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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 차귀도를 걷다(2021.12.11. 토)
자태가 빼어난 차귀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자구내 포구
줄을 매어 바닷바람에 오징어를 말리는 진풍경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절경은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게 한다.
예정된 뱃시간에 맞췄지만 빈 좌석이 없어
다음 배편까지 여유있는 시간은 자연스레 엉알길로 향한다.
1941년 고산~목포 간 화물선의 유도등으로 세워졌으나
바다에 나간 고기잡이 배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불을 밝히기도 했다.
사다리를 이용해서 올라 다녔으며 꼭대기의 집 모양은 근래에 만든 것으로
처음에는 유리로 된 등집에 석유 등을 올려놓았던 공간이다.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 포구에 세워진 옛 등대로
속칭 '도대불'이라 한다.
누이를 목놓아 부르는 동생의 눈물
수월봉에는 남매의 안타까운 전설이 전해온다.
어머니의 병환을 치유하기 위해 오갈피를 찾아 수월봉의 절벽을 오르다
누이 수월이가 떨어져 죽고 동생 녹고도 슬픔에 눈물을 흘리다 죽고 말았는데
그 후로 사람들은 수월봉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녹고의 눈물'이라 부르고
남매의 효심을 기려 이 언덕을 '녹고물 오름'이라 부른다.
그러나 실제 녹고물 눈물은
해안절벽의 화산재 지층을 통과한 빗물이 화산재 지층 아래 진흙으로 된
불투수성 지층인 고산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것이다.
낙조가 아름다운 바람의 언덕 '수월봉'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람 센 곳으로 '고산기상대'가 눈에 들어온다.
자연 그대로 만든 휘어진 해안선
바닷가를 따라 주상절리가 형성된 모습도 관찰되고
검은 현무암 틈새로 차귀도를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암대극'
하얀 꽃을 피웠던 귀화식물 '물냉이'는 자람 터를 넓혀가고
바다 산책길을 열어주었던 '갯강활'
바람을 탄 파도가 출렁이는 움직임 따라 마음의 문도 열린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은
수월봉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수많은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제주도내 370여 개 오름(화산체) 가운데
갱도 진지 등의 군사시설이 구축된 곳은 약 12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수월봉 해안에는 미군이 고산지역으로 진입할 경우 갱도에서 바다로 직접 발진하여
전함을 공격하는 일본군 자살 특공용 보트와 탄약이 보관되어 있던 곳이다.
화산 연구의 교과서 '수월봉(해발 77m)'
작은 형태의 오름으로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계절마다 색이 달리 보이는 정상에서는
한라산과 광활한 고산 평야, 서부 지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바다로 눈을 돌리면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
차귀도~당산봉까지 탁 트인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바람을 탄 요동치는 격한 파도의 움직임 따라 칼바람이 부는 '바람의 언덕'
수월봉 아래에는 '엉알'이라 부르는 깎아지른 절벽이 펼쳐지고
바람과 파도, 세월이 만들어낸 화산분출물들이
기왓장처럼 층층이 쌓인 화산재 지층은 수월봉의 백미다.
수월봉 해안 절벽 곳곳에는
다양한 크기의 화산탄(화산암괴)들이 지층에 박혀 있고
지층이 휘어져 있는 탄닝 구조를 볼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수월봉 해안 절벽은
동쪽으로 2km까지 이어지고 이 절벽을 '엉알'이라고 부른다.
벼랑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녹고의 눈물'
세월을 말해주는 층층이 쌓인 화산재가 신비스러운 풍광을 더해준다.
당산봉은 물과 마그마의 폭발적인 반응에 의해 형성된 수성화산체로
산방산, 용머리 해안과 더불어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 중 하나이다.
당산봉 전망대에서는 광활한 고산 평야와 수월봉,
바다 위에 떠 있는 차귀도와 자구내 포구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하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신창 풍력발전기 뒤로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드디어 타고 갈 배가 포구 안으로 들어오고
차귀도에 머물 수 있는 한시간...
이야기가 있는 차귀도에 아직 남아있을 늦가을을 만나러 간다.
넘실대는 파도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바다 위로 솟아오른 죽도와 누운 섬, 그리고 장군바위와 매바위
그 사이를 오고 가는 크지만 자그마하게 보이는 배들
바위틈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
수월봉과 해안 절벽 엉앙길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절경 중의 절경으로 배경 자체가 그림이 되어준다.
차귀도는 죽도와 와도 2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무인도로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 해안에서 약 2km 떨어져 있다.
차귀도 천연 보호구역은 주변 경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가치가 높아서
20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차귀도는 대나무가 많아 대섬 혹은 죽도로 불러왔는데 천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7가구가 보리, 콩, 수박, 참외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살았지만
현재는 무인도로 남아 있다.
차귀도는 옛날 중국 호종단이
제주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을 경계하여
제주의 지맥과 수맥을 끊고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의 수호신이 매로 변하여 폭풍을 일으켜 배를 침몰시켰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차귀도'라는 이름은 배가 돌아가는 것을 차단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할망은 오백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그중 차귀도에 있는 막내아들 바위가 '장군바위'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장군바위는 송이를 분출한 화산활동 때
화도(火道)에 있던 마그마가 분출되지 않고 굳어져 암석이 된 것이다.
응회암과 이후 분출한 용암과 분석 등 다양한 차귀도의 암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해질 무렵,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일 때 섬 전체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차귀도'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섬을 떠받치고 있는 절벽과 곡선이 아름다운 들판, 산국과 감국이 어우러진 산책로
바다가 전해주는 바다내음과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안
발 밑에는 군락을 이룬 '해녀콩'이 흔적을 남기고
탁 트인 바다는 수채화를 그려내 듯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차귀도 등대는
고산리 주민들이 손수 만든 무인등대로 볼래기 동산 위에 위치하고 있다.
볼래기 동산은 주민들이 등대를 만들 때 돌과 자재를 직접 들고 언덕을 올라올 때
제주말로 숨을 '볼락 볼락' 가쁘게 쉬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차귀도 등대는 1957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자동적으로 어둠을 감지하고 불을 밝힌다고 한다.
차귀도는 2개의 응회구와 여러 개의 분석구로 이루어져 있다.
응회구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내부에 분석구가 형성되었는데
이후 서쪽에서 또 다른 응회구와 분석구가 만들어지고 용암이 분출되었다.
최초의 차귀도는 지금보다 훨씬 컸지만
해수면 상승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크기가 점차 작아졌다고 한다.
화산이 빚은 섬
섬 자체가 지질공원인 제주도
삶 자체의 빠름과 느림의 길이는 다르지만 길 위에서 마주하는 것들
'잠시 멈춤',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
이 글은 제주투데이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에도 게재됩니다.
-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블로그에서 가져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