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품 수집과 감상법 18 - 섬유미술
작년 11월 홍콩크리스티 경매에서 청바지 작가로 잘 알려진 20대 후반의 작가 최소영의 '반여동 우리집'이 2억1천여 만 원에 낙찰되었다. 물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의 대님으로 붙이고 이어가며 우리네 풍경을 만들어낸다. 최소영의 풍경화는 섬유의 특성을 잘 활용한 미술의 성과다. 또한 80년대 초반 미국에서 귀국한 정경연과 같은 작가는 노끈과 밧줄, 장갑 등을 활용한 설치미술을 선보임으로서 섬유미술의 한계성을 극복하여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80년대 이후 예술의 자율성과 미술재료의 다양성 등으로 섬유 공예에서 섬유예술 혹은 섬유미술이라는 용어로 그 영역이 더욱 확장되어 가는 시점이다. 미술이 가진 재료의 자율성과 표현기법의 확장에 따라 미술시장에 유입되는 다양한 소재들 중에서 섬유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으로 이해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섬유미술은 실로 그림을 짜는 ‘타피스트리’를 비롯하여 염료를 천에 착색시키는 ‘염색’, 섬유를 부분적으로 착색하여 원하는 무늬를 만드는 ‘날염’, ‘텍스타일 디자인’, 다른 질감의 재료를 혼합하여 제작하는 ‘믹시드미디어’ 기법,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통한 자유로운 표현 영역이다.
이제 섬유미술은 작품을 위한 하나의 표현방법이다. 섬유공예나 섬유디자인에서 더욱 확장된 개념으로서 섬유예술이라 이해하여야 한다. 최근까지 공예라고 하는 실용적 부분에 의해 순수회화에서 등한시되어 섬유공예 혹은 섬유디자인으로 불리어 왔다. 섬유미술은 근대화가 시작되는 1960년대를 중심으로 실용적이며 간편한 염색 공예와 만나 자수와 염색공예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근대화라는 사회적 욕구에 맞춰져 자수보다는 염색섬유를 선호하면서 순수예술의 것과 실용적 공예라는 부분이 혼재하여 왔다. 8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영향으로 섬유 조형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이 생겨나면서 공예적 입장보다는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것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현재의 미술시장은 표현양식에 대해 상당히 자유롭다. 미술투자의 관점에서 역시 어떠한 재료를 활용하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회화나 조각에 비해 섬유공예가 경시되는 시기를 가지기도 하였지만 실험과 도전정신을 활용하면서 예술성과 조형성이 가미된 많은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공예라고 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