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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자일까? 도대체 어찌 생겨먹은 작자이길래 문 열기 전부터 저렇게
5분에 한번꼴로 연속적으로 전화질을 해대는걸까?
혹시 저번에 그 80대 할머니손님인걸까? 아니다 그 할머니는 1시간동안 연속적으로 전화를 하기는 하였어도,
간헐적으로 불규칙하게 하였지
5분에 한번씩 하지도 않았었고, 전화벨을 딱 3번 울리고 끊는 식으로 하지도 않았다.
패턴으로 봐서 절대 그 할머니는 아닌것으로 보인다. 필시 정신적으로 강박장애같은 무슨 문제가 있는 인간으로 보인다.
사실 나는 이때 이미 이 인간을 걸렀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질 못하고 가게 오픈시간이 되자마자 또 걸려 온 그사람의 전화를 받고는 전의 상황을 다 잊어버린채
언제든지 미용실을 들르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전화가 오고 일주일쯤 흘렀을까.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처음보는 30세정도 되어보이는 후드티 입은 짝딸막하고 다부지게 생긴
남자가 후드티의 모자를 둘러쓴채 미용실을 방문했다.
며칠전에 전화했던 그 사람이 자기인데 파마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마고 하면서
가운을 입히려고 가까이 가서 얼굴을 보는데 순간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눈썹 문신을 했는데 시커멓게 한데다가 위로 각도가 치켜져서 무섭게 보였다.
거기다 밤새 안 자고 무슨짓을 한것인지 눈의 흰자위가 마귀의 눈처럼 빨갛고 촉촉히 젖어있어 사특한 기운이
느껴졌다.
의자에 앉자 스마트폰 이미지를 보여주며 파마를 사진처럼 그렇게 해달라고 하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10년간 이 미용실 저 미용실 다니며 이렇게 파마를 해달라고 했는데 한군데도 이렇게 나오게 하는데가
없고 겨우 나오게 해도 그날뿐이지 샴푸하면 다 풀려버린다는 것이었다.
알겠다고 하고 목에 타올을 두르는데 조폭들이나 할법한 문신이 등짝에 새겨져 있는것이 보였다.
나는 이 사람한테 느껴지는 섬칫한 기운때문에 별로 머리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운까지 입혀놓은 이상
머리를 거부할 명분이 안 떠오르는데다 명분이 떠오른다고 해도 못하겠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릴없이 머리를 들어가고야 만 것이다.
이 사람의 모발은 굉장히 단단한 모질이었고, 그리고 약간의 곱슬기가 있었다.
이런 사람은 응당 열펌을 해야 나오는 머리이지만, 그가 요구하는 파마가 컬이 얇은 뽀글이 파마였고,
또 짧은 머리였기에, 롯드를 이용하는 일반파마로 들어갔다.
사실 나는 이사람같은 류의 머리는 어찌해야 컬이 탄력있게 나오며, 그 컬의 탄력이 며칠이 지나도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나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사람의 머리에만은 그 특별한 비법을 시현하고싶지 않았다.
10년동안 정착할 미용실을 못 찾은 것으로 봐서 어지간한 진상이 아닐터요 말하자면 숫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위험한 손님인것인데 그토록 위험한 손님을 만족시켜 우리미용실에 정착하게 한다면 영영
그 유탄의 폐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살아야 할것 아닌가 하는 그런 불안감이 강하게 엄습하는 탓이었다.
그러나 나는 또 어떤 인물인가? 다른사항에는 거짓부렁을 해도 이미 손을 댄 일에만은 절대적으로
기술적으로 거짓부렁을 하지 못하는 순박한 인물이다.
그래서 사람은 무섭고도 불안했지만, 머리에만은 최선을 다 해 나만의 비법을 써서 파마가 잘 나오도록
했다.
울어야할지 웃어야 할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파마가 너무너무 탄력있게 잘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이 사람은 파마를 보고도 별 반응이 없이 무덤덤하게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무리로 파마에 맞춰 커트를 했다.
