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기대가 너무 컸었던 걸까?
아님 그의 말대로 전날공연의 무리때문이었을까?
J.B’s Vanguard…..그 이틀째의 공연은 그의 라이브를 보기위해 15년을 기다려왔다는 JB매니아들에게 일희일비의 교차가 연속되는 순간들로 이루어졌다….
90년대이후 발표된 그의 화려한 발라드앨범은 물론, 시나위, 외인부대, 아시아나를 거치며 포효하던 그의 샤우팅을 기억하던 이들앞에 나타난 임재범은 그러나 안타까울 정도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음부분에선 수차례나 목이 잠기고 일부곡에선 불안한 음정들로 인해 보는 이들의 손바닥에 땀을 쥐게 하곤 했으니….전날 공연의 후유증이라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치더라도 자타가 공인하던 국내 최고의 락커라는 명성은 자칫 흔들릴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갈라지는 목소리를 부여잡고도 절규하듯이 한소절 한소절을 이어나가던 그 독기어린 자존심만큼은 그의 매니아들에게 충분히 그 열정을 전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이번 공연을 그의 첫.번.째 콘서트라 명명했으니….
그의 말대로 좀 더 많은 연습을 한 후 다시한번 돌아오겠다는 그의 약속을 믿는 수 밖에…
# I 오프닝.....
1. 비상
중세 바로크풍의 성벽같은 웅장한 셋트를 배경으로 15년만에 관객들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오프닝곡은 “비상”….그러나 관객들의 관심은 그의 노래가 아니라 바로 “그” 였다….긴머리에 거칠게 기른 수염은 예의 그 카리스마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 그간의 한을 풀어보자는 열기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젠 세상에 나갈수 있어…당당히 내 꿈들은 보여줄거야…..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하늘로 더 넓게 펼쳐보이며…..”……그가 비상을 시작했다…
# II 그의 최근작들.......
2. 총을 내려라
3. Six Chapter
4. Key
5. 사람과 사람들
지난 10월 중순 발표한 그의 5집을 선보이는 순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장면이 담긴 영상과 함께 강한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총을 내려라”를 시작으로 그의 최근작들이 들려왔다…..그가 발표한 5장의 솔로앨범중 가장 다양하면서도 가장 임재범답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앨범의 곡들은 그러나 발매된지 얼마되지 않은 탓에 객석에는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몇몇의 목소리들 너머로 막대불빛만 휘황찬란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 III 그를 세상에 알린….발라드들…..
6. 사랑보다 깊은 상처
7. 그대는 어디에
8. 새장을 열다
9. 너를 위해
90년대 이후 발표된 그의 솔로앨범들에서 선곡된 발라드곡들이 이어졌다….”새장을 열다”는 그의 최근작 5집곡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의 유명한(?) 발라드곡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듯이 보였다….
게스트는 없을 것이라는 사전예고가 있긴 했었지만 ‘설마 박정현이야 나오겠지’하는 팬들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오랫동안 기다려왔어…” 박정현의 리드미컬한 음성과 함께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울려 퍼졌으나 정작 임재범의 목소리는 이때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사랑보다 깊은 상처”의 고음부분에서 잠기기 시작한 목소리는 “그대는 어디에” “너를 위해”에 까지 이어졌고, 마이크를 부여잡고 온몸을 활처럼 구부린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불안한 고음처리를 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쇠락한 거장의 모습에 다름아닐 정도로 안타까운 지경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절규하듯이 곡을 마친 그에게 더 많은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음은 물론이고…..나 역시 노래를 듣는 동안의 안타까움보다는 “그래 15년만에 첫번째로 준비한 무대인데…”라는 반가움들이 그에게 박수를 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어제 너무 오버를 한 탓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과 더 많이 연습을 해서 꼭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 약속을 믿기로 했다…..
# IV 80년대로….
10. Rock in Korea
11. Tom Kat
12. The Same Old Story
13. Paradom
14.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
15. Julie
16. 크게 라디오를 켜고
개인적으로 임재범의 콘서트를 손꼽아 기다려 온 이유가 바로 이 무대때문이었다….신대철과 김도균이 함께 무대에 선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그건 지나친 욕심일 터….그의 폭발적인 샤우팅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아쉬운 점은 공연장인 체조경기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향볼룸에 비해 보컬의 파워가 웬지 떨어지는 듯하던 점인데….곡이 끝난 뒤 “많이 늙었죠?…..”하며 싱긋 웃는 그의 표정에 “그래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한숨이야 길게 나왔지만 어쩌랴…………
그의 나이가 벌써 40을 훌쩍 넘은 지 오래고 그건 벌써 20년전 가까운 일인데……
간간히 선보이는 그의 사뿐사뿐한 헤드뱅잉도 3명의 기타멤버와 함께 선보이는 아기자기한 기타액션도 그가 지금 내보일 수 있는 최고의 매너인 걸….
