추어 놓았나 하고 화면을 보니 검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인터폰을 보니 같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약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집을 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외출을 눌러놓고, 어제 배달음식이 생각나 현관문을 열어보니 그릇이 그대로 있었다. 현관문을 닫자 인터폰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했습니다! 이상징후가 발생했습니다!" 가 조급하게 나오고 사이렌, 삐삐소리가 집안이 떠나갈 정도로 요란했다. 이거 큰일이다 싶어 안경을 쓰고 살펴서 겨우 소리를 차단하고 놀라서 한숨 쉬는 사이에 남자의 목소리와 노-크소리가 들렸다. 배달그릇을 찾으려 온 줄 알고
“그릇 거기에 내놓았어요.”
“경비요, 방금 사이렌 소리 이 집에서 났지요.”
문을 열고 보니 분명 경비였다. 비상벨이 울리면 경비에게 바로 신호가 가서 달려왔다고 한다. 언제 이사를 왔느냐며 이곳은 화장실에도 경보기 설치가 되어있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출동한다며 베란다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나는 졸지에 시골뜨기 할머니가 되었다. 그래도 아들이 안전한 집에서 사는 게 다행이구나 싶었다. 제주도는 기다란 막대 문이 고작인데 어찌 보면 대도시 고급 아파트는 사람이 갇혀 사는 것 같았다. 누구나 마음 놓고 평안히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2. 7. 23 )
첫댓글 방학동안 친인척들도 만나고 수도서울의 고급 아파트에세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었네요.
그래서 글도 쓰고, 세상 변하는거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지 싶어요, 우리끼리 그냥 즐기며 살자구요.^^
잘보고갑니다.
그래요. 우리는 이렇게 살아도 편하지요?ㅎㅎㅎㅎ
서울 나들이를 잘 하셨습니다. 좋은 아들 두셨구요! 잘 읽고 갑니다.
호반5길에서 꽃밭정이 데스크 메이트 인사
인사와 댓글 잘 다셨내요. 이제 꽃밭이 활짝 피어나겠어요.ㅎㅎㅎㅎ
아드님이 멋진 아파트에 사는군요?
첨단 과학을 다 동원하여 지은 아드님의 아파트가 부럽네요!
언제쯤 전주에는 그런 아파트가 지어질까요?
첨단 시설 덕에 각종 범죄가 줄어든것도 아주 다행입니다.
전주는 안전지대 아닌가요?
마음 편한집이 제일이지죠.ㅎㅎㅎㅎ
아들 잘 두셨습니다. 고급 아파트 구경한번 잘 했네요. 최첨단 아파트들이 늘어가니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입니다. 부럽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정말 놀라운 변화입니다. 아드님을 잘 두셨습니다. 그런 아파트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잘 보았습니다. 윤동현 올림.
의미화를 못해서 걱정입니다.
댓글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