예감이 좋지 않기에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커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 충분히 상의를하고
최대한 조심조심하며 잘랐다. 드디어 완성을 했고, 그러자 그사람은 손거울을 줘보라고 하였다.
나는 분명 만족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울어야할지 웃어야 할지 그는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다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손거울을 툭
경대쪽 다이에 던졌다.
그리고는 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째려보며 비웃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쏘아붙이는 것이 아닌가!
" 이걸 머리라고 했어요? 이게 잘 됐다 생각하는거에요? "
"잘 됐는데 왜 그러시는지..."
"옆머리가 너무 짧잖아요, 이거 어떻게 할거에요? "
"아니 그 정도 자른다고 같이 얘기 한거..."
"이게 그정도가 아니잖아~ 너무 짧잖아 ~ 이거 어떡할거에요? "
"아니 뭘..."
"나는 머리가 맘에 안들면 밖에를 못 나가는 사람이에요, 오늘 약속 잡아놨는데 머리가 이러면 약속
취소해야 되잖아요, 이거 어떻게 할거에요, 말씀좀 해보세요, 어떻게 해야 할건지, 보세요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밖에 나갈 수 있겠어요, 없겠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아니 밖에 못 나갈 정도는 아닌데 그러네"
"뭐라구요? 밖에 못 나갈 정도가 아니라고?"
하면서 고개를 한 쪽으로 떨구더니 눈을 감고 하이씨, 하면서 긴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옆머리는 일반적인 기준에 절대 짧은 길이가 아닌 충분히 긴 상태였고, 설령 자신이 정한 특수한
기준에 비해 짧다고 느껴졌다 하더라도 그것때문에 집밖을 나갈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은 보편적 인간상식에 비춰
결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정신적으로 비정상적인 강박증이 있는 인간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강박증이 아니라면, 내게 시비를 걸어서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에 저러는가? 아니면 처음에 보았던 그 빨갛게 젖은 그 눈, 그 눈이 문제인가도 싶었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눈이 젖어 있다는데, 약으로 인한 망상증때문에 저러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30년동안 미용사 하면서 쌓아놓은 데이터를 아무리 가동해보아도 이작자가 도대체 어떤 부류에 속하는
손님인가 하는 결론이 쉽게 나지가 않아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운 만큼 나는 빨리 결단을 내려야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빨리 두뇌를 회전시켰다.
시간이 다급한 관계로 나는 신속히 자의적 판단을 하여 이 작자를 미친 정신병자부류에 속하는 손님으로
임의로 규정해버렸다.
그래 미친인간이다 미친인간. 나쁜인관과 미친인간중 누가 더 무서운 인간인가? 그래 미친인간이 나쁜인간보다
훨신 무섭고 위험한 인간이다. 미친인간은 어떻게 해야하나? 미친 인간은 상대를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상대를 햇으니
어떡해야 하나. 그렇다. 빨리 내쳐야 한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빨리 쳐내버리고 인연의 끈을 황급히 끊어내버려야한다.
결론이 명확해지니 다음 수순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저 손님, 죄송합니다"
"뭐가요?"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손님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한점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아니 그렇게 죄송하다고만 하면 다예요?"
