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성장의 덕택으로 어느 정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전반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여가생활로 음악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음악활동중에 가장 많은 인구는 색소폰 인구입니다.
중년들의 색소폰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70. 80 세대들의 여가욕구와 자아성취를 위한 도구로 색소폰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색소폰은 한세대 이전만 하더라도 고급악기로 사치로 여겨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고가의 악기였던 것이 값싼 중국제와 대만제의 보급과 어느정도의 경제적 여유로 인해 많은 중년들이 색소폰의 매력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색소폰은 일단 배우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보자도 6개월 정도 배우면 웬만한 곡을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익히기 쉬운데다 중년의 위기라 할까요, 중년의 텅 빈 마음을, 문화적 욕구를 채워 줄, 자아성취를 도와줄 도구로, 그리고 봉사의 도구로, 교회에서는 찬양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색소폰만 한 악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을 담당했던 지금 중년층들은 젊은 시절에는 먹고살기 바빴습니다. 일에 쫓기고 쫓겨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도 없고 내면을 성찰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경제적 안정, 사회적 변화와 문화적 욕구의 상승세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만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0.80 세대가 대학시절 때는 청바지와 통키타가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색소폰이 그 바톤을 이어 받았습니다. 6개월 정도 배우면 가요는 충분히 연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아노를 6개월 배웠다고 아니 10년 배웠다고 남 앞에서 연주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독주악기로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대개는 반주자로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아노는 장소적 제한성이 있습니다. 운반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야외에서 연주할 경우는 사전 준비를 하여야 하는 거추장 스러움이 있지만 색소폰은 언제 어디라도 정소적 시간적 제한성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악기의 음량이 크고 솔로악기로서의 매력이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만 연습시 집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색소폰 소리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 표현 할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한민족은 한(恨)의 민족입니다. 따라서 색소폰은 전통 트롯트와도 잘 어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마음에 잘 맞기 때문에 색소폰을 많이 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풍류를 즐기는 민족이었습니다. 선비들은 시조와 그림과 거문고와 가야금으로 명산을 찾아, 계곡을 찾아, 혹은 기생들과 노래를 부르고 술에 취해 학문을 논하고, 정치를 비판하고, 시류의 흐름을 논하고, 자신의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풍류(風流)란 말의 사전적인 뜻은 “어느 한 곳에 매이지 않으며 바람처럼 흘러서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나 일을 떠나 풍치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것이다.”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풍류의 역사적인 배경은 문헌상으로는 필자의 시조가 되시는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쓰신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입니다.
이비의 내용은 신라에 유불선(儒佛仙) 3교가 전파되기 이전에 이미 풍류라는 토속적 종교가 우리나라에 있었는데, 이는 유불선 3교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훌륭한 종교적 사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풍류라는 말이 최초로 생겨난 시기는 단군조선 배달국부터 시작됩니다. 그 후로 풍류도, 신선도 등으로 불러졌다고 합니다. 신라의 화랑도도 풍류도의 뒤를 이어왔다고 합니다. 이들 풍류도의 주된 목적은 모두 삼신상제님을 신앙하고 심신의 수도를 통하여 나라를 수호하고 백성을 위해 봉사함이 목적이었습니다.
신라에서는 풍류도를 화랑 또는 풍월도라 칭하며 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덕목을 다음과 같이 정하였습니다. 풍류도의 실천을 위한 화랑교육 3가지로서는 첫째 도의로써 몸을 닦고 둘째 노래와 춤으로써 서로 즐기며 셋째 명산대천을 찾아 노니는 것 이 가지를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따라서 화랑도란 도의로써 몸을 닦아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고 또 명산대천을 찾아 노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현대 우리들이 즐겨 연주하고 있는 색소폰 열풍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까요? 필자는 선조들의 풍류의 도가 지금 부활 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만큼 한민족의 마음을 달래고 근심과 시름을 없애주고 스트레스를 없애게 하는 악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화랑교육의 세 가지 덕목과도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에의 풍류는 선비들이 자연속에서 시문(詩文)을 짓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풍치 있고 우아한 태도나 생활을 풍류라고 했습니다. 풍류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약간 변질이 되었습니다. 종교성이나 선풍적(仙風的) 의미는 퇴색하고 그냥 경치 좋은 곳에서 연회를 여는 것으로 축소화되어 그냥 경치 좋은 곳에서 술을 마시며 시를 짓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풍류형태이지만 뱃놀이, 가무, 낚시, 기생 등과 같은 잡기적 취미도 풍류의 요소가 되어 나타납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한량이라고 하지요.
