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을 다신 고영무는 대리를 들어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카를로스의 입장에서 보면 공금을 유용하고 명령을 어긴 페
르난도도 처벌해야 할 것이지만,그의 돈을 강탈해 간 고영무는 더욱
용서하지 못할 놈일 것이다.
최대광과 신용만은 산타모니카에서 다운타운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서 딱 한 마디씩 말을 나누었는데 그것은 운전을 하던 신용만이
최대광에게 "야,창문 닫아."하는 말이었고 최대광은 "야,너 성냥 있
냐?" 하는 말이었다.
신용만은 신용만대로 최대광이 여자 만나러 가는데 따라가는 것이
못마땅했고,최대광은 옆에 신용만이 있는 것이 거북했다. 그러나고영
무의 명령이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코리아 타운으로 들어서서 새로 지은 오피스 빌딩의 주차장
에 차를 세웠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으므로 무리지어 빌팅을
나오는 샐러리맨들의 모습이 보였다.
"너도 같이 들어가자."
차 문을 열고 내리면서 최대광이 불쪽 입을 열었다.
"너도 한번 데려오라고 했어."
"너, 나 때문에 방해되는 것 아니냐?"
"이 자식이 그냥."
"하긴 나도 반을 투자했으니까, 가보기는 해야겠어."
신용만은 최대광을 따라 빌멍으로 들어졌다. 새로 지은 빌멍이어서
산뜻한 분위기였고 내부 장식도 훌릉했다. 그들은 계단으로 해서 지하
1충으로 내려 갔다.
"야, 거 괜찰네."
신용만이 앞쪽을 바라보며 법긋 웃었다.
유리로 된 현관문은 열려져 있었는데, 안의 가구와 바닥에 깔린 횐
색의 양탄자가 보였다. 현관 위에는 '희 살롱'이라고 영문으로 조그랄
게 책어져 있었고 옆쪽의 벽은 무되 있는 대리석이었다.
최대광은 몇 번 와 보았으므로 거침없이 들어서다가 그를 향해 머리
를 돌했다.
"괜찮냐? 모두 쟤가 꾸며 놓은 습씨여. 나는 구경만 했어."
결국은 제자랑인지라 신용만이 입맛을 다시고 머리를 돌리는데 안
쪽에서 흥성희가 나왔다.
"오셨어요?"
먼저 신용만을 향해 아는 척을 했다.
"장사 잘되겠군요, 분위기가."
내부를 둘러보면서 신용만이 말하자 그녀는 밝게 웃었다.
"잘돼요. 어제도 매상이 꽤 올랐어요."
술과 음식을 파는 곳이었으나 안은 7, 8개의 방으로 꾸며져 있어서
서울의 룸살롱처럼 여자들이 시충을 들게 해놓았다.
그들이 홀에 있는 푹신한 가죽 소파에 앉자흘에 있던 여자 한 명이
다가왔다.
"마실 걸 드릴까요?"
흥성희 또래로 보이는 여자였는데 짧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피부가
갈색으로 반들거렸다. 두 눈을 동그랄게 뜨고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들을 둘러보고 있다.
홍성희가 활짝 웃었다.
"참, 너 인사부터 드려. 이분이 내가 이야기했던 신용만씨야."
여자가 신용만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 이은영입니다. "
엉거주출 자리에서 일어난 신용만이 머리를 숙였다.
"난 신용만이라고."
그러다 보니까 흥성희가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말이 떠올라 그는 입
을 다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은영씨는 미인이여. 그렇지 않냐?"
최대광은 그녀와 안면이 있는지 신용만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여기 교민이에요.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서 한국에는 가 보지도 못
했대요."
흥성희가 거들었는데 당사자인 이은영은 얼굴에 못음을 의운 채 홍
성희 및에 서 있었다. 그녀가 주문을 받고 돌아서자 최대광이 힐끗 신
용만을 바라보았다.
"어아린 이쁘지? LA에서 대학을 나오고 여기서 낮시간에만 일하고
있어."
"성격이 밝고 영리해요. 그래서 가게의 회계를 맡졌어요."
신용만이 최대광을 바라보았다.
"너 볼일이 있다면서?"
그러자 최대광이 흥성회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날 보자고 한건 뭐 때문이야?"
