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7.12
...그리운 선생님께.
선생님의 홈피를 통하여 이렇게 인사드림을 한없이 송구하며 부끄럽기 짝이없습니다.
제가 79년도 고3이었을때 선생님은 제 담임 이셨지요. 3학년 6반 이었습니다.
수학을 가르치시던 이영재 선생님하고 저는 동명입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기억하실까 생각해봤지만 생각나는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80년 초에 저는 졸업을하고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상일여고로 전근 가신듯 싶습니다.
늘 청년으로만 기억되던 선생님을, 홈피의 사진을 통해서 보니 참 많은 시간이 흐른것 같습니
다. 하지만 깊이 패인 선생님의 오른쪽 보조개와 성의를 다하여 칠판앞에 계시던 선생님의 모습
은 아직까지도 제맘엔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참(眞)한 마음을 새기면서 선생님을 잊
지 않으려합니다.
저는 일원동에 살고 있으며, 서울대학교(관악) 방사선센터에서 한 부서를 맡고 있습니다.
중3인 딸과 중1인 머슴아를 두고 있답니다. 선생님은 외손주를 보셨지요.
훌-쩍 한세대가 지났습니다.
재차 일찍 선생님께 인사드리지 못한 못난제자를 용서하여 주시고, 선생님 맘에 드는 제자가 되
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선생님 고맙습니다.
2002년 07월 09일 이 영 재 올림
서울대학교 환경안전연구소 방사선연구센터 yclee@snu.ac.kr
* 남학생 제자가 글 올려서 상일여고 제자분들께 죄송합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운원 선생님의 같은 제자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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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네 덕에 23년이 지난 우리들의 졸업앨범을 찾아 얼른 3학년 6반 쪽을 펼쳐 보니 "최선을 다하자"는 진부한(?)- 지금도 어느 학급의 급훈이지만- 급훈 옆에, 잘 생긴 (?) 미남 청년교사가 화단 옆에서 폼을 잡고 서 있고, 우리 반 수업 장면과 학교를 배경으로 우리반 54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아련한 그리움이 왈칵 밀려 드는구나.
영재야,고맙고 기쁘고 반갑기 그지없다.
어제 아침 교무실에서 네 글을 보고 곧 답장을 쓰고 싶었지만,그래도 네 얼굴도 다시 보면서 글을 써야 형식적인 내용이 아니고,너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셈이 될 것 같아서 참았다가 집에 돌아가서 묵은 앨범을 꺼내 들고 네 얼굴을 찾아 보았지.
네 말대로 네가 말썽을 부린 적이 있다면 좋았겠는데(?),너와 나 사이에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너를 알아 내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그래도 서동선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영재 네 맑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아, 네가 이영재구나, 그래, 맞아. 이영재 !"라는 소리가 내 귓전을 울렸단다.
늘 겸손하고 단정했던 학생, 생각이 많은 모습을 자주 보였던 학생이라고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영재 네가 23년이 훌쩍 지난 오늘,옛날의 시간으로 우리를 되돌려 놓으니 나를 바라보는 제자들의 얼굴 하나하나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까 내 기억 저편에서 잠자고 있던 아련한 기억들이 슬금슬금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구나.
반장이 고상철이었지? 진지했던 곽문수,의젓했던 김병호,키다리 김인철,노땅 스타일 이영식,다정다감했던 정순봉,자주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안수해 등등,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사람의 일생에서 사춘기에 해당하는 고교 시절에 스승과 제자로 만난 너희들과 나의 사이는 영원한 사제지간으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어느 순간 문득 "아, 그 선생님은 지금 어떻게 지내실까?", "아,그 친구는 지금 ?" 하는 막연한 그리움이 떠오르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겠지.
영재 네가 내 홈페이지를 찾아 왔으니까 나에 대한 간략한 소식은 이미 알았을 테고, 나도 네 글을 통해 네 소식을 듣게 되니까 기쁨도 느끼고 보람도 느낀다.
벌써 마흔을 넘긴 네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무엇보다 나의 사랑하는 제자로 세상을 열심히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구나.
인하부고를 떠나 상일여고로 전근온 지 23년이 지났지만 인하부고를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단다.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가끔씩 소식 전해 주기 바란다. 연락이 되는 동창들에게도 내 소식과 안부 전해 주면 좋겠다.
여름철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내기를 기원하며 오늘은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