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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언어를 통한 동시 쓰기
김재수
1. 들어가면서
흔히 요즘을 정보화 시대라 한다. 이는 컴퓨터의 출현과 인터넷이 서로 연결됨으
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어제의 지식이 오늘은 쓸모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새로운 지식들이 수없이 양산되고 있다. 이와 발맞추어
컴퓨터와 인터넷에 관계된 새로운 용어들도 매일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이
러한 용어들은 우리말로 바꾸는 걸림 작용을 거치지 않고 외래어나 신조어 그대로
사용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정보화 사회에서 왕따가 될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상에 활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언어들 가운데 컴퓨터를 활용
하기위해서 사용하는 언어와 채팅에서 사용하는 특정언어들이 나타나 우리를 황당
하게 하고 있는데 흔히 이를 컴퓨터․채팅언어라고 한다. 이러한 언어는 일상적인
언어에 비해 아직은 언어(言語)라기보다 은어(隱語)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
지만 이러한 은어들이 컴퓨터나 채팅에서는 이미 언어로 사용하고 있음을 관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은어 가운데는 특수한 의미를 갖는 용어 말고도 특정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기호도 생산되고 있는데 인터넷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에는 통신회사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하이텔 등)에서 제공하는 채팅방을 통해 리얼타임으로의
나타나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에서부터 개발되어 보급되기 시작한 음성채팅, 한걸음 나아가 영상채
팅까지 가능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채팅을 위해서는 워딩 작업을 통해 커뮤니케이
션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워딩 작업은 채팅자의 능력에 따라 속도의 차이가 현저하고, 지금처럼 인터넷 전
용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전화선을 공동으로 사용하였으므로 전송속도가 한계가
있어, 장시간의 채팅은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제적, 시간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점차 채팅을 즐기는 동호
인들은 자신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서 긴 단어를 함축하여 생략하거나 특
수한 기호를 사용하여 나름대로의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채
팅자들의 전유물처럼 사용되던 채팅용어는 어느 사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
고, 우리 국어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비사회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도 하나의 언어
현상으로 자리 메김 하는 결과를 낳았다. 흔히 언어의 역사성이나 사회문화적 측면
에서 볼 때 언어는 사용하는 시대의 문화에 따라 살아남기도 하고 죽어 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용어에 대해서 옳고 그럼을 떠나 한번 쯤 관심
을 가지는 일도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현실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상의 대화 언어 중, 시로서 차용이
가능한 기호 언어를 살펴봄으로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미 우리 시단이나 해외에서는 실험정신이 강한 이들이 숫자나 기호를 이용해 시
를 쓴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아동문학에서는 ‘아동문학’이라는 특성과 한계가 바른
언어사용에 대해 효용성이나 교육성에 배치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환영받지
못했거니와 ‘채팅’이란 용어가 주는 어감이 아직은 부정적인 까닭에 이를 본격적으
로 활용한 예는 드물었다고 본다. 다만 낱말의 크기, 형태, 배치의 방법, 글자의 방
향을 변경 등 문자가 자리할 지면이라는 평면 환경에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이미지
를 창조 하려는 경우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된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러한 시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해 왔음은 사실이다.
“그 누가 새 붓을 잡아 강물 위에 저렇게 새을(乙)자를 썼나??”
이 시는 고려시대 문장가인 정지상이 어린 시절에 쓴 시의 한 구절이다.
강물에 헤엄을 치는 물오리들을 보면서 한자의 ‘乙’자를 연상했으니 가히 동심의
눈으로 포착한 기막힌 발상이 아닌가?
이 외에도 한 마리 한 마리의 개미가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3’이라는 아라비아 숫
자와 같다”라고 표현한 프랑스의 르나르라는 시인의 관찰력도 그리고 개미와 ‘3’이
라는 숫자와 관계 지음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천재시인 이상
도 일찍이 이러한 시도를 했지 않았던가?
시는 감동의 형상화를 거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시적 감동을 이미지 화 해야 시
로서 생명력을 얻는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모든 감각기관을 총 동원
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도 결국은 시각적인 문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친다. 이럴 경우 일반적인 문자보다 형상화 된 기호를 사용함으로서 이미지의
포착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2. 인터넷 채팅 언어들의 종류
우리가 일반적으로 채팅에서 사용하는 특정언어에 대해 채팅언어라고 말하고 있지
만, 채팅언어에는 특수한 의미를 갖는 용어 말고도 특정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기
호도 포함되어 있다. 즉, 채팅언어와 채팅문자를 하나로 묶어 채팅용어라고 하는 것
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채팅용어는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조아(좋아)' '만타(많다)' '어뜨케(어떻게)' '추카추카(축하축하)' 등 소리 나
는 대로 쓰기이다.
둘째,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의 단순 줄임이나 음절 축약의 경우이다.
