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나영이 주치의'의 분노>라는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인터넷판에는 '나영이 5번 진술 허용한 의사 제정신인지'라고 더 과격한 제목으로 뽑아놓았다. 장삿속이다.(무조건 팔아치우려는 못된 저질 장사꾼이다. 누가? 중앙일보 인터넷판이. 언론도 다를 바가 없다.)
어쨌든 주치의는 아니고, 정신과 담당 의사다. 주치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외과, 성형외과 등 다른 의사들도 있으니 이렇게 말하면 안된다.
이른바 '나영이'를 뒤늦게 치료하기 시작한 의사 신의진 씨가 화가 나서 다른 의사들과 검사들을 나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간의 성폭력 방지 운동은 대개 정치인들만 골라 두드려잡는 식으로 진행되어 조두순 사건에서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하지도 않았다. 난 모든 걸 정치적으로 보고, 정치적 이득이 있어야만 달려드는 이 나라 성폭행관련단체들에게 큰 신뢰를 주지 않는다.
신의진의 인터뷰 내용이 다소 과격한 것은, 바른 말이지만 똑부러지게 말한 것은 그가 0420~25코드이기 때문이다. 다 옳은 말이다. 정작 성폭행 사건에서 외상 치료를 맡은 의사들이 사건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정신과 치료에 대한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검찰, 경찰, 의사들에 대한 성교육, 정신과 치료에 대한 안내 등을 해야 한다고 본다.
성폭행 분야만이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는 꽤 늦게 알려진 개념이다. 육이오 때만 해도 그런 개념이 없이 살았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때 동석했던 여성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말도 없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누구나 정신치료를 받아야만 하는데, 그런 필요성조차 모른다. 시간이 약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인지가 가능한 세 살 짜리 아이라도 사건에 노출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그러면 언젠가 반드시 다른 사건으로 돌출된다.
외상이 없으니 말로만 치료하는 게 뭐 대수냐고 다른 외과, 내과 전문의들이 말할지도 모르지만 마음은 몸보다 더 중요하다. 또 정신과는 말로만 치료하는 곳도 아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신과의 영역도 넓어지고, 치료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혼하거나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자녀가 사망하거나 사고사를 목격하거나, 이렇게 큰 사건을 겪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다. 치료를 받는 게 아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