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경영학과 최인규
막 군대를 제대하고 일을 하던 때였다. 같이 일하면서 만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S여대를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는 같이 일을 하면서 친해졌고 연인 사이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그녀를 사귀고 몇 달 후,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줄려고 갔다가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다. 날 잠깐 들어왔다 가라고 하셨고, 안에 들어간 나는 그녀의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름이 모냐… 어디에 사냐… 그리고 마침내 내가 두려워하던 질문이 나왔다..
“그래.. 학교는 졸업한 건가? 학교 어디 나왔나?”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를 마치고 현재 일을 하고 있으며, 대학은 다녀본 적 없다고 솔직히 말씀 드렸다. 그녀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러냐고 하셨고 대화는 그걸로 끝났다.
나중에 그녀에게 물어봤다. 부모님이 나에 대해서 모라고 하시는지… 그녀는 말을 얼버무렸고,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러냐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 우리가 놀 때마다 걸려오는 전화… 조금만 놀고 빨리 들어오라는 그녀 부모님의 전화를 들으면서, 난 그분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를 만나 데이트 시작한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와서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고, 나도 이제 돌아가려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눈물이 났다. 학벌이 그렇게 중요한지, 내가 그렇게 딸의 남자친구로 부족한 건지, 서러워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다음날부터 대학에 들어가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 찾아봤다. 수능 봐서 들어가는 것은 해야 할 것도 많은데다가 4년 동안 다녀야 한다는 것이 부담되었다. 또 다른 방법인 일반편입의 문은 생각보다 좁았다. 경쟁률은 높았고, 내가 과연 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만 들었다. 그러던 중에 학사편입을 알게 되었다. 경쟁률은 일반편입에 비해서 훨씬 낮았고, 미달되는 과도 있어서 잘만 쓰면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사편입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학원은 브라운편입학원으로 정했다. 학사편입전문학원이라서 학점관리까지 해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일단 학사학위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나는 학점이 없었고, 고등학교 때 딴 자격증과 군대에 있을 때 따놓은 자격증이 전부였다. 12월 시험까지 약 10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그 기간 안에 학사학위 따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힘들거라고 담당선생님이 말씀하셨지만 나는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접해보는 영어… 게다가 학점관리하랴… 시간이 정말 모잘랐다. 하지만 잠을 줄일 수는 없었다. 8시간은 꼭 자야했고 잠을 줄이면 수업하다가 졸았다. 차라리 실컷 자고 집중해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잠은 많이 잤지만 깨어있는 시간에는 한치도 낭비도 없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썻다. 처음에는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게 적응이 안되서 오래 앉아있기 힘들었다. 그래서 서서 공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서 공부할때는 어휘만 했다. 다른 과목은 서서 하기 힘들었다.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더 큰 고비는 그녀와의 이별이었다.
9월말. 그녀는 공부에만 매달려 잘 만나지도 못하는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별한날 공부시작하고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처음으로 학원수업을 빠졌다. 하루 학원을 안나가자 김성익 원장선생님이 전화를 해주셨다. 항상 보이던 녀석이 안보여서 전화해봤다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김선생님의 전화에 나의 일을 다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나를 격려해주시면서 이럴 때 공부로 슬픔을 잊어야 된다고, 낼 아침 일찍 나오라고 하셨다.
그녀와 헤어지고 3일후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잡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2주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시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12월이 되었다. 떨리기보다는 빨리 시험을 보고 홀가분 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시험이 끝났고 발표날.
1차 합격자 발표에 붙은 대학은 하나도 없었다. 좌절했다.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다 떨어지면 어쩌나 무서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여기저기서 합격했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난 그중에서 외대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내가 한국외대 학생이 된 것이다.
망설임 끝에 예전에 헤어진 그녀에게 전화했다. 합격했다고 말하자 그녀는 축하한다고 해주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안부를 물었고, 그녀는 현재 다른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녀에게 잘지내라는 말을 하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약간 섭섭한 것도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이제 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누가 학벌을 물어봐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한국외대 경영학과 다닌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