"절 아는 사람이 왔었어요. 서울에서."
홍성회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절 보고 놀라더군요."
"당연하지. 소문이 안날 줄 알았어? 그건 우리가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 아녀?"
최대광이 시큰둥한 얼굴을 하자 그녀는 머리를 저었다.
"그게 아니에요. 방에서 술을 먹었는데,종업원한테 유사장 이야기
를 묻더래요. 유사장이 차려 준 가게가 아니냐고."
신용만이 최대광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상체를 세웠다.
"종업원이 모른다고 하니까 2백 달러나 험을 주면서 펄치꼬치 묻고
갔어요."
"=늘濾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신용만이 묻자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힐들 호델에 있어요. 종업원이 그날 따라나갔거든요."
"팁을 마구 뿌렸어요. 한국에서 온 졸부들이 하는 것처럼.
하지만 찝찝해서 "
찝찝하기는 최대광도 마찬가지인 모양으로 신용만을 돌아보았다.
유장수와홍성희의 관계를 냉를 집어 낼 정도면 연예가의 소식에 정
통한 사람이다. 그리고 또 한 부류가 있다. 조직의 간부급들이다. 그들
과는 홍성희의 집에서 자주 파티를 연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뿐이라면 저도 그냥 넘어갔을거예요. 그런 소문은 어떻게든 흘
러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 저를 보았다고 누구한레인
지는 모르지만 연락을 하더래요. 따라간 애가 목욕을 하다가 엿들었다
는군요."
"불안해요.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게 해드려서 죄송하지만 "
그녀의 얼굴은신용만을 향해 있었다.
"우리가 알아보지요."
신용만이 머리를 끄덕이자 최대광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얼굴 팔린 값하는 거야. 그놈이 널 봤다는 자랑을
한거야. 친구한테 ."
알바레스 고타드는 스물네 살이었으나 코와 턱은 물론 양쪽 볼에 무
성한 수염이 덮여 있어서 사십대로 보일 때도 있다. 그는 열 살 때 부
모와 함께 이민을 와서 미국 생활이 지금까지 14년이 되었다. 고둥학
교를 졸업한 18세 때에 알바레스는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하였극 작년
말에 해병 중사를 끝으로 5년의 군복무를 마쳤다. 그는 조국인 콜를비
아의 정치상황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알바레스는 피우던 담배를 땅바닥에 버리고는 구들발로 비벼 졌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보았으나 신통한 소득이 없었으므로 은근히 짜증
이 난 그는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정그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제
까지 카를로스의 집행관이 LA에 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들은주로
콜를비아에서 활동하였는데, 마약조직원에게 중형을 선고한 판사나 뇌
물을 거절하고 조직원을 잡아들이는 경찰을 처형해 왔다. 알바레스는
기대고 싫던 상점의 벽에서 등을 떼었다.
울베라 거리의 뚜쟁이들과 멕시코 인 거리의 마약쟁이들을 만나 보
았고 쓰레기 정보만을 전문으로 팔아 먹는 거리의 부랑아들도 거의 臺
어보았다. 그러나 아침에 짐한테서 타온 활동비 5백 달러를 거의 다 날
렸을 뿐이었다.
시계를 내려다본 알바레스는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10시 반이었다.
"어디로 갈'까요?"
택시에 오르자 흑인 운전사가 백미러를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시내로."
그러자 운전사는 흰자위를 굴리면서 다시 백미러를 들여다보았다.
"여기가 시내인데요, 미스터 ."
아직 갈 곳을 정하지 않았던 알바레스는 와락 이맛살을 찌푸렸다.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 온 탓으로 이놈들은 첫눈에 손넘들의 직업과 주
머니 사정을 알아 낸다고 들었다. 이놈은 이쪽 주머니에 몇십 달러밖
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도 모른다.
"시내 호텔로."
그러자 집행자들이 일급호텔에 묵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다. 마약왕 카를로스의 집행자라면 주머니는 두둑할 것이다. 이쪽은 지
금이야 자금이 풍족하지만 전에는 알폰소까지도 이류 모텔에 묵을 때
가 많았다.
"시내 어느 호텔 말입니까? 빌트모어?보나벤차? 힐튼? 셀튼 그랜
t f"
운전사가 차를 발진시키면서 다시 물었는데,알바레스의 귀에는 빈
정대는 것처럼 들렸다. 놈은 일류 호텔의 이름만을 부르는 것이다.
