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종사님과 나
상산종사님은 살아생전 몇 차례 만나 뵙고 가르침을 받았다. 첫 번째는 대학선방 2기에 참가하셔서 우리들의 공부 수준을 감정하고 독려하시었다. 대도인임을 몰라 뵙고 그저 한 원로님이 우리를 가르치시나 보다 했다.
두 번째는 장년이 되어 원로원을 찾았다. 딱히 누구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없어 원로원의 응접실 소파에 앉아 선을 하였다. 그때 손에 손톱을 깍아 종이에 들고 지나가면서 힐끗 나를 쳐다보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종이의 내용물을 화분에 버리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 가셨다. 그걸 무시하고 집에 가려고 역전에 가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산 원로님이 걸려 다시 원로원을 찾았다. 방에 들어가니 내가 올줄 알고 기다렸다는 듯이 책이 든 봉투를 내미시었다. 감사히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는 견성시와 원불교 공안을 써서 찾아뵈었다. 내가 올걸 알고 계셨을텐데 잠자는 척 하셨다. 그리고 원불교 공안은 아들 교무에게 답하라고 주셨다. 아들 교무님은 연락이 없으셨다.
경산종법사님은 상산종사님이 돌아 가신 후 수위단의 의결를 거쳐 대각여래위로 모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손톱을 화분에 버리신 게 대각했다는 싸인이 아니셨을까? 원불교는 대각여래위만큼은 법계의 법위와 교단에서 추서하는 법위가 일치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