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심리평가에서 '주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의 정보원(source)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외래 진료 시 작성토록 하는 '부모용 설문지'인데 발달력을 포함해 다양한 정보를 망라해 수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굳이 면담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당연히 부모 면담을 통해 직접 물어보는 것이죠. 대부분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해서 일단 질문지를 작성토록 하고 작성한 질문지의 내용을 토대로 핵심적인 내용만 좀 더 심층적으로 물어보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이 때 평가자가 주의깊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동/청소년을 정신과내지는 상담 센터에 데려오는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상담 센터나 (특히) 정신과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은 것을 감안해 볼 때 자식을 정신과에 데려간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운 어머니는 별로 없습니다. 자식의 양육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문제도 가장 빨리 느끼기에 해결하려는 노력을 먼저 기울인 것 뿐이지만 가족 성원들이 이를 제대로 고려해 줄 리 만무하거든요. 시선이 고울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만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 그 책임을 몽땅 뒤집어 쓸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상당히 혼란되고 복잡한 감정으로 정신과 및 상담 센터에 자식을 데리고 오게 됩니다. 별 문제가 없을거라는 근거없는 낙관과 기왕 어려운 걸음을 한 것이니 제대로 치료를 받자는 마음이 혼재되어 있죠.
그래서 전자의 마음이 강한 어머니들은 KPRC(KPI-C), K-CBCL 등의 자기 보고형 질문지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방어적으로 기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후자의 마음이 강한 어머니들은 반대로 온갖 문제가 잔뜩 있는 것처럼 과장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청소년 심리평가를 진행하는 임상가들은 반드시 부모용 MMPI, SCT로 부모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faking-good, faking-bad 경향성을 탐지해서 보고한 내용의 신뢰도를 검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검증과정을 통과해 부모의 보고 내용을 믿을 수 있다고 할 때, 너무 많은 증상과 문제 행동을 보고하는 경우는 주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면담이나 부모용 질문지에서 가장 먼저 보고되는 내용이 핵심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면 가장 아픈 곳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듯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을 먼저 보고하게 마련이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됩니다. 가장 먼저 보고된 문제에서부터 가지를 쳐 나가면서 가설을 세워보는 것이죠. 무리없이 연결이 된다면 주요 문제에서 파생되는 문제일테고 전혀 엉뚱한 증상이라면 부모가 과잉보고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