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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 장미와 안개꽃
마라띠목장 박명숙 집사
기나 긴 겨울을 지나 어디선가 봄의 향기가 몰려온다. 꽃은 피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는 봄이 온다고 말해준다. 시냇물은 신이 나서 졸졸 흐르고 먼 산에 종달새는 하늘높이 날아올라 지저귄다. 산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꿩이 푸드덕 날아오르며 꿩꿩! 하며 외치는 소리조차 정겹고 들판에 분주하게 오가던 바람은 서슬 퍼렇던 칼을 집어던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변했다. 조금 더 지나면 산은 원색의 꽃들로 물들리라. 긴 잠에서 깨어난 대지처럼 사람들도 햇살 속으로 쏟아져 나오리라. 봄이 되면 꽃들의 세상이다. 연초록 나뭇잎 또한 꽃 못지않게 예쁘지만 가진 옷이 초록뿐이라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다.
5월이 되면 ‘꽃의 여왕’이라 부르는 장미가 피어난다. 빨강, 노랑, 분홍, 흰색 등 색상도 다양하거니와 장미는 겹겹이 쌓인 꽃잎으로 신비롭고 우아하다. 그뿐이랴. 장미는 향기마저 그윽해서 누구나 장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축하하는 기쁨의 자리나 사랑을 고백하는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랑의 상징, 꽃 중의 꽃, 장미 아니던가? 나또한 그런 장미를 꽃 중에서 가장 사랑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나의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꽃이 있다. 한송이로서는 꽃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초라한 형색이지만 이 꽃들이 우르르 함께 어울렸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실선 같은 초록줄기 끝마다 얼음조각이 하얗게 부서진 듯 눈꽃처럼 피어있는 안개꽃! 풀꽃같은 소박한 향기를 뿜으며 장미의 들러리로 만족하는 꽃! 그 안개꽃이 나의 눈에 들어 온 것이다. 장미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조연이지만 무리지어 아름다운 안개꽃이 주연을 뛰어 넘어 이렇게 예쁠 줄이야.
우리는 날마다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조금만 불행해도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슬퍼하고 조금만 행복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날아오른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장미처럼 늘 화려하지도 향기롭지도 않을 때가 많다. 늘 사랑을 고백하던 연인도 결혼하면 조금씩 시들어간다. 그래서 불행하다고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바라는 눈에 띄는 행복은 아니지만 날마다 만나게 되는 자잘한 수많은 행복이 있다. 안개꽃처럼…….
오늘을 살고 있는 것도 행복이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행복이고 내가 아프면 나를 위해 병문안을 와 줄 수 있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 중 가장 큰 행복은 하나님을 알고 구미남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것!^^ 찾아보면 무수히 많은 감사의 조건들이 안개 꽃밭이 되어 나를 둘러싸고 피어있음을 잊지 말자.
이것을 알았다면 오늘은 그대가 장미꽃이다.
첫댓글 우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명숙언니집사님 글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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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알았다면 오늘은 그대가 장미꽃이다...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오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감동과 소망을 더해주네요...
삶에 대한 따뜻한 통찰... 예수님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