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갈대와 억새, 그리고 인생

[묵리촌장]

 

  갈대와 억새, 그리고 인생 ------------------------------------------------------

                                                                                                                                                 문숭리

   필자가 생업과 관련하여 전국농어촌을 주유하다 보면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과 풀들을 보게 된다.

정말 어떤 나무는 하늘을 찌르듯 서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메타쉐쾌이어), 어떤 꽃은 눈보라 속에서 빨갛게 피어나는 모습을 볼 것 같으면 삶에 대한 의지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고(동백 꽃), 온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도 않고 신부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꽃(목련)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을 그렇게 순수하게 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강풍이 부는 날이면 온 몸이 좌우 앞뒤로 흔들리다 못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은 나무(대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생명의 끈질김 같은 것을 느낀다.

이런 느낌들을 주는 나무나 풀을 다 나열하자면 책 한권 분량 가지고도 부족할 것입니다..

어디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이 식물들뿐이겠습니까?

심지어는 다 같은 강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아직 길 위에서 강을 내려다보면 멀리서도 강바닥의 조약돌이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강물을 바라다보고 있노라면(섬진강) 누군가가 나를 처음 만나는 순간 내 마음이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필자를 가장 가슴에 와 닿게 하는 얼핏 보기에는 구분이 잘 안가는 두 풀이 있어 그 풀을 소재로 글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제목에서 보듯이 갈대와 억새라는 풀입니다.

   필자는 농촌에서 태어나서 지천명이 지나도록 농촌과 인연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지만 수 년 전까지만 하더라고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지 못하고 같은 종류의 풀인지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산이나 들에 자라고 있는 억새를 갈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필자의 본가를 오가는 산과 들, 그리고 길가에 여기저기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가 가을이면 잎이 말라서 유행가 가사에도 나오듯이(아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바람에 흔들리며 자기들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쓱싹거리는 소리를 내는 풀이 갈대인 줄만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억새라는 풀이라는 것을 전국 농어촌을 주유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알게 되었지요.  필자가 그 이전만 하다라도 정작 갈대라는 식물을 직접 본적이 없었지요.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있었더라도 식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가지고 있지 아니하는 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겁니다.

유행가 가사가 그렇게 아무 생각이 없이 성장했던 한 소년의 뇌리에 그렇게 인식되어져 있었고 신경림 시인이야말로 어린 시절을 필자의 본가 뒤 산 너머에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 제목에 <갈대>라는 것이 있는데 그 분도 정말 갈대와 억새를 분명히 알고서 <갈대>라는 시를 쓰셨는지 의구심이 아니 들 수가 없지요?

필자와 같이 갈대와 억새 차이를 어설프게 알고 있는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를 위하여 그 차이를 사전에서 인용해 보았습니다.

- 갈대 : 볏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3미터이며, 잎은 길고 끝이 뾰족하다. 줄기는 단단하고 속이 비어 있으며 발, 삿자리 따위의 재료로 쓴다. 습지나 물가에 자라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 널리 분포 한다.

- 억새 : 볏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2미터이며, 잎은 긴 선 모양이다. 7~9월에 누런 갈색 꽃이 피는데 작은 이삭은 자주색이다. 잎을 베어 지붕을 이는 데나 마소의 먹이로 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하지만 차이가 무엇일까요?

   다음 포탈에 실려 있는 국어사전 의미로만은 구분이 안 되지만 이렇게 비교해 보면 확실한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 갈대는 주로 강가나 습지에서 자생하며, 억새보다 키가 크고 대가 굵고요, 억새는 산지나 구릉지에 주로 서식하며, 갈대에 비해 키가 작고 대가 가늘다는 것이지요. -

한마디로 말해서 갈대는 습지식물이며 몸집이 우락부락하게 생겼다는 것이고, 억새는 습지식물이 아닌 산이나 들에 서식하면서 몸집이 여리게 생겼다고 생각해 보면 확실할 것입니다.

사진을 통해서 그 차이를 구분해 보시기 바랍니다.

              (갈대)                                                                  (억새)                        

- 보다 선명한 화질을 위하여 <갈대와 억새-http://cafe.daum.net/asb-auction-> 글에서 인용했습니다. 사진을 본의 아니게 인용했지만 상업적 목적이 아닌지라 이해해 주실 것이라 생각하며 사진 저작권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두 가지 식물을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진으로 보아도 구분하기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갈대로는 전남 순천만 갈대 군락지와 서천 신성리 갈대 군락지가 유명하고요 억새 군락지로는 이미 음력으로 금년 정월 대보름(2009.2.9.)에 억새 태우기 축제 행사를 하다가 수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화상 부상자를 냈던 경남 창녕에 있는 화왕산 억새 군락지가  유명하지요. 물론 전국 각지와 세계 여러 나라에도 분포하는 식물이지만 말입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문숭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지요.

