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앞에서 눈물 흘리는 성 베드로
구에르치노
‘사팔뜨기’라는 뜻의 별명 구에르치노(Guercino, 1591-1666)로 더 널리 알려진
볼로냐의 화가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Giovanni Francesco Barbieri)는
완벽하고 이상적으로 인체를 묘사하면서도
격렬한 감정을 다채롭고 역동적인 동작과 자세로 표현해낸 바로크 화가이다.
그는 1621년 로마 생활을 계기로 후기에는 밝고 우아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그렸는데,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1647년에 그린
〈성모님 앞에서 눈물 흘리는 성 베드로〉는 후기의 특징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 루이지 탄지로가 지은
<성 베드로의 눈물>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것으로
윤곽과 명암을 선으로 뛰어나게 묘사했던 구에르치노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는 단 두 명의 인물만이 화면에 등장하고,
배경 또한 어두운 단색조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예수님께서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것을 후회하는 성 베드로가
비탄에 잠긴 성모님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카야파 대사제 집으로 끌려갔을 때,
사람들이 “당신도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마태 26,69) 하고 묻는 말에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세 번이나 부인하였고,
곧 닭이 울자,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마태 26,75)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는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이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도 있었다.
비탄에 잠겨 있는 성모님의 머리에는 후광이 있다.
세상 구원을 위해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이 거룩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을 상징하는 강렬한 푸른색 겉옷과 참회를 상징하는 보라색 속옷을 입고,
겸손을 상징하는 황토색 베일을 쓰고 믿음을 상징하는 흰 수건을 무릎에 내려놓고
비탄에 젖어 눈에 초점을 잃은 채 두 손 모아 눈물로 하느님의 뜻을 찾는 성모님과
황토색 겉옷을 입고 푸른색 속옷을 입고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 수건으로
참회의 눈물의 닦으며 머리 숙이고 있는 성 베드로와 대조를 이루며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듯하다.
간결하면서도 힘차고 정확한 화면구성과 강한 소실점에 의한 원근법적 표현에서
그의 명확한 과학적 소양을 엿볼 수 있고,
볼로냐의 위대한 경쟁자였던 귀도 레니의 고전주의의 영향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구에르치노 노년기의 최대 걸작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전례 없는 성경 속 두 인물을
화면 가득히 한 곳에 배치하고 있는 독특한 구성이다.
또한 17세기 화가들이 강조한 감정표현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려진지 400년이 되도록 감상자들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의 비결은
극적인 감정표현으로 주인공의 슬픔의 정서를
강하고 감각적으로 감상자들에게 표현하고 있고,
화면에 성모님과 성 베드로 단 두 사람만 등장시킨 뒤,
어둠 속에 그들을 배치해 놓고 강렬한 조명을 내리쬐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마치 연극무대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마음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