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물 하란사 문화운동의 신여성

[강원재]

  하란사 문화운동의 신여성

 

1. 당당한 신여성

두 가지 가정 일에 대한 불평이 타당하다고 인정할지라도 다음 사실만은 꼭 알아 두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규 고등학교 졸업생이 그저 요리나 바느질하는 법을 알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한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그 학교들의 목적과 방향은 슬기로운 어머니,충실한 아내 및 개화된 가정 주부가 될 수 있는 신여성(New type of woman)을 배출하는 것이지 요리사나 간호원 침모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 글은 1911년 당시 이화학당 대학과 교수이자 기숙사 사감으로 있던 하란사가 영문으로 발행되는 선교잡지(The Korea Mission Field) (Vol.7,No.12,1911,12)에 기고한 글의 일부이다.

이 글은 이 잡지 7월호에 윤치호가 "기술교육의 필요성"(A Plea for Industrial Training)이란 글을 발표하면서 한국에서의 여성교육을 비판하는 중에,["新학교 학생들은 요리하는 법을 모른다. 바느질하는 법,옷감을 자르고 빨고 다리미질하는 법도 모르며,어떤 때엔 시어머니에게도 순종치 않으며,대체로 집안 살림하는 법을 모른다"]는 식의 글을 쓴 것에 대해 반박 하고자 쓴 것이다.

당대 신여성의 대명사처럼 불려졌던 하란사가 당대기독교뿐 아니라 일반 사회의 지도급 인물이었던 윤치호와 당당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검정 갓에 기다란 검정 새털깃을 꽂고"검정 원피스를 입은 "당당한 신여성",하란사는 오랜 관습과 전통을 깨치고 여성해방을 몸으로 보여준 개화기의 선각자였다.

2. 배움에의 길

하란사는 1875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김해 김씨 가문에서 태어난 것 외엔 그의 가정 배경을 알 수 없다. 기생 출신이란 설도 있으나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인천 별감으로 있던 하상기란 정부 관리의 후처로 들어가게 되는 것으로 보아 상류 양반 계층은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전처 소생(1남3녀)이 있는 집안으로 시집을 갔으나 그는 가정에만 매여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 직장이 있는 인천은 항구였던 관계로 일찌기 일본.중국을 통해 개화된 서구문명을 접할 수 있었고 서울에서 여성을 위한 신교육기관 이화학당이 설립되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그가 이화학당에 입학하게 된 것은 1896년 무렵이었다. 처음엔 기혼자란 이유로 입학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당시 이화학당 교사로 있던 프라이(L.E.Frey)를 밤중에 찾아가 가지고 갔던 불을 혹 불어 끄고는 "우리가 캄캄하기를 이 등불 꺼진 것과 같으니 우리에게 학문의 밝은 빛을 줄 수 없겠느냐?"고 애원함으로 그의 입학이 허락되었다.

그가 기독교인이 된 것은 이화학당에 입학한 후인 것으로 추측된다. 세례를 받고 이름을 란사(蘭史)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것은 영어 이름'낸시'(Nansy)의 한자음역인 것이다.그리고 남편의 성을 따라 이때부터 하란사로 불리게 된 것이다.

남편의 지위가 인천 감리라는 고위 세무 공무원직에 까지 오르게 됨에 따라 경제적인 면에서 부요하게 되고 신학문에 대한 하란사의 열정을 이해한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게 되면서 1900년에는 일본 유학의 길에 올라 1년 동안 수학한 후 귀국하기도 하였다.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계속 타올라 1902년 마침내 자비로 미국 유학의 길에 올라 오하이오주에 있는 감리교 계통의 웨슬리안 대학을 1906년 문학사(B.A) 학위를 받으면서 졸업하였다. 한국 여성으로 미국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3. 여성교육

귀국한 후 1906년 11월에 시작된 상동교회 안의 영어학교 교사직을 맡아 스크랜톤 부인(M.F.Scranton)을 도와 영어와 성경등을 가르치며 불우한 환경의 여인들을 깨우쳐나가기 시작했다.

