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CEO들이나 교회의 담임 목회자들이 모이는 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Tea Break의 화제는 팔로워(Follower)에 관한 것입니다. 공통적으로 사람이 없다는 말을 합니다. “어디 쓸 만한 사람이 있어야지.”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바로 팔로워에 대한 갈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저기 온통 사람 찾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자신은 리더이고, 자신의 기준에, 또는 자기 취향에 맞는 추종자들을 찾는 것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이미 자기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도 말이죠.
우리가 속한 공동체나 기관을 살펴보면 성장을 해 갈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복잡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갑니다. 그러는 사이에 여러 그룹의 리더들이 세워지기 마련이죠. 교회를 예로 들어 보면, 보통 남녀선교회가 구성되고, 교회학교가 만들어지고, 그밖에 교회의 사역을 감당해 낼 여러 기관이나 팀들이 조직됩니다. 그래서 소위 기관장회의가 소집되면 그 교회의 전체성도 수에 비해 꽤 여러 명의 리더들이 참석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조직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뜻 보면 성도들 모두가 리더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동체나 조직이 건강하게 발전하고 못하고 하는 것은 그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가 얼마나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느냐 따라 좌우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조직의 팔로워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역할을 잘 해 주느냐를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리더십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팔로워십(Followership)을 생각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팔로워십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의 경영학자 로버트 캘리(Robert E. Kelley)는 그의 책 ‘팔로워십과 리더십’에서 자신의 집 열쇠를 찾느라 고생하는 한 남자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 남자는 밤이 늦도록 이 술집 저 술집을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다가 그만 열쇠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는 가로등 밑에서 거의 기다시피 하며 열쇠를 찾았습니다. 한참을 찾던 그 남자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옆에 있는 가로등 밑으로 가서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 했습니다. 그 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이 그 남자에게 열쇠를 잃어버린 장소가 가로등 밑이냐고 물었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소” “그런데 왜 가로등 밑만 찾고 있는거요?” “그거야 불빛이 여기밖에 없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요”
로버트 캘리는 이 엉뚱한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우리는 리더에게 비추어지는 불빛에 현혹된 나머지, 조직의 성공을 이끄는 열쇠가 어두운 곳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가능성에 대해서는 눈이 말고 말았다.”고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리더의 역할만 강조하다 보니 함께 가는 사람들, 즉 팔로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우리가 섬기는 교회는 가로등 밑보다는 그 주변이 훨씬 넓고 중요합니다. 다만 비춰지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키는 그곳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리더십 못지않게 팔로워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좋은 팔로워를 세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어떤 교회의 후임자로 취임한 목사님이 전임자인 목사님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목사님, 어떻게 그런 신자들을 이끄셨어요?” “정말 말을 안 들어요. 도대체 뭘 해보려고 해도 따라와야 해 보죠” 그러자 전임자 목사님은 후임 목사님이 말하는 그 신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는 자기도 속상할 때가 많았고, 언제나 동역자로서 역할을 하게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함께 지내면서 믿음도 자라고 점점 좋은 일꾼이 되어갔던 사람들..., 전임자 목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러는 사이에 서로에게 좀 더 신뢰가 생겨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 목사님은 후임 목사님에게 차마 겉으로는 하지 못한 얘기를 속으로만 생각합니다. “아직 당신은 그들의 리더가 되지못한 상태인 것 같네요.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이끌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과 같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님을 따라 가 보세요. 그러면 머지않아 그들이 당신에게 앞으로 나가 자기들을 이끌어 달라고 할 겁니다.”
리더는 팔로워를 찾으려고 하기 전에 먼저 팔로워 속에 들어가 팔로워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파울러가 그리우십니까? 좋은 파울러가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