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 선생님의 금정산 산행기 머릿말>
태초에 한반도 동남단의 하늘과 땅과 바다가 맞닿는 곳에 볼록한 산 하나가 있었다.
그 산자락에 사람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하여 그곳을 ‘부산(釜山)’이라 이름 하였고,
그 부산 사람들이 그 뒷산을 ‘금정산(金井山)’이라고 불렀다.
금정산!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鎭山)이다.
부산과 금정산은 불과분의 관계에 있다.
부산이 없는 금정산은 존재할 수 있어도,
금정산이 없는 부산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니,
여기에 금정산을 지키고 보존해야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100년 전의 부산과 오늘날의 부산을 비교해 보고,
또 100년 후의 부산도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
100년 전에는 20∼30만 명의 작은 항구도시였던 것이 오늘날은 400만의 큰 도시로 발전하였고,
또 10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100년 전의 부산사람들도 금정산을 올랐을 것이고,
오늘날의 부산사람들도 금정산을 오르고 있고,
또 100년 후의 부산사람들도 금정산을 오를 것이다.
금정산에는 천차만별의 얼굴이 있다.
자기가 사는 뒷산의 익숙하게 아는 길만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도 등산에 속하지만,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새로운 등산로를 따라 한번 올라가거나 내려오면,
참으로 뿌듯함을 느낄 수가 있어 등산의 진미를 맛보게 하며,
그리고 이것 때문에 다시 금정산을 찾게 만든다.
미지의 길,
그것이 무엇이던지 간에 여기에 인류발전의 원동력인 도전정신이 있는 것이다.
여기 금정산의 등산로 80개[속편을 합치면 약 100개 정도]의 올라가는 길을 공개한다.
산행을 해보면 같은 길이라도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은 그 느낌이 전혀 다름을 알 수 있으므로,
올라가는 길 80개와 또 느낌이 다른 내려가는 길 80개를 모두 답사한다고 하면 수학적으로는 합계 ‘80✕80═6,400’ 약 6,400개가 되는 샘인데,
이 숫자는 금정산의 등산로를 평생을 두고 오르내린다 해도 똑 같은 길을 밟고 갈 수 없을만한 숫자다.
80개의 등산로는 주말에 빠지지 않고 1번꼴로 올라간다고 해도 약 1년 6개월이 걸리는 분량이다.
필자는 긴 세월에 걸쳐 금정산을 구석구석 누비면서 본서를 써서 만들었다.
시간을 초 단위로 측정하여 기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컴퓨터를 통해 등산로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 더욱 어려웠으며,
시행착오도 수 없이 겪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금정산의 등산로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기도 하였으나 모두 몇 개의 등산로만을 다루었을 뿐이고,
본서와 같이 금정산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특히 산행기점을 중시하여 상술하였고,
올라가는 시간을 구간별로 표시하였는데,
참고사항일 뿐 등산객들의 체력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이 등산 애호가들에게 언제 어디서도 금정산의 새로운 등산로를 올라가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금정산에 있는 명소의 사진들을 이 책에 실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이 한권의 책을 만드는데 4년여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미비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닐 것이라 사료되며,
내 나이 이미 70 중반이라 체력과 기력의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본서를 토대로 누군가에 의해 좀 더 나은 책이 만들어져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머리말에 갈음한다.
<2005년 1월 새해를 맞으면서 - 우남 이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