1908년 앨벗슨(M.M.Albertson)이 이 학교 교사로 들어오면서 하란사는 앨벗슨과 함께 이학교를 단순한 영어학교가 아닌 성경학교로 전환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전도부인 양성을 목적으로 한 성경학교로 교과 과정을 정리하였다.

이 학교는 후에 감리교 협성 여자 신학교가 되었다가 남자 협성 신학교와 합동하여 오늘의 감리교 신학대학이 되었다. 초창기 한국 감리교회의 여성 지도자인 양우로덕.신알베르트 손메레 등이 모두 하란사에게서 영어와 성경을 배웠다. 그는 단순한 교실의 교사만은 아니었다. 학생들과 함께 거리와 시골로 나가 전도하는 활동가였다.

1910년 9월 이화학당 안에 대학과가 신설되면서 여성을 위한 고등교육이 실시되자 그는 이 대학과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로 참여하게 되었다. 오늘의 교감에 비유할 수 있는 총교사가 되었고 이화학당 기숙사 사감의 책임도 맡았다. 주로 가르치는 과목으로 영어와 성경이었으며 이화학당 학생들에게 "욕장이 선생"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 였으며 당대의 거인 윤치호와 교육 논쟁을 벌인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당시 이화학당 당장이었던 프라이가

["하부인은 일을 함에 있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전도이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가서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다"(Woman's Conference,1912.p.40)] 고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할 정도로 그는 자기 일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1911년 부터는 터틀(O.M Tuttle)과 함께 이화의 지교로 있던 서울의 서대문여학교 아오개(아현)여학교.종로여학교,동대문여학교,동막여학교.서강여학교,왕십리,용머리(용두리),한강여학교 등을 지도하는 책임까지 갖게 되었다. 그는 실지로 이들 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쳤고 특히 학생들의 어머니들을 모아 자모회를 구성, 육아법,가정의학 등을 가르쳤고 계몽강연을 모아 자모회를 구성,육아법,가정의학 등을 가르쳤고 계몽강연을 통해 여성들의 자각을 촉구하였다.

1915년 하란사는 큰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그의 몸에서 난 딸 자옥(세례명은 도로시)이 이화고등보통학교 졸업반이었는데 그만 갑자기 죽고만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정적인 슬픔은 이듬해 그가 한국 감리교회 평신도 대표로 미국 감리교회 총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어느정도 치유되었다. 그는 신흥우와 함께 세계 감리교 총회에 참석한 뒤 미주 전역을 돌며 강연을 하였고 교포들의 헌금을 몸아 파이프 오르간을 구입. 1918년 정동교회에 기증하여 한국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 설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4. 민족운동

이 무렵의 하란사는 민족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강연과 강의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07년 이화학당 교사로 있던 이성회가 조직한 이문회라는 학생 자치단체를 지도하면서 민족의 현실과 세계정세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권좌에서 쫓겨나 은둥 중에 있던 고종의 밀지를 받아 의친왕을 1919년 6월에 열릴 파리강화회담에 파송할 비밀 계획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1919년 1월 고종이 갑자기 승하하게 도면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란사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잃었던 나라를 되찾으려는 간절한 민족주의적인 소원과 시도는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하란사는 고종이 승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북경으로 갔다. 그곳에 간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단순한 관광 여행만은 아니였던 것 같다. 그러나 북경에 도착한 직후 그곳 교포들이 그를 위해 마련한 만찬회에 참석하여 먹은 음식이 잘목되어 결국 북경의 협화의원병실에서 운명하여 자신의 생을 마감하였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온 선교사 벡커(A.L.Becker)가 돌아와서 그의 시체가 검게 변해 있었다고 말한 것이나 그의 남편이 북경을 다녀와서 주위에 "북경가는 도중 봉천에서 어떤 동지를 만나 속 뜻을 이야기한 것이 오히려 그녀가 음해를 받은 원인이 되었다"고 말한것,일본 스파이로 활약한 배정자가 미행했다는 소문이 그의 죽음 직후 세간에 나돈 것 등은 그의 죽음이 단순한 병사나 자연사가 아니라 타의에 의한 독살일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덕주)

 

대전신대원1기동문회

자료출처☞ http://kcm.co.kr/person/

<=당신의 일생은 주님께 받쳐진 아름다운 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