"가까운 호텔로 가지, 미스터."
"가까운 호텔이라면 뉴 오타니가 가깝습니다. "
"거기말고, 다른 곳."
"그렇다면 셀튼 그랜드로 가시죠."
알바레스가 잠자코 있었으므로 운전사는 차에 속력을 내었다.
그 시간에 최대광과 신용만은 힐튼 호텔의 로비에 않아 있었다. 대
형 샹들리에가 번적이는 로비에는 끊임없이 정장 .차림의 남녀가 드나
들고 있었는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시장주최의 장애자복지기금을
모집하기 위한 자선파티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대광이 입맛을 다셨다.
"염병할. 이놈은 지금 어디에서 퍼마시고 있는 모양이다. "
신용만은 대답하지 않고 출입구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김종무는 프런트에 열쇠를 맡겨 놓은 채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1525실에 묵고 있었는데 침실과 응접실, 커다란 화장실이 있는
스위트룸을 쓰고 있었다.
"잠판 전화하고 올테니까 출입구를 잘 보고 있어."
신웅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최대광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또 전화하려고? 그 새끼들한데 알아볼 게 뭐가 있다고."
"조용히 해, 인마."
신용만은 로비를 건너 화장실 옆의 공중전화 박스로 다가갔다. 카드
를 꺼내어 전화기에 찌른 그는 하나씩 버튼을 눌렸다.
서울에서 일을 맡길 사람은 그래도 이글기였다. 그와는 장규식 사건
에 일을 같이 했다는 인연도 있다.
신호가 가고 있었다. 지금 서울은 오전 10시쯤 되었을 것이다. 한 시
간 및부터 두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았던 것이다. 열 번즘 신
호가 울리는 것을 들으며 마악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데 누군가가 수
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남자의 목소리였는데 누군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여보세요. 이한기씨를 찾습니다 여긴 신용만인데요. LA의."
"아아, 신형. 나요, 이한기요."
그가 반기는 듯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신용만에게는 다소 의외였다.
"이형, 그 동안 별일 없습니까? 궁금해서 전화했는데."
"나야 당분간 죽어 살고 있지 않습니까? 저쪽에서 날 찾는 통에."
"장규식씨하고 연락은 안되지요? 그 사람한테 월 좀 물어 보려고 그
러는데 ."
"그 사람도 요즘 어디엔가 꾹 박혀 있는 모양이오. 유장수가 눈에 불
을 켜고 있습디다. "
신용만은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미국이
다. 놈들이 어절 수는 없다.
"그런데 신형, 무슨 일이오? 무엇 때문에 장규식이를 찾아?"
이한기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사람이 발이 즘 넓지 않습니까?물어 볼사람이 있어서."
"누군데요?"
"김종무라고, 지금 LA에 와 있는데 혹시나 장규식이 아는가 해서요."
"김종무?"
"그래요."
"김종무라면 내가 아는데. 그놈이 그 김종무라면 말이오."
이한기가 소리치듯 말했다.
"그놈이 LA에 갔다면 미국에서 물건을 들여오려고 하는 모양이군.
태국에서는 거절당했거든."
"이형, 그렇다면."
신용만이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그렇다면 그놈은."
"이성철의 직속이오. 그놈은 키가 크고 나이가 사십대일거요. 그렇
지요? 콧날 가운데가 푹 꺼졌어요. 옛날에 권투하다가 직방으로 맞은
자국인데 그놈은 그걸 자랑으로 성형수술도 안합니다. "
홍성희가 말한 인상과 비슷했다.
"내가 전화하길 잘했군요, 이형."
"그런데 그놈이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니, 아직. 이형, 내가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형 ."
"꼭 다시 전화주시오. 내 사업하고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어서."
"알았습니 다. "
수화기를 내려놓은 신용만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김종무
란 사내는 마약운반업자로 LA에 마약을 구입하러 온 것이라는 말이
된다. 그는 유장수의 라이벌인 이성철의 부하인 것이다.
신용만은 로비를 가로질러 최대광에게 다가갔다.
"이 사람들은 외교관들입니다. 대사급하고 영사급 둘인데 우리 호텔
의 VIP지요."
