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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가 왔다. 바로 여름휴가 시즌. 회사에서 받은 휴가비는 전무하거나 한 끼 식사비 정도다. 하지만 아내는 근사한 리조트에 외식까지 포함한 3박4일 일정표를 내놓았다. 일단 멋지게 갔다 오고 또 카드빛에 시달려야 할까?
김형준 방송국PD, 38세, 결혼 10년차, 자녀2
황승환 개그맨 겸 사업가, 37세, 결혼 4년차, 자녀1
강곤 인권재단‘사람’기자, 36세, 결혼 4년차, 자녀1
최국태 여성지 기자, 36세, 결혼 7년차, 자녀2
최국태(이하 최) 무더운 여름에 보고 싶은 얼굴들을 만나니 반갑다. 모두 하는 일들은 잘되고 있는가?
황승환(이하 황) 열심히 살고 있다. 4년 전 서울에서 시작한 ‘황마담웨딩컨설팅’이 오는 8월 8일에 대구 지사를 오픈한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정말 열심히 뛰고 있다. 지금도 라디오 방송이 없는 주말마다 대구에 내려가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오픈 이벤트로 우리와 계약한 커플을 위해 내가 직접 결혼식 사회를 봐주기 때문이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김형준(이하 김) 지난해 3년 넘게 진행했던 ‘공감’(EBS 공연 프로그램) 연출을 끝냈고, 얼마 전부터 외주 프로덕션을 관리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사람들과 만나는데, 새로운 세계를 많이 알게 되었다. 훌륭한 작품을 만나면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기준에 미달하는 작품을 거절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최 ‘사람’은 인권단체가 아니고 인권재단이다. 차이점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강곤(이하 강) 해외의 인권단체들은 UN에 근무하는 것만큼 높은 연봉을 받지만, 우리나라 인권단체들은 재정이 취약하다. 월급이 50만원 정도라 30대 중반이 되면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나간다. 아무튼 인권재단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는 인권단체를 지원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여름휴가가 무섭다
최 이제 정말 여름이다. 여름이 깊어지면 남편들은 휴가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만만찮은 휴가비용도 부담스럽지만, 아이들 유치원 방학에 휴가기간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도무지 휴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황 우리 아이가 오늘(7월 14일)로 딱 두 돌이 되었다. 지난해에는 여름휴가를 갔었지만 올해는 가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이 한창 커가는 시기에 떠나는 여름휴가는 고달픔만 있을 뿐이다. 정말 힘들다. 멀리 가느라 고생, 아이 보느라 고생이다. 또 객지에 나가면 아이들에게 혹시 병이 옮지 않을까 계속 신경이 쓰인다. 아이를 맡기고 단둘이 가거나, 처가나 시댁이 지방에 있으면 그리로 가는 게 그나마 낫다. 우리는 이번 여름에 창원 처가에 갈 생각이다.
최 공감한다. 육아에 시달리던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큰맘 먹고 3박4일로 제주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18개월 된 아이를 거의 내가 데리고 다녔는데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 코피를 세 번 쏟았다.
강 우리는 여름휴가를 겸해서 장인 장모와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사실 오늘 올라왔다. 처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첫 번째 여행이었다. 아이는 9개월로 어리지만 돌봐줄 어른들이 많아서인지 아이 때문에 힘든 건 없었다. 여행을 거치면서 처부모님과 사이가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어른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괜찮더라.
김 너무 효녀 심청 같은 생각 아닌가. 추석이나 설, 어버이날과 생신 등등 부모님과 함께 여행갈 시간은 오히려 많은 편이다. 그래도 여름휴가는 여름휴가답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많이 자란 편(첫째 9세, 둘째 5세)이라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은 없지만, 예산이 문제다. 비행기를 타도, 박물관에 들어가거나 국립공원에 들어가도 4인 요금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대부분의 휴가지는 요금을 받는다.
최 돈도 많이 들고 힘도 들지만 그래도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 식구들이 며칠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고 생각해보라.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에어컨 때문에 전기료도 만만찮을 테고.
