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 엘마노 신부님께 드리는
송 별 사
존경하는 전 광진 엘마노 신부님!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앞이 막막할 뿐입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 주임신부님께서 교구청 사목기획실장님으로 발령이 났다는 정말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거짓말이겠지 하면서 여러 곳을 확인해 보니 이 황당한 꿈같은 일이 사실이었습니다.
지난주 신부님의 영명축일 축하미사에서 저희들과 함께 오래도록 함께 계셔 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한 주가 지나기도 전에 송별 인사를 드려야 하는 심정을 무엇이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순명의 삶을 살으시는 신부님을 저희가 무슨 힘으로 붙잡겠습니까? 신부님께서는 누구의 사람도 아닌 하느님의 사람이시기에 섭섭하고 답답한 마음 가눌 길 없지만 이렇게 보내드릴 수밖에 없는 순명의 삶을 저희도 따라야 할 때인가 봅니다.
지난해 바로 오늘 중리아파트 재개발로 인한 신자수의 감소와 그리고 본당 내외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평리성당 교우들에게 복을 빌어 주려고 왔습니다’고 하시면서 부임하신 후 본당의 발전과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단체의 조직과 활동의 지원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본당이 활기차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이 때 신부님의 떠나심은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1년이라는 짧은 만남 속에서 신부님께서 지펴 주신 사랑의 불은 우리 평리 신자들 가슴 속에 긴 여운으로 아니 영원히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길로 타 오를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의 선물을 귀하게 여기면서 당신처럼 이웃에게 사랑의 삶을 살라는 무언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여 더욱 변화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당신 안에서 당신과 함께 평리 신자들을 사랑해 주신 하느님께 큰 감사를 드리며, 우리가 지금은 헤어지는 슬픔을 가눌 길 없지만, 주님의 더 크신 일들을 위해 떠나시는 신부님을 주님 안에서 언젠가는 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기에 슬픔을 달래봅니다.
존경하는 전광진 엘마노 신부님!
신부님은 사제로서 하느님의 사랑의 삶을 이토록 아름답게 사셨으니 떠나시는 당신의 뒷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우신 우리 신부님을 보내드리며 사랑 받은 만큼 기도와 삶으로 갚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저희들의 아픈 마음과 눈물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이 아픔과 눈물이 신부님의 앞으로의 사목생활에 도움이 되는 커다란 희생을 바치는 순간이라 여기며 기쁘게 바치겠습니다.
사랑하는 신부님! 부디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은총 가운데 영육 간에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시던지 이곳 평리성당과 평리교우들을 기억하시고, 우리의 만남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일 축하식 때 신부님께서 들려주신 “만남”이란 노래의 노랫말처럼 바보 같은 눈물을 보이기보다 우리 평리 가족 모두는 전광진 엘마노 신부님을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들의 부족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들 모두 잊어주시고 어버이의 마음으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못다 이루신 신부님의 계획들일랑 하느님께 맡겨 두시고 마음 편히 가십시오. 새 임지에서도 따스하고 온화하신 모습으로 하느님을 세상에 보여주실 신부님!
언제나 당신의 영적 여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
당신께 순명하며 새 임지로 떠나는 전광진 엘마노 사제를 언제나 지켜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저희들도 위로해 주시며 큰 신앙으로 이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2007년 9월 2일
평리본당 가족 일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