강퇴:강제퇴장, 천랸:천리안, 방장:대화방의 대장, 안냐세요: 안녕하세요
비번:비밀번호, 낼:내일, 몰팅:몰래하는 채팅, 야녀:야한여자, 번개off-line:깜짝 만남
셋째, 현재 컴퓨터상에 사용되는 각종 이모티콘(emoticon)이나 기호를 하나의 언어
로 인식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컴퓨터의 자판에 나와 있는 기호들을 조합함으로 새로운 느낌의 기호를
만든 경우이다.
^^ = 미소, *^^*, ^_^, ^.^ = 스마일, 웃음, :-), :-( :<, :( = 심술, 토라짐, ^.~ =
윙크, ^^; = 멋쩍은 웃음), :-( = 찌푸린 얼굴 {^ = ⃔웃는 옆모습, ﹀-﹀= 심각함
T_T, !_! = 우는 모습, \./ = 성남, 화남, @.@, #.# = 놀람, 8-) = 안경잡이
-"-, --+ = 노려봄, --; = 땀흘림, :( = 오른쪽에서 보면 찡그린 얼굴
:)= 오른쪽에서 보면 웃는 얼굴, ㄱ-- = 절망, ^^q = 머리 긁기, ^________^ 입 크
게 벌린 것
넷째, 숫자나 문자를 통한 약어이다.
20000 = 이만 안녕, 2929 = 에구에구, 1919 =아이구아이구ㄳ = 감사, ㄴㄴ = 노
노, 아니에요, ㅂㅂ = 마지막 인사말, 바이바이, ㅅㄱ = 수고 하세요, ㅇㄷ? = 어디?,
ㅋㅋ, ㅎㅎ = 웃을 때 등
다섯째, 컴퓨터에 내장된 자료에 의한 문자표나 아이소타이프를 이용하는 방법이
다.
☎=전화, ✉=편지, ☜=이쪽으로, ☆=별, ☾=달, ☼=해 # =기분이 오르다, ⁂=눈 내림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법하다. 왜냐하면 필자가 발견하지 못한 내용도 많을
것 같고 앞으로 더 새로운 내용들이 만들어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
기서는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 내용들만 살펴 동시에서 사용가능한 언어로 살
펴보고자 한다.
3. 여러 가지 기호언어들
:-), :-( :<, :( = 심술, 토라짐
^.~ : 윙크
^^ : 미소
-"-, --+ : 노려봄
# =기분이 오르다
*^^*, ^_^, ^.^ : 스마일, 웃음
:( : 오른쪽에서 보면 찡그린 얼굴
:)= 왼쪽에서 보면 웃는 얼굴
--; : 땀흘림
@.@, #.#, #_# ,@_@ : 놀람
\./ = 성남, 화남,
^^ : 미소
^^q : 머리 긁기
^________^ : 입 크게 벌린 것
-_- : 시큰둥한 표정
+_+, =_+ : 귀여워
=_= :괴롭다
>*< : 에그머니나
1919 : 아이구아이구
20000 : 이만
2929 : 에구에구
50쇼 : 어서 오십시오
8-) : 안경잡이
-ㅅ- : 황당하다
BF : Best Friend. 좋은 친구
DB : 담배
GG : 좋은 게임. good game 의 약자
IBM : 이미 버린 몸
KIN : 즐(세워서 보면 한글 ‘즐’)
OTL : 좌절. 무릎을 꿇고 좌절하는 모습의 상형자.
P방 : 피시방
RG : 알지?
T_T, !_! : 우는 모습,
☜=이쪽으로
⁂=눈 내림
☆=별
☎=전화
☼=해
☾=달
✉=편지
ㄱ- : 절망
ㄱ-- : 절망
ㄱㅅ : 감사
감4 : 감사
근D : 그런데
ㄳ : 감사
ㄴㄴ : 노노.,아니에요
ㅂㅂ : 마지막 인사말, 바이바이
ㅂㅂ,ㅂ2-잘가, 빠이빠이
ㅂㅅ : 병신
밥5 : 바보
ㅅㄱ = 수고 하세요,
ㅆㅂ : 씨발 (또는 ㅅㅂ)
ㅇ,ㅇ : 긍정적
ㅇㄷ? : 어디 위치를 뭇는 거
ㅗ : 엿 이라는 뜻 ㅋ 욕할 때
ㅜㅜ ,ㅠㅠ : 그냥 우는 거, 슬플 때
ㅜㅜ : 절망
ㅜㅡㅜ : 왠지 귀엽게 우는 표정
ㅉㅉ : 쯧쯧
ㅊㅋ : 축하
ㅋㅋ, ㅎㅎ : 웃을 때
ㅎ2 : 안녕
ㅎ2 : 하이 의 숫자와 한글 조합한 거
ㅎㄷㄷ : 후덜덜 무서울 때..