강 그나마 이번 여름이 에어컨 실컷 트는 마지막 여름이 될 것 같다. 전기료 인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확신하건대 내년 여름에는 선풍기나 부채가 크게 유행할 것이다.
황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름휴가는 대부분 ‘고생’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 때문에 고생스러웠던 것은 둘째치더라도, 물 잘못 마셔서 설사를 했거나, 밤새 모기에 뜯겼던 기억, 밤에 산길을 잘못 들어서 죽도록 고생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기억에 오래 남고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단어가 ‘휴가’여서 그렇지, ‘고생’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어디를 가든 상관없을 것 같다.
최 멋진 말이다. 우리는 너무 편하게 휴가를 보내려고 했던 것 같다.
밤일은 더 무섭다
최 신혼에 비해 잠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 시기다. 어떻게들 잘 극복하고 있나?
김 잠자리가 뭔가? 이 나이에 잠자리를 자주 하는 사람들도 있나? 둘째까지 낳고 나서는 잠자리가 뭔지도 모르겠다.
황 우리는 아직 신혼(웃음) 기간이나 마찬가지인데, 지난해 아내가 한번 유산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아내가 무서워해서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잘 회복해야 하는데, 요즘은 사업이 바쁘다 보니 이래저래 어렵다. 이러다 여러분들처럼 썰렁한 밤을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최 그럴 가능성이 많다. 잠자리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두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편한 대로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다. 왜 원활한 부부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 공부도 많이 하고 상담도 받고. 우리는 그중 한 가지도 하지 않을뿐더러,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
강 맞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위해 가정생활을 너무 많이 희생하는 것 같다. 우리도 결혼한 연차에 비해 잠자리 횟수가 꽤 적은 편인데, 피곤하다는 게 제일 큰 이유다. 맞이 부부는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피곤해서 싸움도 못한다. 잠자리는 언감생심이다.
최 피곤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 혼자 누워 있는데 와이프가 옆에 누워도 덜컥 겁이 나서 도망 다닌다. 신혼에 비해 잠자리에 대한 열망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은데, 몸이 못 따라가는 것 같다.
김 최 기자는 와이프가 다가오기라도 하는가? 정말 부럽다. 나는 와이프가 다가와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물론 그렇다고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도 많은 편이고 여행도 자주 가고, 모든 게 정상이다. 잠자리 횟수만 적을 뿐이다.
황 왜 별것 아닌 것도 안 해 버릇하면 못하는 것 있지 않은가? 자취하던 시절에는 김치찌개, 계란말이, 닭볶음탕 같은 것을 곧잘 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하나도 못하겠더라. 잠자리도 그런 것 같다. 안 해 버릇하니까 정말 못하겠는 거다.
강 계속 못하는 이야기만 하니까, 우리가 무슨 하자 있는 사람들 같다.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고 여유가 생기면 잠자리도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을까. 대한민국 30대 후반이 이래저래 가장 바쁜 세대라고 하지 않는가?
최 부모를 모셔야 하는 마지막 세대, 자식들로부터 버림받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억울한 게 많은 세대인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잠자리에서도 절대 약자 소리를 듣고 있으니 좀 서럽다.
아내가 최고로 무섭다
황 우리는 구조적으로 고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라. 오전반 오후반 나눠서 수업하는데도 한 반에 70명씩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오전 내내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밥 먹고 학교 가는 게 웃기지 않은가? 베이비붐세대 중에서도 피크였던 것이다. 아이들이 하도 많아서 대학은 고사하고 고등학교 못 들어가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뿐 아니라 대학 졸업할 때쯤 IMF가 왔고, 계속 힘들게 살았다. 지금까지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평생 취업을 하지 않고 여생을 마치는 사람들이 생기는 첫 번째 세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혼한 친구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김 예전에는 남자들이 바람을 피워 이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 세대는 돈이 없어서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회다 보니, 가정도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아마도 아내들로부터 대놓고 ‘돈 많이 벌어오라’는 소리를 듣는 첫 번째 세대인 것 같다. 이혼 안 당하려면 돈 열심히 벌어야 한다.
