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울산 봄 여행 둘째 날(1)-슬도, 대왕암
알람을 6시로 맞추어 놓았지만 눈을 뜬 시간은 4시 30분이었다.
그래도 밤사이 화장실 한 번 안 가고 6시간을 단숨에 잔 것이다.
호텔이 도심 큰길가에 있어 자동차 소리가 크게 들리고,
옆방에서 밤늦도록 자지 않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어도 나는 전혀 몰랐다.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었는데 몸은 고단했었던 모양이다.
남편도 일어났고,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엘리사벳도 깼다.
딸의 일정과 맞추다보니 항상 일요일을 낀 여행을 하게된다.
먼저 씻고 나온 남편과 나는 엘리사벳이 욕실에 들어가 있는 동안
주일 미사를 대송할 매일미사 책을 꺼내 펼쳤다.
입당송, 제 1독서, 제 2독서, 복음, 보편지향기도,
복음 묵상까지 읽고 난 다음 주의기도 33번을 합송하였다.
똑같은 기도를 반복하는 것이 지루해 지던 어느 순간,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에 마음이 모이며
내면이 고요해졌다.
나 개인에게나, 이웃에게나, 나라에게나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기도하는 것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 외의 다른 것은 불필요한 애착이며 이기심이다.
이런 소리가 내 안에서 들렸다.
6시 30분 경, 2층에 있는 호텔 식당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메뉴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마셨어도
시간의 여유가 있어 다시 호텔로 올라와 잠시 쉰 후 8시 20분에 밖으로 나갔다.
밖은 어제와 달리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고 빗방울도 한 두 방울 떨어졌다.
다행히 우산을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의 첫 번째 코스는 울산 동구 방어동에 있는 슬도(瑟島)이다.
슬도(瑟島)는 해발 7m의 작은 무인도로서
방어진항으로 몰아치는 해풍과 파도를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파도가 작은 섬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와 같아 거문고 슬(瑟)자를 써서 슬도(瑟島)라 부른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차를 세운 뒤 걸어 들어간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마을에서 바다 건너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섬이 슬도였다.
슬도는 육지와 방파제로 이어져 걸어서 건너갈 수 있었다.
슬도교 입구에는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듯한 고래 형상의 조형물이 서 있다.
방파제를 건너가면 커다란 등대 하나가 우뚝 서있다.
<엘리사벳이 등대 위로 올라가서 찍어준 사진이다.>
슬도는 간절곶에 있는 드라마하우스와 함께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과 〈메이퀸〉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 <메이퀸>에서 슬도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무대라고 한다.
슬도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버스 있는 데로 이동하였다.
이곳에서 파는 꽈배기가 맛있다고 하여 한 봉지 사들고 탑승하였다.
이번에 함께 한 여행객들은 간식을 많이 준비해 왔는지 차 안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남편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은 먹는 것이 부실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행선지는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대왕암 공원이다.
울산 동구의 대왕암공원은 동해 해안가에 자리한 아름다운 해변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신라시대 문무왕이 죽어서 호국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한다는 유언에 따라 납골을 뿌린 산골처로 알려진 대왕암이 있다.
아름다운 풍광에 선조들은 이곳을 동쪽의 해금강이라고 불렀다 한다.
공원 입구에 차를 세우며 가이드는,
‘대왕암으로 가는 길이 세 개가 있다. 소나무 길, 황토길, 돌길이다.
어느 곳으로 가든 대왕암이 나오니까 선택해서 가라.’ 하였다.
이곳 지리에 어떤 예비지식도 없던 우리는 송림이 우거진 소나무 길을 택해 걸어갔다.
다른 두 길에 비해 소나무 길은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게 되어 있었다.
조금 가다 보니 나무데크가 있어 그것을 밟고 계속 내려가는데,
기암괴석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는 바다가 눈 아래에 나타났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 길이 경관은 아름답지만 가장 힘든 코스였던 것이다.
전에는 이 코스 하나만 있었는데 사람들이 힘들어 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편한 길로 갔는데 나이먹은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이 길로 갔던 것이다.
드디어 계단을 다 내려와 편한 길을 걸어서 대왕암 근처까지 갔다.
이제 철다리만 건너면 되는데 남편이 더 이상 가기를 원하지 않아서
엘리사벳만 건너가 사진 몇 장을 찍어갖고 왔다.
대왕암의 전설을 들으면서 언젠가 분명히 내가 대왕암에 가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울산에는 한 번도 와 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아 집에 와서도 계속 답답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전에 가 본 곳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 사적 제158호. 대왕암(大王岩)이라고도 부르는 곳이었다.
<경주에 있는 문무대왕릉. 보통 대왕암이라 부른다.>
대왕암 가는 길에 소나무가 무성한 것은 이곳이 일제시대에 군사용 말을 기르던 목장이어서
보안을 위하여 소나무를 심은 것이라고 한다.
이 소나무 때문에 바다에서 등대가 잘 보이지를 않아
이것보다 조금 높은 등대 하나를 더 세워 등대가 두 개가 있는 것이 특별하다.
첫댓글 와 1박2일 동안 정말 알차게 돌아보셨네요~^^
곳곳이 모두 너무 멋진 풍경이에요!!!♡
고모부 무릎 좋아지셔서 더 오래
여행 다니시길 기도합니다!!!^^
마치 내가 그곳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훌륭한 여행기이다.
아가다는 전국을 순례하듯 다니며 기록을 남겨야될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답게 노후를 보내는 부부는 없을 것 같다.
정말 보기 좋고, 축하한다.
아내보다는 남편 쪽에 더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