"제가 실력이 부족하니 뭐 해드릴건 없고요 대신 요금을 받지 않겠습니다"
"아니 내가 요금 내기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아 뭐 이렇다 저렇다 지금와서 말해봐야 이미 머리는 끝난거라 다시 할 수도 없고 다 소용없는 것 아닙니까,
저도 구차한 변명 하기싫고 그냥 실력이 부족해서 만족 못시켜드린거니까, 다음에 실력좋은 미용사 만나서
멋진 머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을 해도 작자는 가려고 하지 않고 무슨말을 하려 했는데, 나는 작자의 어깨를 기분나쁘지 않을정도로 살며시
한손으로 밀며 나머지 한손으로는 출입문쪽을 향하여 나가도록 안내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요금은 절대 내지 마시고 그냥 가세요. 꼭 좋은 미용사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는 요금을 안받겠다는 내 진솔해보이는 태도때문인지 전혀 저항도 동요도 없이 내 안내를 따라 순순히 밖으로
나갔다. 나는 혹시라도 그가 우리미용실에 조그만한 미련이라도 가질까봐 계단까지 뒤따라나서며 정중히
인사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해댔다. 이렇게 작자를 완전히 미용실에서 내보냈고, 내 마음에서도 그와의 안좋은
감정이 빨리 사그라져 원래의 평상심으로 돌아오길 기원했다.
이렇게 우리미용실에 정착하려던 폭탄은 내 순발력 넘치는 기지로 말끔히 제거가 된것인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은 찝찝한 앙금은 쉽사리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마치 폭탄이 터지고 나서 사방으로 풍긴 화약냄새가
옷에 베어 사라지지 않는것처럼 그 작자의 사특한 잔향이 수시로 코를 자극하며 나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시간은 세상 모든 것의 무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니 그 날의 파문도 누가 강에 돌을 던진적이 있었냐는 듯이
그 흔적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평온함은 나를 찾아오고야 만 것이다. 그렇게 무심하던 날 오후, 점심 직후라 포만감에 기분도 나른한데,
전화가 걸려왔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네 미용실입니다"
"저 다른게 아니고 지난번에 파마한 사람인데요, 기억나시죠, 저번주에 파마하고 결제 안 하고 간 사람..."
순간 평온하던 몸의 부교감신경은 역할를 종결하고 대신 지휘를 넘겨받은 교감신경이 몸에게
전투신호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비케하여 전투에 만반의 채비를 하도록 하는것이 느껴져 마음은 격정에 휩싸였다.
그러하니 심장과 호흡기를 관장하는 교감신경과의 상극인 위장은 그 기능을 멈춰버려 체기나 속쓰림증세 상태가 되어버리고,
반대로 소화기관을 관장하는 부교감신경과 상극인 심장과 호흡기는 갑자기 기능이 활성화 되어 가빠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내 가슴은 가빠지고 호흡은 빨라지며 거칠어졌다. 사실 이는 인간 초밀착 서비스업인 미용사들이 위장병을 달고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요"
"다른게 아니고 제가 그날 너무 무례를 범한것 같아서요"
"예? 무례요?"
"네 그날 제가 원장님께 짜증부리고 한게 생각해보니 너무 무례를 저지른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왜요?"
"그래서 그날 제 행동 죄송한것도 있고, 그래서 그날 결제 안해드린것 다시 해드리려고요"
정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울어야 할일에 가까웠다.
다시는 안 볼것으로 좋아했는데, 그때 인연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시 인연이 이어질 조짐인것이다.
"아아아 됐어요,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안받는 것이니까 미안해 하지 마시고 잊어버리세요, 이미 끝난 일이고...
절대 돈 안 받겠습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괜히 그러는게 아니라, 제가 일주일간 그날 이후 일주일간 밖을 진짜로 안나갔거든요,
그런데 파마가 하루이틀사흘 일주일간 계속 머리 감아가면서 거울로 확인했는데 안풀리는거에요, 지금까지 그대로
있어요, 이게 10년만에 처음이에요, 원장님 실력 진짜 좋은거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그래서제가 사과드리는 차원에서..."
"아아아 됐습니다. 주위에 저보다 실력 좋은 미용사들 얼마든지 많습니다. 아직 찾질 못하셔서 그런것일뿐이에요, 저 말고도
실력 좋은 미용사 많으니까 저한테만 고집 마시고 좋은 미용사 찾으셨으면 하네요, 그리고 절대 전 돈 안받습니다.