강 나는 아이 문제로 아내와 많이 싸웠다. 내 능력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말자고 했고, 교육기관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아내는 계속 아이를 갖자고 했다. 그것 때문에 심하게 싸운 적도 많다. 결국 아내의 뜻대로 아이를 낳았지만, 앞으로 키울 걸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최 부권이 사라진 지는 오래됐고, 지금은 모계 사회나 마찬가지다. 돈을 아주 많이 벌거나 매력적인 극소수의 남편들을 제외한다면 그렇다. 대개는 가정의 중대사가 아내의 뜻대로 되는 경우가 많다. 돈을 많이 못 번다는 죄로 아내 눈치를 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반대로, 돈 많이 버는 남편들은 예전보다 더 가부장적이 되는 것 같다. 이것도 또 하나의 양극화가 아닐까?
황 아내 눈치 보고 사는 것도 버릇이 되다 보니 당연한 일처럼 몸에 배더라. 아내가 집을 비운 동안 모처럼 집안일을 돕겠다며 하루 종일 끙끙대며 청소를 해놨는데,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가 “지금부터 같이 청소하자”라고 말한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은 청소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최 아내들 눈에는 남자가 하는 일이 청소로 보일 리가 없다. 그리고 남자들은 정말 청소를 못한다. 아니, 청소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아내 눈에 들게 청소를 할 수가 없다. 매일매일 청소를 하는 아내는 이미 청소의 달인이 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집안일을 ‘도와준다’라고 표현하면 아내에게 한 소리 듣는다. 자기 일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
강 억울할 때도 있다. 아내가 키친타월 사오라고 해서 사왔더니, 자신이 원하는 게 아니라고 바가지를 긁는다. 빨아 쓰는 키친타월이 따로 있다나? 아니, 그걸 우리들이 어떻게 아는가. 아내가 콕 짚어서 설명을 해줬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우리 남편들은 기억을 못할 정도로 바쁘지 않은가?
황 이야기를 하다 보니 좀 서글퍼진다. 우리는 아내를 너무 무서워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
이러다 외톨이 되기 십상이다
김 내 생각은 그렇다. 요즘 시대에 남편이 집안일을 안 할 수는 없다. 좀 현명하게 하자는 거다. 예를 들어, ‘설거지 보다는 요리’를 하라는 뜻이다. 설거지는 아무리 해도 티가 나지 않고 기술이 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요리는 하면 늘고, 나중에 부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존경까지 받을 수 있다.
최 좋은 이야기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열심히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아이들 아프다고 하면 미적거리지 말고 열 체크하면서 아이 둘러업고 병원에 가는 것이다. 남편이 능동적으로 집안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집안 분위기가 한결 살아난다.
강 서로 양보하고 맞출 수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다. 오랜 기간 생긴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는다. 주변 어른들의 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미래의 내 모습이 분명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남자는 친구도 없고 약속도 없어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은 반면, 여자는 친구도 많고 밖에서 할 일도 많은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뼈골 빠지게 일해서 집안 식구들 먹여 살려 놨더니, 자기들만 희희낙락하는 꼴을 보면서 울화가 치민다는 것은 은퇴한 남편들이 많이 하는 소리다.
김 당연한 결과다. 여자들은 평소에 친구가 많고, 친구를 사귀는 것에도 익숙하다.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수다 떠는 게 남자들 볼 때는 한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다 노후 준비다. 직장 동료들이나 거래처 사람들만 만나던 남자들은 은퇴하고 나면 하루아침에 친구들이 사라진다. 새로 친구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시기에는 돈도 없다. 집안에서 잔소리나 늘어놓거나 혼자 소주 들이켜는 게 전부다. 아무리 부부라고 하지만 이런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나.
황 맞는 말이다. 오래 즐길 만한 취미라도 있으면 괜찮지만, 일만 하던 사람들은 은퇴하면 정말 바보 된다. 이제 황혼이혼은 결혼기간 내내 참고 살았던 아내가 남편에게 복수하는 식의 고전적 개념이 아니다. 아내 입장에서 이 남자와 정말 수준 안 맞아서 못 살겠다는 것이다.
