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1)
2011-04-25 10:53:29
일시: 2011년 4월 22일 밤 11시 20분 양재역 출발-23일 오후 7시 양재역 도착
참석자: 도다리(대장) 민영 규홍 은수 해균 재일 부종 총 7명
날씨: 약간 흐렸으나 맑은 편
제목: [사량과 전설]
드라마 <사랑과 진실>은 1984년 김수현 극본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17년이 지난 2011년 4월, 사량도와 사량도의 옥녀바위에 얽힌 전설, <사량과 전설>은 삼공산우회 역사에 또 하나의 작품이 되기에 충분한 ‘산과 바다 그리고 우정’이 어우러진 멋진 산행이었다.
출발하기 전 금요일 저녁 재봉선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쉽게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사량도에 갔다온 경림대사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대사가 가본 산행중에 기억에 남을 우리나라 3대 산행중의 하나로 꼽을만큼 그 풍경이 아름다웠단다.
밤 11시 20분 출발에 앞서 (상중이라 참석치 못한 산사랑을 제외한) 7명의 전사, 도다리(대장), 해공. 느림보. 장사. 겨울여행, 괴물 재일, 솔고가 초저녁부터 모여 당구장에서 몸풀기를 먼저하고, <순대로 만든 찹쌀?> 식당에서 민영장사가 가져온 버번으로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웠다.
다솜산악회에서 주관한 초봄 무박산행 야간 버스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새벽 4시 넘어서 도착하리라던 산악회 대장의 예측보다 1시간이나 일찍 삼천포에 도착하여 북어미역국으로 아침을 해결한 뒤, 사량도행 선착장에서 예정대로 유람선에 올랐다. 40여분만에 도착한 사량도는 행정구역으로는 통영시 사량면에서 속하고 2,000여명의 주민이 어업, 관광업 그리고 약간의 농사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지리망산을 시작으로 촛대봉, 달바위(불모산), 옥녀봉을 거쳐 대항마을까지 약 4시간여의 산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섬에 있는 산에 오르는 멋은 발이 닿는 어디서나 산과 바다와 그리고 하늘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온통 푸르다. 언덕마다 펼쳐진 한려수도속의 크고 작은 섬들이 봄볕과 함께 마치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다. 과연 선사와 대사의 말처럼 육지 산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마음까지 확 트이게 해 준다.
유람선을 함께 타고온 100여명이 넘는 등산객들을 먼저 보내고, 오르막에서 발목을 살짝 다친 해공과 무릎이 성하지 않은 솔고의 걸음에 맞추어 1시간 남짓 걸려 지리망산에 올랐다. 날씨가 맑으면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하여 지리망산이라고 한단다. 사량도의 바위들은 바닷 바람의 탓인지 만지면 훅 부서질 정도로 얇고 약하지만, 부서러진 조각들마저도 사진으로 옮기니 마치 로마시대의 유적같은 그림이 된다.
촛대봉을 지나니 농주를 팔고 있는 40대의 사량도 주민을 만났다. 육지에서 생활하다 고향이 그리워 여든이 넘은 노모가 살고 있는 고향섬으로 다시 왔다고 하는데, 농주로 생업을 보태는 것을 보니 맑은 공기와 자연속에 사는 삶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은가 보다.
지리망산을 오른 뒤의 산길은 여느 산길처럼 경사도 없고 편안하지만 만나는 봉우리들은 가파른 바위들로 쉽지 않은 길이다. 바위 타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우리마다 우회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달바위를 내려와 옥녀봉을 향한 길목에 13년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점이 있다. 매점 여주인의 인심과 입심으로 농주와 어묵으로 속을 채우고, 걸음이 무거운 해공과 솔고 그리고 자칭 인솔자(?) 느림보는 톱바위에서 대항마을로 향하는 샛길로 먼저 내려가기로 한다.
도다리대장, 장사, 여행, 괴물은 예정대로 옥녀봉을 거쳐 매점 여주인이 소개한 대항마을 민정이네 횟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옥녀봉에는 “옛날 사량도에 살았다는 옥녀에 얽힌 전설이 전해 온다. 옥녀는 외딴집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는데 혼기가 되었지만 총각이 없어 시집을 못 가고 있었다. 어느날 아버지가 딸에게 덤벼들어 범하려 하자 옥녀는 아버지를 피해 옥녀봉 꼭대기에 올라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옥녀가 떨어져 죽은 곳은 아직도 핏자국이 선명해 비가 오는 날은 바위에서 빨간 핏물이 흘러내린다고 하며, 대례를 치르지 못하고 죽은 옥녀를 위해 지금도 사량도에서는 혼례식 때 대례를 치르지 않는다고 한다.”
옥녀봉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대항마을 횟집 (민정이네) 에 자리를 잡고 멍게, 해삼, 게불과 주인이 덤으로 내놓은 낙지맛을 무엇과 비교하랴. 옥녀봉 등정까지 모두 마치고 네명의 전사들도 옥녀봉 등정의 무용담을 곁들여 남해 횟감의 맛을 즐겼다. 전사들이 찍어온 핸드폰 사진만 보아도 가파른 경사가 예사롭지 않다. 산사랑이 참석치 못한 것이 아쉬웠는지 옆집 횟집 이름까지 <산사랑 횟집>이다.
정각 12시에 돌아오는 유람선에 몸을 실으니 낯선 승객들과도 금방 친구가 되었다. 배 앞머리에서 만난 중년의 등반객들과 나이를 맞추니 모두 닭띠 아니면 잔나비띠라고 하며 친해진다. 더욱이 일행들이 솔고 선친의 고향인 같은 경북 선산 도개중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배에서 내려 삼천포항 바로 옆의 수협활어센타에 (진주횟집) 서 도다리대장이 신선한 활어 (광어, 농어) 로 한산도 고향에 온 산행 친구들을 대접했다. 남해 바다에서 먹는 활어 회의 신선한 맛과 등반후의 가벼운 몸과 마음의 기분이 합쳐져, 대장의 권유에 (마지못해?) 따라온 것이 정말 잘했다는 말들이 이구동성으로 쏟아진다. 무박2일 사량도 지리망산 산행은 정말 가보지 않고는 그 멋과 맛을 알 수 없다고 한 먼저 다녀온 친구들의 말이 새삼 기억난다.
멋진 산행을 리더해준 도다리 대장님 덕분에 무박이일 산행을 그리고 삼천포에서 활어까지,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같이 참석한 산우들도 각각 제역할을 다한 산행이었음에 감사합니다.
같이 못한 산사랑님이 많이 아쉬웠던 시간이었네요.
산사랑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