조선시대에도 풍류가 근본적으로 즐거움이나 감각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단순놀이가 아니라 자연을 가까이 하며 맛과 멋과 운치를 느끼고 글과 음악과 술을 통하여 여유롭고 즐겁고 아름답게 노는 풍습도 있었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있습니다. 중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선조들의 풍류의 유전자가 복원되어 활성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색소폰이라는 현대적 풍류를 통하여 사람을 사귀고 심신을 단련하고 자유롭게 노는 행위 속에 그리고 술과 사교, 사회적 봉사에 대한 낭만적 풍경이 복원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에 대표적인 풍류모임이 실학자 정약용이 만든 ‘죽란시사(竹蘭詩社)’라는 시 짓기 모임입니다. 죽란시사 모임은 풍류적인 성격에 맞게 모임의 날짜 또한 낭만적이었습니다.
모임의 규약은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화 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 서늘할 때 서지(서대문 밖에 있던 연못)에서 연꽃 구경을 위해 한 번 모이고, 국화가 피면 한 번 모이고, 겨울철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이고, 연말에 화분에 심은 매화가 피면 한 번 모인다.> 입니다.
죽란시사는 모일 때 붓과 벼루 그리고 안주를 갖춰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시를 지으며 교제를 나누었다 합니다. 이렇게 낭만적이며 운치 있는 아름다운 모임이 조선시대에 있었다니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현제 우리는 색소폰만 가지고 모이면 되는 것이지요. 한민족 선조들의 풍류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모임이 죽란지사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색소폰의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모임은 단연코 색소피아라 여겨집니다.
색소피아가 바로 죽란지사의 모임과 같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시대의 진정한 선비들의 모임이 되기를 원합니다. 선조들의 풍류를 복원하고 잘 계승하여 정체성 회복과 자아실현, 복지사회를 구현하고 봉사활동속에 삶의 의미를 확인하고 또한 연주를 통해 서로의 기량을 배우고 칭찬하고 색소폰 선율에 푹 빠져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참 좋은 현대적 풍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풍류문화의 맥을 잇는 모임이 수도 없이 많지만 색소피아도 그런 풍류의 멋을 잘 잇고 간직하가를 원합니다. 색소폰으로 풍류의 맥을 잇고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고 서로의 여가시간을 즐기며 회원들 상호간에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색소폰 연주가 어느 도시 건물공간에서 활동 했다면 풍류적 전통의 맥을 잇는 컨셉으로서는 가장 한국적인 방법으로 자연 친화적인 산속에서나 계곡이나 들판에서 한 토속음식, 막걸리와 함께 전통의 맛을 찾아 즐기면서 연주를 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서 함께 어울려 풍류놀이를 벌이며 한판 신명나게 연주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필자는 색소피아의 설립정신과 전국적인 동호회의 모임과 지역모임의 활동에 대해 고무적이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구 경북의 합동 모임에 처음 참석하여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론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회비를 갹출하는 회원제가 아니어서 최소한의 상업적인 공간은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의 행동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특성상 반드시 돈이 개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럴때는 최소한의 법칙이 적용되어 공동부담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색소폰의 교육과 정보를 교환 할 수 있으며 친목적인 성격이 더 우선적이고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통하여 일심동체가 되고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살고 있지만 또한 이질적인 사상과 종교,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통하여 그리고 색소피아라는 전국적인, 지역적인 모임을 통하여 선조들의 풍류의 맥을 잇고 풍류도의 정신을 잇는 것은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