최 우리 아버지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사업을 하실 때는 주변에 소위 ‘잘나가던’ 사람들밖에 없었는데, 병을 얻은 이후로는 동네 복덕방에서 고도리 치는 분들이 친구가 되었다. 그나마도 자존심 꺾고 복덕방에 들어가길 잘했지, 쓸데없는 고집까지 부렸으면 돌아가실 때까지 아무도 없을 뻔했다.
강 제대로 된 은퇴 준비는 연금보험을 수십 년 동안 쉬지 않고 붓는 게 아니라, 좋은 친구, 좋은 취미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취미도 없고 친구도 없으면 아내에게 따당하고 아이들에게 따당하고 정말 바보 된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아내 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 사는 정 느끼면서 사는 게 정답
최 이제 기러기아빠 논쟁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가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서 아빠가 희생하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경제적인 이유로 기러기아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교육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강 아이 둘을 국내에서 교육시키는 비용과 아내와 함께 유학 보내는 비용이 같고, 아이가 셋일 때는 무조건 해외로 보내는 게 경제적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누구나 한번쯤 심각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의 머릿속은 ‘경제적’으로 사는 게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황 영화 ‘우아한 세계’를 보다가 송강호 씨가 큰 집에서 혼자 라면 끓여 먹다가 우는 모습을 보고는 저게 미래의 내 모습이 될 것 같아서 흠칫 놀랐다.미래의 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김)흥국이 형이 오랫동안 기러기아빠로 살고 계시는데 옆에서 보면 연민이 느껴진다. 그 형님이 가장 행복해 보일 때는 혼자 드럼을 치실 때다. 신나게 치다가 가족 생각이 나면 드럼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신다. 집에 들어가기 귀찮아 사우나에서 주무시는 걸 볼 때면, 대한민국 남편들이 정말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어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
김 또래와 경쟁하는 것도 좋고,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도 좋다. 그런데 가끔씩 우리가 정말 공부해야 하는 것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게, 말은 ‘창의력 키우는 교육’이라고 떠들지만, 뚜껑 열어보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그럴만도 한 게 창의적이지 않은 교육을 받고 자란 교사들이 교육을 하는데 어떻게 창의적인 수업이 되겠는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조기유학도 그렇다. 일찍부터 해외에서 영어 배우는 친구들이 하도 많아서 나중에 메리트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노는 걸 할 줄 모른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놀거나 그네를 타고 논다. 많이 모여 봐야 셋이다. 예전처럼 여러 명이 어울려서 ‘오징어’를 하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경우는 없다. 평일 오후에는 다들 학원에 가는 바람에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없다. 사람 사는 정도 알고 자라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이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됐을 때가 더 걱정이다.
강 자녀 교육을 잘 시키려면 부모가 어느 정도는 미래 사회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30년 후에 사회에서 각광받는 직업이 무엇인지, 어떤 인간형이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20년 전에 컴퓨터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부모님이 ‘오락이라 안 돼’라고 하셨다. 그때 계속 컴퓨터를 만졌던 사람들이 안철수가 되고, 이찬진이 된 것이다. 다들 영어에 정신이 빠진 지금 상황을 역으로 유추해보면, 미래에는 한글을 제대로 다루는 사람이 큰 대접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황 요즘에는 창의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창의력 키우는 데에는 만화책이 최고인 것 같다. 당시 공상과학만화에 나온 것이 현실이 된 게 얼마나 많은가?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개그맨들은 죄다 어렸을 때 만화를 좋아했다. 만화를 보다 보면 상상력이 늘 수밖에 없다.
김 아이들 걱정도 많이 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남편들 걱정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도 취미도 갖고, 진정으로 즐기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멋진 중년을 보내는 길이며, 나중에 아내에게 이혼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최 40대를 목전에 둔 세대, 너무 희생만 하지 말고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나머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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