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날이 밝아오고 샛별이 떠오를 때 까지, 어둠속에서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듯이
그 말씀에 주위를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2 베드 1장19절)
-대구교구 상인성당, 임마누엘 반 김 이경 안젤라-
성경 읽기를 여러 번 시도 했지만 번번이 앞부분만 조금 읽고 그만두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면서 사는데 바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 나이 오십이 되면 성경 공부도 시작하고 신앙생활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잘못된 계획이었다. 잘 살아가기 위해선 하느님을 가까이 모시며 하느님 사랑 가운데 살아가야 했었다. 그러던 중 조금 일찍, 오십을 몇 년 앞두고 스스로 레지오마리에 가입하고 하나하나 찾던 중, 주보에 <성서 백주간> 모임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히게 되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생각했던 계획보다는 좀 일렀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시작해야 되겠다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드디어 <성서 백주간> 수업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반 이름을 '임마누엘'(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마태1,23)이라 지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나는 성경 책도 새로 마련해야 했었다. 집에 있던 성경 책이 그동안 바뀌어서 못 쓰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새 성경책을 구입하고 수업을 시작하면서도 부끄러운 건 여전했다. 왜냐하면 우리 임마누엘 반 식구들이 가지고 다니는 성경책은 손때가 묻어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성경을 한번 이상은 접한 것 같았다. 우리는 주 1회 『성서 백주간』 읽기 배분표 대로 진행하였다. 처음 접한 나에게는 성서 감상 이야기를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다행히 우리 반은 명품 신자들이 많아 어설픈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성서 감상 이야기도 예쁘고 아름다운 말로 꾸미기보다는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 보이는데 놀랐고 한편 너무 고마웠다.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기로는, 매미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다섯 번의 허물을 벗는다고 했다. 나도 나를 싸고 있는 포장지를 벗기고 벗겨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 내보이려고 노력했다.
창세기 천지창조 편을 펴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긴장이 되어 읽어 나가기가 힘들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나는 성경책을 펴는 순간 3년이 지나간 것처럼 뿌듯했다. 대학 공부도 4년 이니까 대학을 다닌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일주일 분량을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하며 소리 내어도 읽어보곤 했다. 성경은 매우 큰 대하 드라마이다. 그래서 세계 역사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성경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역사적인 배경과 여러 가지 모르는 것을 찾아보기도 하였으나, 찾아보아도 모르는 것이 많이 있었다. 나름 꼼꼼하게 준비했다. 구약 성경에서는 누구나가 같은 느낌이겠지만 나 역시 구약성서 공부를 해나가기가 힘들었다. 하느님 사랑을 느끼기 보다는 무시무시하고 무서운 하느님이었다. 너무 얼토당토 안한 기적들에서는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분명 웃을 수 없는, 무서운 일임에 틀림없는데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었다. 그만큼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신약 성경을 공부하면서부터 사랑이신 하느님을 알게 되었고, 사도들이 쓴 애절한 서간문을 통해 다져져가는 신앙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튼 공부하는 내내 하느님의 소리를 듣기보다는 내 소리를 내는데 급급했었다. 한번 만에 그동안 못한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욕심이 앞섰었다. <성서 백주간> 시작 시간만 되면 심한 긴장감으로 온몸에 흐르던 땀이 일시에 식으면서 체온이 떨어져 추위와 함께 떨림이 심해서 준비해 간 감상 이야기를 길게 이어 나가기가 힘들어 짧게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혼자서 배분 표에 따라 할까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끝까지 해 나가기가 지금 상황을 이겨내기보다도 더 힘들겠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러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진한 안개에 가려져 그분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던 내가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즐거움을 <성서 백주간>을 통해 알게 되어, 어둠 속에 있던 내가 불 빛을 만난 듯 그분의 모습이 내 마음속에 또렷이 자리하게 되었다. 기도하는 방법도 몰라서 달라고 조르며 흥정하며, 어느 때는 감히 갑질을 하며 등등..., 다들 이런 식으로 하는 줄 알았다.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깨달은 지금은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임마누엘 반, 한 사람 한 사람 감상 이야기를 들으면 살아 계시는 하느님이 옆에 있는 것 같았다.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생활 속에서 겪은 감상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신앙 가득한 삶의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소리 없이 흐느끼던 수 많은 시간, 때론 배꼽 잡고 웃으며 함께 했던 지난 3 년 이란 우리의 소중한 시간들, 살아가면서 신앙이 약해져 외롭고 추위에 떨 때마다 꺼내어, 내 신앙의 포맷용으로 나의 등불이 되어 다시 밝히고 밝히게 되리라 믿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성서 백주간>에 참석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숙제로 대신 했다. 빠지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성서백주간>을 다 마쳐가는 지금, 따뜻해진 마음과 따뜻한 눈,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로 바꿔주심에 감사합니다. 내 삶의 한가운데 주님을 모시며 잘 살다 죽을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