종업원 복장을 한 곤살레스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는 호텔의
짐나르는 포터였는데 알바레스의 친구인세와 아는 사이였다. 그리
.고 같은 콜를비아 혈통인 것이다.
곤살레스한테서 넘겨 받은 숙박인 명부를 들고 알바레스가 머리를
끄덕였다.
"대단한 놈들인 모양이구만 VIP용 객실을 세 개나 쓰고 있어."
"돈도 잘 普니다. 팀도 10달러짜리를 집어 줄 때도 있어요."
"공무원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공금을 쓰는 도둑이야."
알바레스는 컴퓨터에서 뽑아 낸 긴 종이를 다시 한 번 臺어보았다.
콜를비아 인은 사업가인 60대의 부부와 외교관인 세 사람밖에 없었다.
세 번째 들르는 호텔이었으므로 알바레스는 다리에 힘이 풀려 나갔다.
"어했든 이 사람들 얼굴이나 한번 봐둬야TR어. 지금 방에 들어가 있
나?"
"그건 잘 모릅니다, 알바레스. 내가 프런트에 가서 알아보고 오지
요. "
"고맙네, 곤살례스. 내가 돈이 그것밖에 없어서 미안해. 내일 다시
줄테니까."
"아니, 괜찰아요, 알바레스.
그들은 화장실에서 나왔다.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파티가 끝난 모양인지 로비는 호텔을
빠져 나가는 손넘들로 소란스러졌다.
"저 거 누구야? 많이 본 놈인데 저놈, 우리 식구 아냐?"
앞쪽을 택으로 가리킨 것은 최대광이다. 그는 손넘들 사이로 건너편
화장실 입구에 서 있는 알바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우리 식구야. 짐 버클리 의 부하다. "
신용만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스페인
계통의 이름은 그들에겐 외우기가 어려줬다.
그들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는 동안 호텔의 웨이터 한 병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웨이터가 무어라고 말하자 그는 머리를 가법게 끄덕였다.
"저거, 저놈 아니냐?"
갑자기 최대광이 낮게 소리쳤고 신용만도 거의 동시에 현관을 들어
서는 동양인을 보았다. 김종무였다. 이한기가 말했던 대로 그의 움푹
꺼진 롯날이 보였다. 오늘도 한잔 한 모양으로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형넘, 김종무란 사람은 서울에서 온 마약공급업자입니다. LA에서
마약을 구입해 서울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
신용만의 말에 고영무가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 정보를 주었다는 사람, 이한기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형넘."
"그 사람도 마약사업을 한다구?"
"네, 형넘 ."
"너희들하고는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란 말이지."
"fl . "
고영무는 머리를 끄덕이며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렸다. 파도가 거칠
어지고 있었는데 하늘은 잔쪽 흐렸다. 눅눅한 바닷바람이 휘몰려와서
테라스에 앉은 그들의 몸을 臺고 지나갔다.
고영무는 목에 두른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랄았다. 마악 아침운동을
끝낸 참이었는데,신용만과 최대광이 어첫밤에 김종무를 본 것을 보고
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크링거를 만났겠군."
혼잣소리처럼 고영무가 말했다.
"크링거는 시장이 넓어질테니 좋아하겠구만, 아직 한국에 공급한 적
은 없다고 들었다. "
"너희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놈이 입을 놀려 흥성희씨가 여기에서 장
사하고 있다는 것을 유장수가 알게 되는 것이냐
"네. 아무래도 그렇게 되면 저희들아야 걱정할 것 없지만 흥성희씨
가, "
신용만이 대신 대답했으므로 최대광은 잠자코 있었다.
"전화하는 걸 들었다면서?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않나?"
"네, 그것도 그렇습니다. "
본채의 이쪽으로 崙린 문에 짐 버클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곧장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대뜸 말했다.
"보스, 알바레스가 살해되었습니다. 지금 꽃시장 근처의 71번가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는데 신용만이 보기에는분노를 참고 있
는 표정이었다.
고영무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알바레스라면 얼굴에 털이 뒤덮여 있는 사내 아넘니까?"
이제 이름과 얼굴이 제대로 연결이 되었으므로 신용만이 대뜸 물었
다.
