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에 살 때 종종 대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하루 세 번의 미사는 정해진 시간마다 드려진다. 성당은 관광객을 위해 미사시간에도 -주일 미사나 특별 미사를 제외하고- 개방된다. 관광객들은 미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성당을 구경하면 된다. 미사도 건물도 관광객들에게 커다란 구경거리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양 사람들에게 미사는 더 이상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들은 거기 임재하시는 하나님과 긴밀한 교제를 나누는 의미의 미사를 보지 못한다. 관광객들을 위해 건물뿐만 아니라, 미사에 임재하시는 하나님마저 구경거리가 되게 한 가톨릭교회의 배려(?)로 인해 미사는 수도 없이 반복되는 동일한 연극으로 전락되어 있다. 미사의 중요성보다 건물을 볼 수 있는 권리가 더 중요하게 인식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유럽의 오래된 교회들은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내부수리는 어느 정도 허용되지만, 외부변경은 관리부처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수가 점점 작아져 다른 용도로 변경된 교회 건물들도 많고, 그와 반대로 교인들이 많아져 증축을 할라치면 -물론 교인이 늘어 증축이 요구되는 교회는 거의 없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증축이나 신축이 불가능하다. 세상은 교회가 확장되어 새로운 모습을 갖는 것보다, 그냥 기념비로 남아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진리는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교회 건물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볼거리가 되었다. 그들은 교회는 귀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더 이상 알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은 눈을 통해서만 교회를 보고 있다. 그들은 하나님의 교회가 더 이상 건물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 진리를 드러내야 할 교회가 자신을 세상 앞에 모순 되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유럽으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아직 한국교회는 빠른 속도로 세계적인 교회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한국교회는 양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선교적 측면에서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의 상실 면에서도 빠른 속도로 유럽교회를 뒤따르고 있다. 유럽교회는 양적으로 퇴보하고 있지만, 아직도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많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하나님의 일을 거의 돈으로 한다. 말씀을 묵상하고 주일에 예배 공동체로 모이며,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일을 발견하지 않는다. 교회는 취미생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한 단체가 되었다. 그런 단체는 세상에도 충분히 많다. 세속의 한 단체로 전락되어 가는 유럽교회의 본질 상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 내가 속한 교회를 방문하여 설교를 했던 한 성경번역선교회(GBT) 소속 프랑스 선교사는 지금의 한국이 바로 교회의 본질을 잃기 시작하던 유럽교회와 같다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제 백년 된 한국교회가 벌써 본질을 잃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 심히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 날 대부분의 교인들은 그가 지금의 문제를 왜 그리 심각하게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왜곡의 징조만으로도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을 믿음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일도 역시 볼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참된 교회는 위와 같은 심각한 경고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어느 누구의 말이든지 교회를 향한 경고와 경성의 말들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교회가 바로 갱신되고 있는 교회다. 갱신을 요구하는 것은 교회의 자존심을 훼손시키기는커녕, 교회의 본질회복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 시대 교회에 결여된 것은 성공한 교회에 대한 넉넉한 칭찬이 아니라, 날선 검과 같은 진리의 말씀이다. 사람은 가만히 두어도 충분히 타락을 향해 죽도록 전진하는 본성을 가졌다. 교회도 그와 같다. 갱신을 모르면 진리에서 충분히 벗어나 있는 것이다.
교회가 갱신되어야 한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거나, 비평과 비판을 감당하기 어려운 교회는 유럽교회처럼 관광지가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갱신에 대한 요구에 민감한 반응으로 대치하는 교회들이 새로운 관광지를 형성하는 유행을 만들지 못하도록, 갱신하는 교회가 영적인 싸움을 싸워야 한다.
참고: 2005년 8월 13일 기독타임즈에 기고한 글임
| |
첫댓글 한국교회도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