제 성격이 손님이 맘에 안 들어하면 절대 돈 못받습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받을 수 없으니까 그리 아시고 끊으세요"
그렇게 나와 작자는 한 10번을 주겠다, 안주겠다 계속 실갱이를 하였다. 그러다가 작자도 나를 이길 수 없다 판단 되었는지
급기야는,
"그럼 제가 찾아가서 결제합니다."
하고 끊어버렸다.
전화끊자 마자 미용실에 손님이 왔고, 뒤에 연달아 세명이 더 와서 미용실이 갑자기 붐비게 되었는데, 한참 손님머리 하느라
정신 없을때 누군가 미용실출입문 유리에 머리를 대고 들어오지도 않고 숙인자세로 계속 쳐다보는 것이었다. 후드티모자를 써서
잘 안 보여서 가위질을 멈추고 다가가 보니 작자였다. 나는 또 순간 기겁했다. 작자의 빨간 눈이 더 빨개져있었고,
또 더 젖어있었다. 더욱더 소름끼치는 인상이 되어있었다.
나는 감정이 제어 되지 않아 큰소리로 말했다.
"아니 이미 끝난 일이고 돈 안받겠다는데 왜자꾸 주겠다고 그러냐고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돈 못받으니까 빨리 가세요"
그러자 그 사람도,
"지금 바쁘니까 내일 다시 와서 꼭 결제해드리겠습니다'
하고 가는 것이었다.
그 일이 있고 벌써 열흘이 흘렀다.
그동안 작자는 아직까지 한번도 전화도 없었도 그 흉칙한 면상도 보여주지 않았다.
제발 내가 미용 그만두는 날까지 절대로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는 면상이다.
다만 한가지 내가 돌려보낸 그 위험한 폭탄을 떠안게 될 다른 미용사에게 연민의 감정이 느껴질뿐이다.
'죄송합니다 , 제가 역량이 부족한 탓으로 제 선에서 처리 못 하고 그 위험을 떠넘겨드려서 너무너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다른미용실 원장님!'
글을 마치기 전에 아무리 어렵고 까다로운 손님이 오더라도
주인과 고객으로 맺어진 이상 손님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주는것이 , 미용사의 본분이거늘
손님이 싫다고 그렇게 야박하게 내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태클거는 의견이 있으실것 같아
그런 의견에 대한 반박으로 2500년전 공자님의 유명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저의 변명을 갈음합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길을 가고 있었다.
한참 가니 어떤 짜석이 길가에 앉아 똥을 싸고 있었다.
공자는 그 짜석을 불러다,
"아니 인간이 어찌 예의 범절을 모르고 짐승과
다름없는 이런 여마리 없는 짓을 한단 말이냐"
어쩌고 저쩌고 하며 일장 훈계를 하였다.
그러고 나서 다시 또 길을 갔다. 가는데 한참 후에 이번에는 어떤 짜석이
길 한가운데 앉아서 똥을 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제자들이 생각하기에 이번에는 아마어마한 불호령을 그 인간에게 내릴것이
틀림없다라는 생각을했다.
그런데 어계계 그 여마리 없는 인간에게 단 한마디 말씀도 안하시고
그냥 비껴서 가시던 길을 계속 가시는 것이었다.
제자들은 너무 의아하여 공자님께 물었다.
"아니 스승님 방금 그 작자는 전의 작자보다 더한 무례를 범하고 있는데
왜 아무런 꾸지람을 안 하시는겁니꽈?~~~~~"
그러자 공자가 대답하였다.
"길가에 똥싸던 그눔짜석은 그나마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 짜석이라 내 훈계를
들었을때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눔이다.
허나 방금전 길가운데 똥싸던 그눔짜석은 무슨 말을 한다고 한들
전혀 씨알도 먹힐 리 없는 미친또라이짜석이다.
그런 상또라이좌석들은 타협이나 조언이 안먹히니 무조건 피하는게 상책이다. 알겄능가들!"
"예이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