"저희들이 어첫밤에 만났었는데, 힐튼 호텔에서."
짐도 들으라고 영어로 말했으므로 짐이 신용만을 향해 상체를 왈칵
돌렸다.
"신, 알바레스는 집행자들을 찾으려고 나값습니다. 그는 목뼈가 부
러져서 죽었는데 집행자들과 관계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어첫밤 12시쯤 되었을 델데 그가 힐튼 호텔에서 어떤 웨이터하고
아는 척을 하더군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우리도 따로 할
일이 있어서 그 사람을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
"그럼 그 웨이터는 기억하실 수 있지요?알바레스는 힐튼에서 그들
을 찾고 있었을겁니다. "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짐."
"그럼 짐하고 같이 나가 보거라."
고영무가 택을 들고 말했다.
"나가서 알아봐. 지금 당장."
신용만과 최대광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고영무가 그들을 향해 다시
말했다.
"김종무의 일은 다시 상의하기로 하자.놈의 거처나 분명히 파악해
놓고 있도록 해."
신용만과 최대광은 짐을 앞세우고 서둘러 저택의 본채로 들어셨다.
쟁반에 아침식사를 받쳐 든 산토스가 다가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으
나 고영무는 움직이지 않았다.
페르난도는 마르코와 시선이 마주치자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알렉산더를 살해한 것도 미도스의 목뼈를 부러뜨린 것도 집행자의
짓이야. 놈은 미도스에게서 무슨 정보를 들었을거다. "
"페르난도, 그저 입을 막으려고 처치했을지도 모릅니다. 미도스는
우리의 거처를 알고 있지 않습니다 "
"어첫밤에는 알바레스라는 사내가 71번가에서 목제가 부러져 죽었
습니다. 그 사람도 콜름비아 인인데요."
"콜룹비아 인의 죽음을 모두 집행자의 짓이라고 볼 수는 없다. "
페르난도가 입술 끝으로 웃었다.
"놈이 산타모니카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것을 알아 낸 이상 우리의
목표는 얼차로 고영무야.놈을 제거하고 나서 및떳이 집행자를 만나겠
다. "
"페르난도, 놈은 3, 40명의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예전과는
다릅니다. "
다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고영무는 알폰소의 부하들을 장악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알게 된 페르난도는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알폰소에게 카를로스와의 조정 역할을 부탁했었고,지금도 그것
에 희미하게나마 기대를 걸고 있던 참이었다.
알폰소가 고영무와 언제부터 손을 잡았는가를 따져 봐야 했으나 지
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저택에 마약부의 지미 골드가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놈이
미국 정부와 공공연히 손을 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마르코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는데 사기가 떨어진 탓도 있었을 것이
다. 예전에는 목숨을 바칠 듯이 다투어 충성심을 보이던 부하들도 슬
칸슬금 등을 돌려 지금주위에 남아 있는 것은 10여 명밖에 되지 않는
라.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어떻게 됐어? 준비는?"
페르난도가 머리를 들고 마르코를 바라보았다. 파올로가 가늘게 숨
을 내쉬었다.
"내일 오전중에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
"모두 다?"
"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저희들이 주문한 것은 모두 싣고 옵니다.
문이 열리더니 밀리카가 들어셨다.
"페르난도, 마르코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실거죠?"
"그래. 같이 하자."
머리를 끄덕인 페르난도가 다가와 마르코 옆자리에 앉는 밀리카를
바라보았다.
"너는 내일 일에서 빠져라. 파올로한테서 들었는데, 넌 안된다. "
밀리카가 힐끗 마르코를 바라보았다. 그의 이맛살이 조금 찌푸려져
있었다.
==============================================================================2부==
"네 기분을 모르는 것이 아니야.하지만네가돕지 않아도 우리들만
으로 충분해."
페르난도가 부드럽 게 말했다
"내일 밤이면 모두 끝난다. 넌 여기서 내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
"페르난도,그쪽은 30명이 넘는 인원이에요.그리고 저택도 요새 같
다고 들었어요."
"방법이 있다, 밀리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
페르난도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듯 머리를 젓고는마르
코를 바라보았다.
"내일 저녁에 밀리카에게 사람을 붙여서 집 안에 있도록 해야돼,마
르코. 나는 그런 일에 더 이상 신경쓰기 싫으니까."
