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폭스: 창조적 영성으로 나가는 네 가지 길
Creation Spirituality / Matthew Fox
나와 하느님의 관계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는 독실한 로마 가톨릭 집에서 태어나 여섯 명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나는 12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여러 달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가 다시 걸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꿈은 축구를 하는 것이었지만 삶의 거의 모든 부분과 함께 그 꿈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죽음에 대해서 어른들 보다 훨씬 더 솔직하게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의 그때 체험이 그랬습니다. 그 체험은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다시 걷게 되고 축구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사로 잡혔습니다. 그때부터 감사의 마음이 내 영성의 중심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것은 다리를 갖고 있다는 놀라움, 또는 그밖에 또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놀라움이나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놀라움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가톨릭 사제가 되려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사제가 되려고 마음 먹기까지는 여러 가지 사건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는 내가 살던 위스콘신의 아름다운 호수와 들판과 숲 속에서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미사 특히 토요일 미사에서는 신부님들이 구약성서의 지혜문학을 낭독하곤 했습니다. 지혜문학은 어머니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나의 영혼에 다가왔습니다. 나는 남자이지만 그 이야기들을 통해 하느님의 여성성 영역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그것은 1950년대의 문화적 흐름과도 어울리는 일이었습니다.
음악도 나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베토벤을 고등학교에 다닐 때 처음 들었는데, 그의 음악은 내 영혼을 약동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세익스피어를 비롯한 문학 작품, 특히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같은 소설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의 기도 체험은 신비롭기도 하고 예언자적이기도 합니다. 기도를 통해 삶에 대한 깊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신비로운 측면이고, 공정하지 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하느님의 고난에 의지하여 똑바로 선다는 것이 예언자적인 측면입니다. 나의 영성과 하느님 체험은 이렇게 신비로운 측면의 기쁨과 예언자적인 측면의 투쟁이 결합하여 변증법적으로 창조됩니다.
하느님에게 가는 길은 많습니다. 나는 특히 그 중에서 내가 "창조적인 영성으로 나아가는 네가지 길"이라고 부르는 방법을 통해 신성을 체험합니다.
첫 번째는 ’긍정의 길(Via Positiva)’입니다.
이것은 창조의 은총을 통해 신성을 체험하는 길입니다. 13세기에 활동한 신비주의 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이 길을 ’현존(is-ness)’이라고 불렀습니다. 풀잎 하나를 뜯어 들고 그 색깔과 모양과 그 속에 간직되어 있는 20억년의 역사를 체험합니다. 예술가라면 풀잎 하나를 그리면서 그 속에 담긴 신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태양을 보면서, 강아지를 보면서, 또는 친구를 보면서 경외심에 사로 잡힐 수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성스럽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존재 속에 깃들이어 있으며, 그들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만물 안에 현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길을 통해 신성을 체험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의식입니다. 만물 속에 현존하는 신성을 체험하기 위해서, 그리하여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을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부정의 길(Via Negativa)’입니다.
이것은 어두움, 비움, 무(無), 공(空)을 통해 신성을 체험하는 길입니다. 자신이 고통 속에 있을 때 또는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볼 때 하느님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심이 듭니다. 그럴 때 이 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자기를 낮추고 가라 앉아야합니다. 그때 우리는 어디까지 가라 앉아야 끝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끝까지 낮추었던 예수께서는 "내가 곧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라 앉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신적인 체험이라는 뜻입니다. 이 길을 가기 위해서는 강한 신뢰심이 필요합니다. 어둠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성의 계시입니다. 어둠은 궁극적으로 신성의 침묵입니다. 그 침묵을 통해 하느님과의 결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창조의 길(Via Creativa)’입니다.
이 길은 폭발을 통해 가는 길입니다. 에크하르트는 이 길을 표현하기 위해 ’돌파’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어둠의 밑바닥에서 탈출하여 또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여 빛으로 나오는 체험입니다. 수난(부정을 통한 길)을 체험한 예수께서는 부활(창조를 통한 길)의 새아침을 맞이합니다. 무덤을 막고 있던 바위가 굴려지고 무덤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우리는 가라 앉는 과정에서 껍질을 벗고 자기를 비웁니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세 번째 길, 곧 창조를 통해 신성을 체험하는 길입니다.
나는 작가로서 글쓰는 작업을 할 때, 내가 나보다 훨씬 더 위대한 영의 도구로써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자각이 들때가 종종 있습니다.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다른 예술가들도 아마 비슷한 체험을 할 것입니다. 나를 통해 진실된 그 무엇이 들어옵니다. 그것은 내가 ’부정의 길’을 통해 자신을 비웠기 때문에, 외적인 사물에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창조의 길’을 통해 거대한 신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존재의 어떤 차원에 창조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과 함께 창조의 동역자가 되는 길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우리는 당신과 함께 창조해 나갑니다. 당신은 창조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합니다."
네 번째는 ’변형의 길(Via Transformativa)’입니다.
이것은 창조성과 기쁨과 부활의 능력을 사회를 향해 발산하는 길입니다. 이 길은 평화의 복음을 함께 나누는 예언자가 가는 길이며, 토마스 아퀴나스가 "그대의 명상의 열매를 나누라"는 말로 표현한 길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우리의 명상의 열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상태의 사회제도나 문화에 만족하고 안주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은 투쟁의 길이고, 자비의 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우리의 생명의 양식이 되는 길입니다. 이 길을 통해 새 생명을 누립니다. 하느님은 이 길은 가는 사람을 모든 것에서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풀잎의 순진무구함을 볼 수 있는 어린 아이처럼 만들어 줍니다.
이 길은 우리를 육체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구조를 바로 잡는 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활동이나 니카라구아의 혁명 같은 것이 창조의 길을 사회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후략...
대략 이 정도가, 카톨릭 사상가인 매튜 폭스가 이야기하는 '창조적 영성에 이르는 네 가지 길'인데...
나름, 흥미로운 통찰인 것 같아서
소개해 봅니다.
감성적 영성에 머무르지 않고,
창조적이고 변혁적인 삶에 까지 이르는 영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첫댓글 개혁주의 기독교 안에서 뉴애이지 신비론의 옹호자로 가장 자주 입에 오르는 사람이 메튜 폭스입니다. '원래의 축복', '우주적 그리스도의 오심'은 우주적인 영성을 안내하는 책으로서 내재신론을 강하게 어필하는 책의 으뜸입니다. 가톨릭과 주류 개신 교단에 많은 지지자를 갖고 있기도하지요.
"신성은 모든 피조물에서 발견된다. 우주의 그리스도는 모든 피조물 안에 있는 '나"다' 어찌보면 에크하르트가 추구한 것과 일맥 상통하지요. 폭스는 신비주의가 인류에게 필수적이라고 했읍니다. '에큐메니즘'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는데 혼합영성과 같은 의미입니다. 혼합영성은 각각의 종교의 한계를 넘어 모든 종교의 핵심에 도달하는
일종의 연합을 의도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폭스가 말하는 영성과, 성서의 역사적 영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세부적인 내용은 별개로 하구요...(지나치게 신비적인 것 같아, 저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 많구요)
영성의 측면으로 제시한 4가지 길에 관한 통찰은 꽤 괜찮아 보입니다.
폭스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좀 더 듣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