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에 이명박 대통령이 모내기를 하고, 농부들과 참을 먹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그러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고,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세력들이 난리가 났다. 연출이니 정치 쇼니 말이 많다. 가만히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실수하기를 기다렸다가 재빨리 글을 써 올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같다.
그러니 한 마디 해야겠다.
본디 대통령이란 직위에 있으면 연출도 하고 정치 쇼도 하는 법이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지도자로 거론되는 이들도 다 그렇게 했다.
전에 태풍 매미가 남해안을 휩쓸 때 노무현 대통령은 오페라를 감상했다고 해서 언론이 시끄러운 적이 있다. 그러자 노무현 측에서는 태풍 온다고 대통령더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항변했다. 또 풍수해 때 베트남 가서 골프 친 국회의원들이 망신당하고, 경기도 어디서 골프친 정치인 몇은 아예 생매장당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태풍 피해를 입는 것하고 베트남에서 골프를 치는 건 관련이 없다. 남해안에 태풍 왔다고 모두가 다 엄숙하고 진지할 수도 없다. 그 사이에 누군 태어나고 누군 죽고, 누군 결혼하고, 그런 일상을 계속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무조건 벌떼처럼 달려든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은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일을 결코 하지 않았다. 그런 연출이요 쇼라고 믿기 때문에 수해 복구 현장 같은 데도 잘 가지 않고, 내용적으로만 살폈다. 그래서 일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수해복구의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예산을 세우나? 대책을 세우나? 사실상 아무것도 할 게 없다. 왜냐하면 지자체장이 있고, 거기 공무원들이 있고, 담당 장관에 총리에 청와대 비서들까지 실무를 할 사람은 충분하다. 대통령은 마음을 담은 지시만 내리면 된다. 그러면 그 말을 듣고 공무원들도 힘을 내고, 수해를 입은 사람들도 용기를 갖는다.
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그런다고 기술이 개발되고 수출이 잘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었던 것이다. 대통령이란 그래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농민들 몇몇과 어울려 소탈하고 음식을 나눠먹고, 웃으면서 모내기 하는 모습을 갖고 시비걸어서는 안된다. 그러기로 말하면 노무현이 기타 치며 눈물 짓는 영상은 왜 선거용으로 쓰는가.
정치인은, 특히 대통령은 마음으로 국민을 다독거려야 한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비상한 시국이다. 이럴 때 대통령이 시장이나 농어촌 현장, 산업 현장 같은 데를 돌아다니면서 힘겨워하는 국민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그렇게 안한 노무현이 잘못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야 몸이 불편해서 그러지 못했지만, 젊은 노무현이 그러지 않은 것은 대통령직에 대한 학습이 덜돼서 그랬던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도자요, 지도자는 국민을 이끌어갈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싸움질이나 하고, 편가르는 것은 나쁜 것이다.
국민들 개개인까지 죄다 정치적으로 변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말 한 마디 하는 것까지 죄다 편이 갈려 이러면 못쓴다. 다같이 잘 살아야지 남 밟고, 남 죽이려는 이는 누구도 살리지 못하고, 돕지도 못한다.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