"페르난도, 그렇게 고집을 피우는 이유가 뭐예요?"
밀리카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침을 끌어모아 삼킨 그녀는
페르난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난오빠마저 잃을수는 없어요.차라리 같이 있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밀리카?"
페르난도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
"난 대원들의 분위기를 알 수 있어요. 페르난도가 죽으러 간다고 말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해요.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다 죽으려고
한다고."
"밀리카, 그만두지 못해?"
"나 때문에 생긴 일이에요.난오빠에게 무슨 일이 닥치면 결코혼자
남아 있지는 않을거예요."
"할 수 없군. 널 강제로라도 잡아 두는 수밖에. 애초에 보고타에서부
터 내 일에 널 끼워 넣은 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
페르난도가 탄식하듯 말했다.
"우리는 정면으로 가지 않고 바다 쪽으로 해서 저택에 들어간다. 내
일 오전중에 잠수복이 도착할거야. 바다 쪽 경비는 허술해. 그리고 우
리는 어설프게 총싸움은 하지 않겠어. 로켓포로 저택을 한꺼번에 박살
낸 따음 차근차근 놈들을 잡아 죽일거다. "
말을 마친 페르난도가 병긋 웃었다.
"자,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밀리카, 이젠 우리가 무모한 싸움을 하
지 않는다는 걸 알겠지? 나하고 마르코만 알고 있었던 일이다. "
페르난도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마르코와 밀리카도 따라서 몸을 일
으켰다.
"그 방법은 놈한테서 아이디어를 얻었지. 놈이 수류탄으로 크링거의
저택을 박살낸 것처럼, 이젠 놈이 당할 차례다. 철저하게."
페르난도가 자르듯이 말했다.
그들의 차는도로가에 일렬로 주차되어 있는승용차사이에 끼여 있
었으므로 저쪽에서 눈치채지는 못할 것이다. 앞뒤로 늘어서 있는차량
들은 모두 이쪽편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승용차였다. 그것은 건
너편도 마찬가지였는데, 똑같은 구조의 주택들은 집 안에 주차장 시설
이 되어 있지 않았다.
건너편의 비스름한 앞쪽 건물을 바라보며 그들은 한시간이 넘게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이제까지 한 사람이 들어갔고 10불쯤 전에 한사람
이 나갔다.
집 안에는 아래층의 불이 켜져 있었는데 커튼을 치고 있어서 희미한
불빛이 정원의 일부분에만 뻗어 나와 있었다.
"페르난도도 한물 갔지? 저런 집에 머물고 있다니. "
로베르토가 불쪽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침묵이 계속되어서 답답한
모양이었다. 앞자리에 앉은 그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돌려 뒤쪽을 바라
보았다.
"저택의 문 안쪽에는 두 놈밖에 없어.그렇지?나무 밑의 의자에 나
란히 않아 있는놈하고 현관 옆의 기둥에 서 있는놈."
그가 말하자 가르시아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한가하게 보이는 녀석들이구만."
"집 앞에라도 한 놈즘 나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것이 방어 반경
을 넓힐 수 있을텐데 말이야."
"죽은 놈의 이야기로는 열 명 정도라고 했다던데.나머지는 집 안에
있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키토가 턱을들어 앞쪽을가리켰다.
"저기 2층의 창문 있잖아,그쪽에 한놈이 있어."
그들은 일제히 키토가 가리킨 2충 창문을 바라보았다. 짙은 어둠에
싸인 방이어서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빈 방으로 생각하고 시
선이 머물지도 않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유심히 바라보자 무엇인가 움
직이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적외선 망원경이 있었다면 잘 보일 것이다.
"놈은 장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저놈이 제일 위험해 "
그들은 차 안에 앉아 한동안 그쪽을 바라보았다.
"좋아, 로베르토. 자네가 2충에 있는 놈을 처리해."
가르시아가 말하자 로베르토는 머리를 』1덕이며 저격용 라이플을
손에 쥐었다. 쿠바제로 사정 거리가 5백 미터나 된다. 그러나 길 건너편
의 이쪽차에서 바라보면 7, 80미터의 거리였다.
가르시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밤 12시가 지나 있어저 주택가인 이
곳에는 차량이나 사람들의 통행이 적었다.
