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MB 선거연합, ‘新비판적지지’ 논란
“이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냐”...자조섞인 비난도
김용욱 기자 2011.04.22 16:34
21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 논란이 됐던 4.27 재보궐 선거 방침 건은 선거방침을 재확인하고 민주노총 강원본부와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정도로 결론 났다. 이날 선거방침 확인 건은 보고 안건임에도 3시간이 넘게 격론이 벌어졌다.
또 민주당이 이 문제를 놓고 민주노총에 강하게 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민주노총 강원본부 반민주당 기자회견 논란은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을 통해 정치세력화 운동을 해온 과정에서 보수야당에 대한 신비판적지지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민주당과의 지역 나눠 먹기식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하느니 차라리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하는 게 낫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가 지난 13일 강원도지사 선거관련 민주노동당 강원도당과 민주당의 후보단일화 거부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중집은 강원본부의 기자회견이 민주노총 정치 방침을 위배했는지를 판단하려 했지만 논쟁 과정에서는 오히려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의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보고안건이라 특별한 결론을 낸 것은 아니며 기존 정치방침을 재확인 하는 정도였다”며 “민주노총의 6.2 지방선거와 4.27 보궐선거의 선거방침은 전략적인 방향은 진보대통합이고, 전술적으로는 반MB 야권연대인데 강원본부가 결과적으로 반MB 투표를 하지 말라고 한 상황이 됐다”고 안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호희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의 후보 단일화 절차도 적절치 않아 강원본부의 문제제기 자체는 옳다는 것과 그럼에도 강원본부의 반민주당 기자회견도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중집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며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집에 참여한 민주노총 A중집위원은 “민주노총 선거방침의 기조와 목표는 큰 틀에서 반MB이지만 구체적인 선거방침은 지역본부와 지역시민단체, 진보정당 등 3주체가 공히 합의하는 후보 중 노동자의 입장을 실현하는 후보로 돼 있다”며 “민주당 최문순 후보는 3주체가 합의 한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방침 위배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집 논쟁 과정에서는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가 “야권연대는 야4당 중앙차원의 합의였기 때문에 강원도당의 단일화 절차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석을 내리기도 했지만 일부 지역본부장들이 “중앙에서 합의하면 지역은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적 정치세력화 위기 논란, “몸대고 돈대며 독자적 정치세력화 해왔는데...”
이번 민주노총 내부 논쟁은 본질적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두고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진보진영내 쟁점이 선거 상황에서 부상한 것이다.
민주노총 강원본부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 민주당 후보 지지를 거부한 것은 지난 2월 18일 강원본부 대의원대회에서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사퇴하지 않는 노동자후보와 함께 힘찬 선거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강원본부가 이 같이 결정한 이유는 지난 해 6.2 지방선거 당시 진보신당과 단일화를 통해 진보정당 후보가 된 민주노동당 강원도지사후보가 이광재 후보로 단일화 하고 후보 전격사퇴와 민주당 후보지지 발표를 하면서 사전논의조차 없었던 것이 배경이다.
당시 진보신당도 논평을 통해 “일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진보진영 대단결을 바라는 강원도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진보신당 후보의 출마를 봉쇄한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의 ‘무조건적인 반MB 단일화’는 지난 97년 대선에서부터 노동자서민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출마했던 진보정당의 출범정신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강원도당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강원도지사 후보단일화를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진보진영의 단일후보가 아님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바이다. 또한 선거 때마다 출현하는 비판적 지지의 악령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민주노동당의 민주당지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에 이미 논란이 됐던 반MB 선거연합을 통한 민주당 비판적지지 문제가 선거 5일여를 앞두고 노동계 최대 정점 중 하나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진보대통합의 최대 갈등으로 자리 잡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21일 민주노총 중집 논의과정에서 반MB 선거연합이 사실상 비판적 지지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자조적 목소리도 일부 나타나기도 했다. 민주노총 A중집위원은 “민주노총 내부에선 현실론을 들며 이런 식으로 정치세력화를 할 거면 차라리 한국노총처럼 돈도 안 드는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하지 왜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하는가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노동자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하기 위해 돈대고 몸대고 해왔는데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하면 돈도 안 들고 민주당이 맘에 안 들면 정책연대를 파기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비꼬았다.
또 야권연합에서 민주당으로 통합이 많아지면서 진보정당의 목소리가 실종된다는 우려도 점차 제기되고 있다. A집행위원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정책합의가 있지만 이는 결국 민주당의 주장이 될 뿐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요구는 사라져버린다”며 “지금 도로 비판적 지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
노동전선, “야권단일화 미명 하에 묻지마 민주당지지로 변질”
민주노총내 의견그룹인 노동전선도 22일 저녁 성명서를 내고 “야권단일화라는 이름 하에 횡횡하고 있는 묻지마식 ‘민주당 지지’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며 “민주노총 집행부나 민노당이 만병통치약처럼 휘두르고 있는 민주노총 정치방침, 선거방침이 결국은 신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 지지방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전선은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 기반을 송두리째 허물고, 노동자들을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이중대로 몰아가고 있는 민주노총 선거방침을 즉각 폐기하라”며 “진보정당의 의석 나눠먹기로 전락하고 있는 야권단일화를 중단하고, 노동대중의 투쟁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민중 정치세력화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수립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