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푸른푸른 - 수요낭독공감> 들여다보기
<수요낭독공감 - 눈만 봐도 푸른푸른>에 다녀왔습니다.
참 오랜만에 영등포엘 갔습니다. 지난 번 삼성역 코엑스에서도 느꼈지만, 서울의 변화는 서울에 사는 저로서도 벅찬 느낌입니다. 서울 부도심을 중심으로 대형 상업 시설이 들어서는 이른바 재개발 사업으로 영등포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동네가 된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풍경이 영등포에는 남아있더군요.
영등포역에서 타임스퀘어로 가는 골목길, 아직 밝은 여름날 오후임에도 홍등이 드리워진 채 커튼이 쳐진 업소들. 문득 지나가는 제게 다가오려는 듯 의자에서 일어나는 아줌마를 보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아- 흐-음 ☜ (한숨과 작은 비명의 중간 소리 ㅜㅜ)
영등포 타임스퀘어 2층 교보문고 티움이라는 곳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교보문고는 ‘바로드림’이라는 서비스를 운용합니다. 책을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면 정가를 다 받는데, ‘바로드림’은 모바일이나 인터넷 구매와 같이 할인(보통 10%)을 받아 구매하고 원하는 매장에서 찾아가는 서비스입니다.
저도 그 ‘바로드림’을 이용해서 김선우 시인의 시집을 세 권 구매했습니다. ‘바로드림’ 창구에서 책을 찾고 티움 홀로 들어섰습니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임에도 김선우 시인님과 가이아님이 벌써 와 계셨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간의 안부를 확인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 박찬세 시인과 사회를 맡은 오연경 평론가가 보였습니다.
조금 늦게 난나님과 혜미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
한국작가회의에서 주관하고 교보문고에서 주최한 이번 <수요낭독공감>은 흔치 않은 청소년 시집을 주제로 선정하여 열렸습니다.
김선우 시인의 『댄스, 푸른푸른』과 박찬세 시인의 『눈만 봐도 다 알아』가 그 주인공입니다.
낭독공감은 오연경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두 시인의 간단한 소개와 시집에 실린 몇 편의 시를 서로 돌아가며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김선우 시인님께서 낭독한 시 한 편 올립니다.
모래성 쌓기 놀이
쌓는 것도 좋지만
제일 멋진 순간은
파도가 밀려와
모래성이 스르르
무너질 때
꺄아아아아아아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지
무너진 모래성이
발가락 사이로
차르르르 빠져나갈 때
마음이 시원해지지
다음엔 또 어떤 모래성을 쌓을까
새로운 기대를 하게 되지
무너진 뒤에
놀이는 새로 시작되지
‘꺄아아아아아아 우리는’
이 부분을 낭독할 때의 김선우 시인은 그 해맑은 표정과 그 장난기 넘실대는 목소리와 그러면서도 선하고 진지하기 그지없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깜찍하면서도 귀여운 옆집 십대 소녀를 떠올려 보세요.
시낭독 중간 중간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일 타임스퀘어 1층에서는 25일 개봉한다는 ‘인랑’이라는 영화의 레드카펫 및 쇼케이스 행사가 있었습니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등 대단한 배우들이 출연한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낭독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시낭독 후 청소년 시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즈음 아래층의 함성은 간간히 커졌습니다. 아마도 위에 언급한 유명 배우들의 입장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김선우 시인께서도 간간히 들리는 함성에 한 마디씩 거들어 가면서 청소년 시 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시집 뒤에 실린 김선우 시인의 ‘시인의 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김선우 시인님이 낭독한 시 한 편을 더 읽고 가지요. 김선우 시인님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읽으시기 바랍니다.
봄
너에게
네가 웃으면 봄이다
네가 웃어야 봄이다
(혜미가 웃으면 봄이다) ☜ 요기하고 아래하고 괄호 속은 시집에는 없으나
(혜미가 웃어야 봄이다) ☜ 그날 김선우 시인님이 낭독한 그대로 입니다.
김선우 시인에 이어 박찬세 시인의 낭독과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박찬세 시인의 어릴 때 모습과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사이사이에 조금은 장난스럽게 또 조금은 짓궂게 호응하는 김선우 시인의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살짝 장난기가 발동하는 모습 속에서도 후배 시인을 아끼는 마음과 허물없이 대하려는 배려심 같은 것들이 느껴졌습니다.
어릴 적 옆집에 살던 착한 순이 같았습니다.
<낭독공감> 행사가 끝나고 카페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각자 준비한 시집에 사인도 받았습니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사실에 살짝 아쉬움이 돋아나는 순간, 김선우 시인과 시인님의 문우들이 자리하는 뒤풀이 자리에 합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역시 배려심 하나는 김선우 시인이 최고입니다.
근처의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북 경산에서 오신 카페지기 가이아님, 의정부에서 오신 난나님, 영등포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혜미공주님, 춘천에서 예까지 오신 김선우 시인님, 그리고 저 즈런나모 다섯 회원이 화기애애함 하나로 맥주집을 진동시키고 말았습니다.
서로를 헤아리고 보듬으려는 마음으로 함께한 시간. 모두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으리라 짐작하며, 김선우 시인과 함께한 <수요낭독공감 - 눈만 봐도 푸른푸른> 후기를 마칩니다.
첫댓글 자세하고 재미나게 스케치를 하셨네요. ^^
후기를 읽고 사진을 보면서 그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
모두 정말 반가웠고 다음에 또 뵈요. ^^
감동스런 후기입니다 즈런나모님 짱~!!!!!!
가이아님과 난나님의 후기에 대한 칭찬..
대단히 고맙습니다.. ㅎㅎ
그날 상황을 재미있게 구성해 보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렇게 호응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ㅎㅎ
오. 저 댓글 쓴 거 지워진듯요. 행사보다 더 재밌는 후기였습니다!!^^
부러워라.
오랫만이네요 주막님 다음기회 같이하시죠^^
혜미공주님..
반가웠습니다.. 근데 행사보다 더 재밌는 거 맞아요..? ㅋ.. 부끄럽습니다..
주막님..
잘 지내시나요..? 날이 너무 덥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담엔 함께 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