   갈대나 억새나 평상시에 습지나 산이나 들에 자생으로 자라다가 시들어 죽고 다시 태어나고 그렇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살다가 가지요.

다 같은 갈대나 억새지만 어느 곳에 어떻게 군락지를 이루고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해 하는 존재로 사랑을 받기도 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도 부족해서 불을 놓아 마치 로마의 미친 황제 네로의 심정이 되어 보려다  산신령을 노하게 해서 화마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다 같은 갈대와 억새라도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모습을  사진으로 함께 보실까요?

농촌에서 수박, 참외 농사를 지으려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도구로서 사용되는 풀이 주로 억새인데 갈대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철사나 프라스틱, 나무가지로 사용할 수 있으나 철사나 프라스틱은 환경오염이 될뿐 아니라 나무조차도 바로 수확을 하고 나면 흙과 함께 분쇄되어 또 다시 농작물을 심어야 하므로

한번 사용하고나면 그냥 썩어지는 갈대나 억새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밭과 논두렁에 자생으로 흔히 자라서 이렇게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요.)

 (농부들이 낫으로 잘라다가 잘 추려서 그리고는 작두에 필요한 크기댜로 절단을 합니다)

 (이렿게 두동강 세동강 나서 비닐하우스 농사에 쓰임니다.)

 (수박, 참외 넝쿨들이 엉키지 말라고  사이에 꽂자줍니다.)

그렇습니다. 다 같은 갈대와 억새로 태어나지만  그냥 바람에 흔들리다가 약한 존재로 살아가기고 하고 혹은 관광자원이 되기도 하고, 농부들에게 아주 소중하게 쓰임을 받다가 흙으로 돌아가기도 하지요.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대다수 우리 인생도 신경림의  갈대와 다름없이 인생을 살다가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비록 살아서는 신경림의 갈대처럼 살 수 밖에 없을지라도 죽어서는 문숭리의 갈대처럼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그런 인생으로 다시 한번 살다가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갈대 --------------------------------------

                                                       문숭리

그 누가 말했던가?

갈대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라고

아니 속으로 울어서 자신 말고는

그 아픔을 아는 이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하는 일 없이

산에서나 들어서나 강가에서 바람에 흔들거리지만

그러다가

농부의 낫에 잘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죽어서 큰일을 한단다.

머리는 잘라내고 몸통만 남아

작두에 한자 가량 두 세토막이 나고 나면

수박, 참외 비닐하우스에 초대되어

여기 꽂이고 저기 꽂히고

낮에는 수십 도의 고열 속에

밤에는 추위에 떠는 한이 있더라도

넝쿨들이 서로 엉키지 말라고

그렇게 길잡이 교통순경 노릇을 하며

충성을 다한다.

갈대라

비록 살아서는 가장 약한 존재였다가도

죽어서는 큰일을 해내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도 될 수 있다는 것을

                               (2008. 1. 경남 함안에서)           

- 2009. 3.8. 경남 진주에서 생과 투쟁하다가 서진주 스파에서  심신의 닻을 내리던 날에 문숭리로부터 -

[춘원]

문숭리님의 글 언제나 정감이 깃들어있고 인생철학이 담겨있는것 같아 좁은 소견이지만 대한민국 문학계에 큰별이 될것 같습니다!!!~~~^&^

[문숭리]

별 말씀을 요... 먼 훗날 제가 죽고 난 후에라도 대한민국 농민들의 삶을 번민하다가 간 소설가가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람쥐]

갈대가 조용히 울고 있었다...갈대의 흔들림이 자신의 울음인 줄 몰랐다... 인생의 삶과 다를바가 없네요
우리의 신체는 무수히 말을 하고 울고 있지만...정작 깨닳지 못할때가 너무나 많은것 같다.
기쁨에 웃고, 슬픔에 울고, 뜨거운 사랑앞에 참고 인내 해야하는 아픔 또는
성취감으로 인해 환희에 떨고... 육체의 고됨과 고통을 호소하는 몸의 비명소리.... 이 모든 것들이
어떤이는 그때 그때, 요소 요소 마다 지혜롭게 대처 해나가지만,,, 어떤이는 어떠한 소리도 묵인? 한채
고집과 아집으로 버티거나 묵살하면서... 고통과 고뇌의 구렁속으로... 삶의 질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게 되는가 봅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고 갑니다.

[묵리촌장]

다람쥐님께서도 내년 2010년 신춘문예 등단 해야 겠어요~ 촌장과 문숭리 작가도 적극적으로 후원할게요` ~~ㅎㅎ~소원이루세요~~꼬~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