ㅎㅎ : 호호, 후후, 허허, 히히
4. 기호 언어로 쓴 동시
필자는 동시를 쓰면서 이미지의 선명함을 위해 문자나 기호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 다음 두 편의 시는 이러한 생각을 염두에 두고 쓴 시이다.
목련
새들이 수다를 떨어
아침을 열고 간
담장
무슨 소릴 하고 갔기에
그랬을까?
밤새
퉁퉁 부은 눈망울로
입 다물던 꽃가지마다
참다 참다가
한꺼번에 터져 버린
하,하,하,하,하,
하, 하,
하,하,하,
하
하,하, 하,하, 하,하,하
목련꽃의 모습을 ‘하’라는 웃음과 ‘하얗다’라는 꽃이 주는 색의 이미지와 점점 많이
피어나는 꽃송이를 ‘하’라는 문자로 이미지화 한 경우이다.
눈 오는 날
이메일을 열었다
깜박이는 커서가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창밖을 보며
키보드를 친다
톡톡
톡톡톡
자판으로
네 마음을 두드린다
..
.. ...
...
.... ....
...... ....
까만 역상의 화면에
하얀 글씨가
소복소복 쌓인다.
위의 경우는 까만 하늘에 하얗게 내리는 눈을 형상화 해 본 것인데 컴을 다루는
솜씨가 미숙해서 그 효과는 좀 그렇다.
위 두 편을 쓴 이후 보다 효과적으로 시각화 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상
주의 방언’을 연구하면서 ‘사회적 방언’에 눈길이 갔고 이 사회적 방언에서 요즘 유
행하는 은어(隱語)를 정리하던 중 컴퓨터 대화 언어를 발견하였다.
다음 작품은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 의도적으로 쓴 시이다.
호박꽃
“너도 꽃이니?”
빨간 홍초가 놀려도
“ ^^ ”
“색깔도 촌스러워라”
장미가 빈정거려도
“ ^^~ "
“ 이 정도는 돼야지 ”
다알리아가 뽐내도
“ ^*^ ”
환하게 웃으며 꽃등만 달더니
“ ^^, ^^~, ^*^ ”
웃음만큼 조롱조롱 번지는
토담 위 호박꽃.
도토리(1)
떼구르르-
내 앞에 와서 멈춘다.
허리를 굽혀 주우려는데
누가 보는 것 같다
데록데록
오물오물
다람쥐와 눈이 마주쳤다.
“ ^*^ ”
“ ~^@^~ ”
못 본채 돌아서서
걸었다.
“ ~^@^~
안 봐도 보인다.
오물오물
좋아 하는 거.
도토리(2)
“톡-”
도토리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쉿!
나무도 풀도 갑자기 숨을 멈춘다.
바람도 잠시 멈춰 섰다.
땅이 천천히 팔을 벌리고
앉아 쉬기 편하도록
자리를 펴고 있었다.
☞ ◉ ☜
편안해 보였다.
봄
온 몸이 자꾸
간지러웠다.
어디 뾰루지라도 나려나
† ‡
@*@, #*# ...
여린 싹이 흙을 뚫고 나왔네
땅이 갈라지느라고
그랬나 보구나
풀과 나무 잎에도
총총
이슬이 맺혔다
--;
1919
힘들었나보구나.
전화
☎~~~
☎~~~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내 목소리가 달려간다.
금방
네 목소리도 달려온다.
소리만 들어도
얼굴이 보인다.
^*^ ?
>*< ?
=_= ?
내 얼굴도 보일까봐
^*^
ㅋ ㅋ ㅋ
가을걷이
손바닥 만 한
텃밭에 앉아
할아버지 할머니
타작을 하신다.
“나 여기 있어요.”
“나도 여기 있어요.”
들깨도 콩도
깍지에서 튀어 나온다.
...˚․˚.
. ... .
.. .. ..
깨알은 쓸어 모아
✉,
○○○ ○
○○ ○○○
까만 콩도 쓸어 모아
✉✉✉
봉지는 달라도
두 분은 마주보며
~^*^, ^*^~
맺는 말
시도한다는 건 조금은 용기가 필요하다. 더구나 은어가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
는 현실에서 은어적(隱語的) 언어로 시를 쓴다는 건 모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은어들이 현실 생활에서 이미 생활언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호로 어
린이나 젊은이들은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생활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 말은 이 언어들이 대단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언어의 역사를 볼 때 생명력을 가진 언어는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죽어버린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모든 문화는 그 문화를 향유하며 아끼
고 사랑하는 이들이 많고 사회적으로 확산 될 때 생명을 가지는 것처럼. 앞으로 이
런 추세라면 이러한 은어들이 새로운 언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써 온 것이라는 것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