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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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사내와 키 작은 사내는 어릴 적 친구다. 고향 산소로 자살하러 가는 큰 사내와 작은 사내는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로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어린 날 추억으로 젖어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자신을 쫓는 형사와 범인임을 서로간 직감한다.
어느 순간 작은 친구의 손이 옷 안쪽으로 들어가고 큰 친구는 아마 권총이나 수갑이 나올 것이라 예측하며 멈칫하는데,
열여덟 개피 남은 답배갑을 작은 친구가 범인에게 건넨다. 하루에 한 개씩 피우라며 웃어 보이자 큰 키의 사내도 영문도 모른 채 웃음을 터트린다. 두 사람의 웃음 소리가 산골 눈 덮인 적막을 깬다. -동행
동창회 고향 모임(10.10일)
1.동기:
동창회라고 해도 요즘처럼 급변하는 국제화시대에 무슨 큰 의미가 있는가. 교통이 없었던 과거에 천 리 길 한양으로 떠난 사람들한테는 향우회나 동창회는 그대로 고향이고 부모, 형제이상으로 객지에서 든든한 원군으로 삶의 버팀목이었을 테지만 2015년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향우회나 동창회를 외치듯 내세우는 것은
혹자或者의 눈에는 어쩌면 지역주의의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린시절 추억을 함께 공유한 그래서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개별적인 친분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라도 있을 수 있기에 고향축제에 동행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2015년 8월 29일 신당동 동창모임에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동창회같은 전체 모임은 화려하고 흥성함 뒤에 불편함이나 서먹함이 존재할 수 있고, 뜻이 맞는 사람들의 소규모 모임도 화려함이 부족한 대신 따뜻한 정이 흘러 더 좋을 수도 있으니 그러니 무엇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2.준비
행사장이 지평선축제이다 보니 당연 고향 친구들이 주축이 되어야 하는데 처음에 32회 김제팀장(박창원)이 내려오는 서울 친구들을 위해 식사 전체를 준비하겠다면서 이명식 총무와 시작하였는데, 결국 고향친구들 모임인 삼이회(회장 박명수) 14명이 전체 동참하여 합심하는 것이 모양과 의미가 있다는 결론으로 선회하여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서울에서도 행사준비장(주옥정)이 적극 홍보를 하게 되어 그나마 움직임이 더 있을 수 있었고 벽골제 도착 후
2차 연회장소인 동문회관을 선정할 수 있었던 것도 행사를 쉽게 준비하는 한 요인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동창들이 참석의사를 밝혀 규모가 커졌고 결국 70여명이 참가하게 되었는데 단일 기수로 고향에서의 모임으로는 최대의 규모다.
고향이나 서울에서 더 많은 인원이 참가의사를 밝혔는데 예기치 못한 개인 사정으로 올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어 안부를 전하는 임무가 주어지기도 했다. 서울에서 차량이나 음료 등을 준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음식준비나 행사장소 청소 등 고향쪽 친구들이 이래 저래 고생을 많이 한것이다.
3.진행
출발 전에 차안에 26명이 동승했는데
[마지막에 숨을 몰아쉬며 등장한 김영자.
40년만에 고향 간다는 중앙대 여사 문길녀.
바위섬으로 유명한 귀여운 여인 김미선.
1년 중 10월을 유독 좋아한다는 황금수
대학에서 19금 이야기를 전공한 박미자.
몸 반쪽만을 찍어 달라는 분당 여인 강경자.
벽량의 문주란, 노래 잘하는 박양주.
부지런히 봉사하는 총무 김정숙.
소리없는 은근함으로 웃기는 박점자,
건강상식이 풍부한 의사같은 김경숙.
관광차에 능숙한 산악대장 유예옥,
훤칠한 명동 피부과 원장님 김금님,
진짜 고추 농사꾼이 되었다는 신경자.
마이크를 처음 잡는다는 안산댁 정진숙.
가장 젊은 모습의 오랜만에 보는 주복실.
동창회에 매사 적극적인 고마운 시정애.
건강함이 눈에 보이는 듯한 국장님 김동환,
과묵하게 뒷자리를 차지한 흰머리 정완석,
한 눈에 봐도 건축 1번지 일꾼다운 이천식.
요양원 29명의 어르신을 돌보는 이방형 원장.
모자를 눌러 쓴 채 석고상이 되어 있는 김경석.
사진을 찍으며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는 안형준.
운전석 뒤에 나와 영복이, 옥정이 우리 3명은
광동제약 건강약을 잘 알지도 모르면서
마치 경쟁하듯 토론하다가 3명이 동시에 덜컥 싸인을 했다.
서울을 출발하는 경부 고속도로에 비가 내리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날이 개는 듯하더니 바람이 불고 다시 비가 조금 내린다. 지평선의 상징인 雙龍주변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약속했는데 비바람으로 못하고 부량 농민회관으로 바로 가니 먼저 온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주로 술을 위주로 하는 주막이라 마땅한 점심메뉴가 없다기에 점심을 떡국으로 준비하였는데 막걸리 맛이 두 배나 더 좋았다.
오후 3시에 동문회관으로 이동하니 고향 친구들이 먼저 돌아와 식탁에 음식준비를 해 두고 기다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객지에서 온 친구들을 위하여 희생하는 모습이 고마움을 넘어 미안하기까지 하다.
홍어회와 전어회 떡과 과일 술과 음료까지 만찬 그 이상의 성찬인데, 여자들한테는 홍어회가 독하다면서 무침을 준비하여 온 전주시청 김정희의 섬세함이나 저녁식사 대용으로 김밥을 참가인원 전체의 숫자만큼 챙겨온 광주에서 온 이은실, 박미자, 서안순 3인의 마음도 동창회가 존재할 수 있는 힘이다.
서울을 제외한 허석기를 포함한 경기도권 친구들과 멀리 부산에서 열성적인 덕례도 왔고, 동창모임에서 유일한 찬조자 울산에서 온 현대중공업 자재지원부장 이중득도 참석했는데 부장 포스가 풍기는 반가운 얼굴이다.
지평선 축제를 지휘하는 김제시장 비서실장 정업이가 바쁜 중에서도 기념품까지 전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칠봉이나 경신이를 비롯한 전주팀들이 많이 왔는데 언제나 든든한 32회 지원군이다. 임원진의 인사에 이어 고향에서 수고하는 부량면장, 번영회장, 벽량초 명예회장까지의 격려사를 마치고 오래 기억에 남을 32회 동창들 향연이 이어졌다. 어둠이 올 때까지 계속된 노래는 부슬비 내리는 고속도로에 이어져 10월의 밤을 장식하면서 서울에 도착했다.
4.정리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반가움 속에 어색함도 당연히 존재할 것인데 내년 또 그 이후 모임 때는 부드러운 場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문회관을 거의 몇 개월씩 비워두다 보니 준비하는 고향 친구들이 고생이 많았는데 차후에는 시내 회관을 대여해야 할 듯하다.
고향의 정취에 취하여 약속된 시간에 자리를 지키지 못해 차량에 탑승하지 못한 부분이나 행사장 내에서 준비위원이나 초청자의 격려사가 있을 때 집중하지 못하고 다소 개인의 목소리가 많아서 미안하고 당황스러웠는데 앞으로는 품격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어느 일이든 마치고 나면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이 번 행사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다만 이명식, 김정숙, 주옥정, 박창원, 임정업....등 많은 친구들의 열정과 동창에 대한 애정이 물씬 와 닿은 것은 커다란 위안이 아닐 수 없다
--------------------------벽량 32회 동창회장, 김종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