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동안의 국제 금값 변동 그래프
최근 목도하는 일련의 사업환경의 변화들은 마치 새로운 종(種)이 등장하는 것과 같은 생태계의 혁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마치 ‘전쟁’ 이나 ‘천재지변’이 난 것 처럼 전세계에 엄청난 경제적 피해와 생활패턴의 변화를 주고 있지만 주얼리 업종에서 코로나19 이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금값’이다.
금값이 만들어내고 있는 업계의 생태계 변화를 살펴보자.
2000년 금값은 3.75그램당 4만원 수준이었다. 2020년 9월 10일 3.75그램당 금 도매가는 28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역대 처음 겪는 기록적인 일이다. 이는 20년전 가격의 7배가 넘는 무시무시한 가격이다. 그것도 부가가치세 별도 금액이다. 부가세를 포함하고 소비자가 카드로 계산하는 순간 일선 소매상에서의 소매가격은 3.75그램당 35만원에 육박한다.
지난 8월 7일 온스당 금시세는 무려 2,071.99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1999년 역대 최저치는 온스당 252달러였다.
지난 2001년 국내 주얼리 역사상 최고의 주얼리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무려 3억6천5백만달러. 지금의 금값으로 계산하면 30억달러에 가까운 금액이다. 지금 환율로 3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그것도 다이아몬드 하나 안 물리고 순전히 큐빅 지르코니아를 세팅한 제품들이었다. 당시, 금에 큐빅 쪼가리(?) 물리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까지는 말이 되는 소리였는지 모른다.
2001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년 동안 주얼리 수출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수출은 1억6천8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주얼리 수량을 기준으로 하면 2001년에 비하면 20분의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수출 제조업의 규모가 2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수출시장에서 큐빅 제품은 이미 퇴출된 지 오래되었다. 금값이 너무나도 비싸졌기 때문에 더 이상 금에 큐빅을 물린다는 것이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가는 세상이 되었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주얼리 전시회가 모두 중단된 상태이지만 얼마전까지 활발했던 해외 전시회에서 국내업체들도 더 이상 큐빅 제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큐빅제품을 취급하지 않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00년대 중반의 일이다.(수출시장에서도 일부 귀걸이 딱지 제품이나 저가 제품 등에서는 여전 큐빅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마운팅 제품들도 모두 다이아몬드 세팅을 위한 반제품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금값이 3.75그램당 5만원쯤 했을 때는 큐빅을 물려도 됐다. 물론 그때도 천연보석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었지만 금값이 30만이나 하는 지금에 와서는 더더군다나 큐빅을 물리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요즘에는 정말이지 제품을 만들면서 금중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대한 금중량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되도록이면 면을 없애고, 두께를 줄이고, 차라리 스톤을 박는다. 멜리사이즈도 예전같으면 큐빅으로 돌리던 것도 웬만하면 다이아몬드를 돌리게 된다.
당연히 면이 많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패션’ 상품들은 쇠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온라인 유통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금중량이 많이 나가는 상품보다는 가볍고 마진이 높은 상품 위주로 디자인이 변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판매업체나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상품을 취급하는 제조업체들보다 전통적인 로드샵이나 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매장 업체들을 상대하는 제조업체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합금제품의 비율도 금값 폭등으로 점차 14K의 확대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국내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은 14K를, 지방은 18K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금값 부담으로 지방에서도 14K 주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금값이 너무 높은 나머지 플래티넘을 시도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플래티넘은 3.75그램당 부가세 별도 시세로 137,000원 수준이다. 금값에 비해 절반에도 안되는 가격이다. 그동안 플래티넘 주얼리는 공임이 금주얼리에 비해 두배나 높은 탓에 사용자들이 많이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오히려 중량이 많이 나가는 상품은 플래티넘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귀금속경제신문/ 김태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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