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양산 염수봉 오룡산
집합장소: 명륜동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참가인원: 염정배, 조일제, 김지훈(+처)
아침 8시 30분 명륜역에서 집합하였습니다. 1월 산행때 탔었던 12번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양산 다방리를 훨씬 지나 양산 석계시장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등산로 입구인 양산시 상북면 내석리까지 올라갔습니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니 택시가 잘 안다니는 시골길에서도 택시가 알아서 찾아오니 참 편리했습니다. 택시 기사님이랑 양산시 시목인 이팝나무 이야기도 하고 마침 그 주말에 양산 자택에 내려와서 쉰다는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도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내석리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의 작은 마을이었구요. 너무나 아늑하고 따스한 풍광이 인상 깊었습니다. 역시나 작은 별장이나 집을 짓고 들어와 사는 사람들이 많은지 농촌 집 사이로 새로 지은 집들이 간간히 보였습니다.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대충 찍어도 사진이 잘 나왔구요. 12번 버스를 타고 양산 들어올 때 부터 반가주던 길가의 꽃들이 마을에 들어서자 더 풍성한 인사로 반겨줍니다. 마을 옆을 흐르는 냇가에는 족대로 물고기를 잡는 남자 어른들도 보이고요. 모내기 철을 맞아 골짜기 작은 논에는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구불구불 걸어 올라간 마을 끝에는 구불사라는 절이 있었고 그 앞에서 등산 출발을 알리는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 드디어 시냇물을 건너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마침 같은날 서울 산악부 팀에서도 남한산성 산행이 있는 날이라 단체 카톡방에 인사겸 사진을 올리니 조훈 선배님이 답으로 남한산성 팀 사진도 올려주셨습니다.
등산로 초입은 길은 널찍한 편인데 비탈이 가팔라 금방 숨이 차올랐는데요. 어느 순간 길이 흐릿해지며 거친 산등성이를 막바로 치고 올라가는 길로 바뀌었습니다. 오래지않아 저희부부는 뒤로 쳐지고 선배님 두분은 저만치 앞에서 지치지도 않는 발걸음으로 산을 헤치고 올라가시는 양상이 되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적잖이 당황하였지만 부지런히 따라 올라갔습니다. 아무래도 조일제 선배님께 살짝 속은 기분이 확신으로 바뀜을 느끼며,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는 저희에게 염정배 선배님께서 10분만 더 가면 정상이다라고 격려를 해 주십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대사입니다. 10분만 더 가면 다왔다. 재학생 시절, 아무 것도 모르고 처음 등산에 따라나선 신입생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맨날 했던 그말. 그래 조금만 더 힘내자라고 올라가면 언제나 그 10분은 10분이 아니었었죠. 역사와 전통은 OB산행에서도 계속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순수했던 신입생의 벗어나 최신형 스마트폰에 등산용 앱을 깔아왔기에 출발위치와 현재 위치와 고도를 파악해봤을때, 음 정상까지는 현재까지의 페이스로 봤을때 10분은 무리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6년째 사회물을 먹은 치과원장답게 절대 티를 내지않고 으쌰으쌰를 외치며 정상을 향해 열심히 열심히 올라갔습니다.
마침내 염수봉 정상에 도달했을 때의 시각은 12시 15분. 816m의 산을 2시간만에 치고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선배님들께서는 전혀 힘든 기색이 없으셨기에, 저희 부부도 활짝 웃으며 염수봉 정상의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염수봉 정상에서는 처음으로 다른 등산객의 얼굴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산준령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 장관이고 저 멀리 밀양댐의 호수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염정배 선배님께서 나무 막대로 가르키시는 저 끝 아득히 우리가 또 넘어야할 오룡산의 모습이 보입니다. 왠지 여기보다 더 높아 보입니다. 그래 여긴 영남 알프스였지, 언제부터인가 너무 편한 마음으로 산에 왔나봅니다. ㅋㅋ
내석재를 넘고 또 도라지 고개를 넘어 오룡산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자리를 펴고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때가 오후 2시경이 었던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올해 개원을 앞둔 우리 부부에게 선배님들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염정배 선배님께서 환자를 많이 볼때 목디스크 증상이 와서 치과를 잠시 쉬시고 영남 알프스 산을 하나하나 오르시면서 산만 다니신게 아니라 자료를 수집해서 책을 내시려고 하던 차에 다른 사람이 먼저 국제신문사 통해서 먼저 책을 내어 버렸는데 그 내용이 선배님이 쓰시던 책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바람에 아쉽게 출판을 접으셨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역시 산악부 선배님들은 보통 분들이 아니시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로 책을 내실 수 있었는데 간발의 차로 출판 기회를 못치셔서 저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논문 출판이랑 비슷한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염정배 선배님 말씀에 따르면 옛날에 통도사 터에 6마리 성질 고약한 용이 살았는데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와 통도사를 지으면서 5마리 용은 내쫓고 한마리는 사로잡아 못에 가둬 키운 전설이 있는데 쫓겨난 5마리의 용이 변해 5개의 산봉우리를 이루면서 오룡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성질이 고약했던 용들이라 그런지 역시나 험하고 높은 산이었습니다. 고난 끝에 오른 오룡산의 높이는 무려 951미터. 천미터 산이랑 50미터도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와 오랜만에 높은 산에 오르니 힘들기도 했지만 성취감이 좋았습니다. 이때의 시간이 2시 39분 경이었습니다.
오룡산 등정 후 통도사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구요. 등산 시 만큼이나 가파른 산길을 굽이굽이 내려가니 백련암이라는 멋진 암자가 나왔는데요. 정말 오래된 티가 많이 나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통도사까지 내려가는데 암자가 못해도 12개는 되어보였습니다. 통도사 쪽 터가 좋긴 좋나 봅니다.
이번 산행에는 유독 동물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처음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들을 데리고 나온 꿩도 봤구요. 꿩새끼들이 어찌나 작고 귀여운지를 처음 알았습니다. 뱀도 봤구요. 백련암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 마실나왔다 어슬렁어슬렁 들어가는 공작새도 보고, 귀여운 다람쥐도 보았네요. 사람을 크게 겁을 안내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통도사에 내려와서 신평통도사 터미널에 도착했을때가 6시 무렵이었고, 시외버스를 타고 노포동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동래역 쪽에 수육집에서 뒷풀이를 하기로 했는데 마침 수육집이 문을 닫아. 유명하다는 동래 할매 파전에서 동래파전에 막걸리로 뒷풀이를 하였습니다. 염정배 선배님께서 비싼 동래파전과 막걸리를 사주셨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높은 산에 오르니 힘들었지만 뭔가 산행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산행이었고, 저희랑 비교가 안되는 연배의 두분 선배님께서 정말 힘드신 것도 없이 가볍게 등산을 하시는 것을 보며 존경스러운 마음과 저도 꼭 나이들어도 이렇게 산에 다닐 수 있는 자기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날 날씨가 너무 좋아 산위에서의 경치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예전 용이 원래 6마리가 아니라 9마리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통도사 대웅전 옆에 구룡지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글 쓴다고 수고 했습니다.
지훈선생 글 잘 썼네요
개업 준비로 바쁘지요.
개업해서 시간나면 사진도 올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