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이 없나요? 불안한가요? 한방차를 드세요
신종플루 예방 효과도… 수능 앞둔 수험생엔 감국차
잦은 술자리엔 감초·쌍화차 면역 강화엔 황기·구기자차
때이른 초겨울 추위가 닥친 지난 2일 낮 12시 30분, 퓨전 국악으로 편곡한 조지 윈스턴의 재즈 선율이 흘러나오는 서울 종로구의 한방차 테이크아웃 전문점. 막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3~4m 줄지어 서 있었다. 손님들이 받아드는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것은 한방차였다. 석류오미자차를 주문한 직장인 최지은(28)씨는 "친구 중에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생긴 뒤로 면역력을 생각해 커피 대신 한방차를 마신다"고 말했다.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커피 대신 한방차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보양(補養) 기능이 있는 한약재의 효능은 취하되, 연하게 달여 음료로서의 맛도 살린 한방차의 장점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인삼차 정도에 그쳤던 한방차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장석근 광동한방병원 원장은 "한방은 신종플루처럼 열을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을 온병(溫病)이나 역병(疫病)으로 본다"며 "바이러스 같은 외사(外邪)가 들어왔을 때 체내 저항력이 높으면 큰 문제 없이 이길 수 있다. 면역력을 키우는 데는 진하게 달인 한약 한 번보다 연한 한방차를 수시로 마시는 것이 더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면역력 증강 한방차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신종플루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한방차가 인기다. 전문 한약재가 아니어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집에서 끓여 즐길 수 있는 한방차도 많다.
◆마돈나, 생구기자로 건강 관리
이상재 티테라피한의원 원장은 "황기가 면역력 향상에 도움된다는 동양 약재 관련 논문이 최근 미국의학저널 '백신'에 실렸다. 미국에서는 우유에 타서 어린이에게 먹이는 황기 추출물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 2L에 황기 20g을 넣고 끓인 황기차는 식수 대신 마셔도 된다. 감기 초기 증상이 있으면 황기 달인 물에 말린 도라지를 넣고 끓인 황기도라지차가 좋다.
구기자도 면역력 강화에 도움되는 항산화 기능이 있다. 팝스타 마돈나가 생구기자 열매를 건강식품으로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유럽 등에서 각광받고 있다. 정석희 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와 독소에 찌든 현대인들은 화(火)를 다스려주는 보음(補陰)작용이 중요한데, 구기자는 대표적인 보음 한약재로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귤껍질 우려내면 감기에 좋아
귤껍질(진피)도 훌륭한 한방차 재료다. 유기농이나 무농약 귤을 구입해 말려 쓰는 게 좋다. 깨끗이 씻은 귤껍질을 채로 썬 뒤 1주일 정도 베란다에서 말린다. 잘 마르면 종이봉투에 넣어 바람이 통하는 곳에 매달아 두고 원할 때마다 따뜻한 물을 부어 우려내 마시면 훌륭한 감기 상비약이 된다.
잦은 술자리로 늘 피로한 남성은 감초차나 쌍화차가 제격이다. 감초는 모든 약을 조화롭게 한다고 해서 동의보감에서 '국로(國老)'라고 불렀다. 약의 독성을 해독하는 기능이 있어 간 기능을 개선시키며 장 대사를 원활하게 해 준다. 주전자에 감초 10g을 넣고 30~40분간 끓인다. 흡연 때문에 기관지가 좋지 않을 때는 검은콩을 같이 넣고 달이면 좋다. 쌍화탕의 처방에서 빌려온 쌍화차는 기혈이 허해졌을 때 몸의 정기를 보해준다. 가작약(3g), 황기(2g), 숙지황(2g), 천궁(2g), 당귀(2g)를 넣고 달인다. 서울 경동시장 등 약재상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단, 가작약과 숙지황은 찬 성질이 있기 때문에 위장이 약해 설사를 잘하거나 잘 체하는 사람과는 체질상 맞지 않다.
◆손발 찬 여성엔 대추차나 계피차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의 불안감 해소에는 감국(노란 국화)차가 도움이 된다. 서양 국화인 카모마일 티가 진정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허브티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본초강목에는 국화가 간장을 보호하고 두통을 치유하며, 피로 회복과 식욕 증진에 좋다고 나와 있다.
대추차·계피차 등은 손발이 찬 여성에게 좋다. 장석근 원장은 "갈락토오스나 맥아당과 같은 당분이 들어 있는 대추는 성질이 따뜻해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집에서 끓여 보세요… 한방차 만드는 법
면역력 증강, 감기 예방, 수험생 막판 컨디션 조절에 효능이 있는 다양한 한방차를 집에서 끓여 마실 수 있다. 초겨울 건강 관리에 도움되는 한방차 레시피를 소개한다.
▲면역력 향상:인삼맥문동차·하수오차
인삼맥문동차는 원기를 북돋워주며 진액을 보충해 준다. 물 2L에 인삼 30g, 맥문동 30g을 넣고 40분간 끓인다. 만성피로로 몸이 마를 때, 무기력증에 시달릴 때는 하수오차가 좋다. 물 1L에 하수오 20g을 넣고 끓이다가 불을 줄여 20분쯤 달인다. 취향에 따라 꿀을 섞어도 좋다.
▲감기 예방:생강진피차·감잎차
몸이 으슬으슬한 초기 감기는 생강진피차를 마시면 거뜬해진다. 물 2L에 생강 20g을 넣고 30분간 끓이다가 말린 귤껍질(진피)을 넣어 한소끔 더 끓인 후 불을 끈다. 감나무의 어린잎을 말린 감잎차는 비타민C가 풍부해 감기를 예방해주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찻잔에 감잎 한 스푼을 넣고 따뜻한 물을 부어 즉석에서 우려내 마신다.
▲수험생 컨디션 조절:연자차·단삼오미자차
막판 수능 준비에 긴장한 자녀에게 연자차를 끓여주자. 요즘이 제철인 연자(연꽃의 열매)는 흥분성 신경쇠약, 노이로제, 가슴 두근거림 등에 좋다. 연씨 10g을 냄비에 볶은 뒤 물 3컵을 부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인 뒤 마신다. 단삼오미자차도 좋다. 단삼(인삼의 한 종류)과 오미자는 뇌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효과가 좋다. 물 2L에 단삼 25g, 오미자 5g을 넣고 30~40분간 달여서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