“Rock in Korea”에서부터 흥분하여 점핑을 시작한 플로어의 관객에 비해 스탠드의 관객들이 바로 스탠딩으로 호응을 해주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던 점은 마찬가지…..
약 4,000여명의 관객들 각자에게 임재범은 그만큼 다양하게 비춰질수도 있을게다……80년대후반을 풍미한 락커일수도…..90년대 얼굴없는 유명한 발라드가수일수도…
그러나 중요한 건 그는 결국 돌아왔고 지금 이자리에서 관객들은 그를 각자의 방식으로 맞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V 5집의 나머지곡들…그리고 고해
17. 살아야지
18. Seaside
19. 고해
하나의 Scene이 바뀔때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장면장면에 맞는 컨셉을 준비하던 그는 5집의“살아야지”와 “Seaside”를 연달아 열창하고는 역시 잠깐 옷을 갈아입으러 사라졌고 그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미리 준비한 멘트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오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것과 15년을 잊지 않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이 노래를 바칩니다”라는 예의 그 굵직한 목소리의 헌사….
그리고 “고해”가 터져 나왔다….
검은 연미복장으로 등장한 그는 정말이지 혼신의 힘을 다해 "고해"의 한소절 한소절을 열창했고 지친 그를 위해 관객들은 더 커다한 목소리로 노래를 함께 불러주었다….아티스트와 관객들이 한 목소리 한 몸이 되는 순간이었다....
관객들의 머리위에서 한없이 춤추던 막대형광봉들이 그 빛을 더해가는 순간 그는 노래를 마치고 무대뒤로 퇴장했고 관객들은 여지없이 앵콜을 외치기 시작했다…..
#VI 앵콜
20. 이밤이 지나면
21.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임.재.범.임.재.범을 외치는 관객들….그가 다시 나오는 시간이 길었다….
관객들이 지쳐갈 무렵 등장한 그는 “이밤이 지나면” 과 신곡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앵콜곡으로 대신했고 함께 공연을 한 세션과 코러스의 멤버들을 일일이 소개하는 순서를 가진 후 그의 첫번째 콘서트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중세시대의 웅장한 고성을 무대배경으로 스펙타클한 영상연출과 카리스마 넘치는 허스키보이스, 15년을 기다린 팬들의 열정이 함께 어우러진 그의 콘서트는 그렇게 끝이 났다….
에필로그
가끔씩 개인적으로 국내 최고의 락커나 누구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임재범을 꼽곤 했다….개인적이라는 사족이 항상 달리긴 했지만 번번이 내가 자신있게 그를 꼽았던 이유는 아마도 시나위1집을 시작으로 Rock in Korea, 외인부대, Asiana 등의 앨범속에서 내지르던 젊은 시절의 가공할 샤우팅이 기억에 오래 남았던 탓이기도 하거니와 병적으로 상업적인 홍보활동을 거부하며 대중앞에 서기를 거부하던 그의 기행으로 인해 나 혼자만 간직한 어떤 보물처럼 그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그가 결국 언젠가는 대중앞에 서 주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로 인해 그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지는 것 역시 두려운.....
그런 그의 15년만의 개인 첫.번.째.콘서트라는 무대는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했으나 분명 차고도 넘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더 반가운 건 그가 예전과 달리 앞으로는 공연활동을 계속 할 의향을 가지고 있단 거다…
그는 분명히 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난 오늘의 그 안타까움들이 그의 말대로 전날공연의 후유증으로 인한 것인지 아님 임재범이라는 그의 이름 석자가 과연허명에 불과한 것이었는지 한번쯤은 꼭 확인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그런 이유들로 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의 공연에 반드시 또 가게 될 것이다….
PS.
공연중 사진촬영이 절대금지였다….
딱히 임재범의 공연만 그런 건 아니었지만 대개의 공연은 대충 알아서들 적당히 찍기가 일쑤인데 카메라만 꺼내들라치면 어떻게 알고 나타나는지 검은양복의 친구들이 다가와 제지를 하는 통에 사진찍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고 그렇쟎아도 고질병인 수전증이 이친구들 때문에 이날은 더욱 심했다….ㅠ.ㅠ
공연시작전....셋트가 굉장히 웅장했다.....
공연직전...무대위로 비친 그의 콘서트 포스터.....
공연중....멀티비젼에 비친 그....수전증...-_-;;;;;;
공연중....."살아야지"를 부를때쯤으로 기억...
역쉬 수전증....ㅠ.ㅠ
첫댓글 후기 감사드려요 ^^ 저도 첫번째 콘서트라는 말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정모날이라... 자세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