마침 승용차 한대가페르난도의 옆집에서 멈추더니 두 남녀가내렸
다. 그들은 판자로 만든 낮은 담장 사이에 붙은 문을 열더니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로등 한 개만 그쪽 편의 인도를 비추고 있을 뿐이어서 그들이 정
원으로 들어서자 모습이 희미해졌다. 정원은 50평쯤 되었는데 저택에
서 불빛이 흘러 나오지 않았으므로 어두웠다.
"좋아, 보이는군 움직였어."
이제까지 2층의 창문을 바라보고 있던 로베르토가 말했다. 그는 총
신이 긴 라이플을 들고 2층의 창문을 겨누었다.
"키토, 자네 별명이 고양이라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가는군그래."
"로테르토, 나하고 키토가 길을 건너서 옆집으로 들어갈테니까 날
잘 보고 있으라구. 우리가 옆집 정원에서 정원에 있는 놈들을 처치할
테니까 바로 2층에 있는 놈을 좌. 시간이 잘 맞아야 돼."
가르시아가 말하자 로베르토가 머리를 끄덕였다.
"걱정할 것 없어, 가르시아. 단 한 방에 없앨테니까."
"밖에 있는 것들을 없애면 너도 따라나와."
가르시아는 차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키토가 반
대편 문으로 나와서는 뒤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만일 그들이 본다고
해도 건너편 주택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인 줄 알 것이다.
1백 미터쯤 걸어 내려온 그들은 페르난도의 집 쪽에서 바라보는 각
도가 望어지자 길을 가로질렀다. 그리고는 다시 인도를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키토가 앞장을 서고 가르시아는 20미터쯤 떨어져서 걷고 있었으므
로 동행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키토는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는 머리를 조금 숙인 자세로
천천히 걸었다. 일에 지친 사람의 모습이었다. 더구나 몸매가 호리호리
한데다가 얼굴도 逃족한 형이었으므로 영락없이 지친 노동자처럼 보
였다.
이윽고 그는 페르난도의 옆집 앞에까지 와서는 걸음을 법추었다. 대
문은 허리 높이까지 되어 있는 판자 대문이었는데,밖에서 손을 뻗어
고리를 열 수도 있었으나 고리를 채워 툴지 않고 있었다. 그는 문을 밀
치고는 옆집의 정원으로 들어셨다.
이제 바로 왼쪽에 낮은 담장을사이에 두고 폐르난도의 정원이 있었
고 나무 밑의 의자에 맞아 있는 사내의 윤곽이 뚜렷이 보였다. 그는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10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였다. 그리고 저쪽 현관 앞의 기둥에 기대
선 사내와의 거리는 20미터 정도가 된다. 키토는 정원을 가로질러 이
쪽 집의 현관 쪽으로 다가갔다
대각선을 이루던 저쪽 사내들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는
나무 밑 사내와의 거리가 T, 8미터가 되었고 현관 쪽 사내와는 14, 5미
터가 되었다. 그러자 가르시아가 뒤쪽에서 대문을 여는 기척이 들렸다.
사내들의 시선이 이제 그쪽으로 쓸리는 순간 키토는 호주머니에서
쥐고 있던 권총을 선뜻 때어 들었다.
상체를 획 틀면서 두 다리를 랄자성으로 벌려 땅을 단단히 밀고는
먼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내의 횐 얼굴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
리고는 맞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총구를 돌려 현관 앞에 서 있는사
내를 향해 두 번 방아쇠를 당겠다.
그의 총구에서 푸른 불빛이 물어져 나왔을 뿐 모래자루를 주먹으로
치는 것 같은 소리는 밤하늘에 부서져서 금방 흩어졌다. 그러자 2층의
창에서 괌엇인가 기다란 것이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머리를 든 키토가 그쪽으로 총을 겨누었을 때는 이미 창틀에 걸쳐
상반신을 늘어뜨리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자,가자."
뒤쪽에서 가르시아가 다가와 선뜻 담장을 뛰어넘었다. 그의 손에는
대형 콜트가 쥐어져 있었는데 소음기까지 끼워 소총처럼 보였다.
현관 앞에 쓰러져 있는 사내의 몸에사 열쇠를 찾아낸 키토는 가르시
아에게 그것을 들어 보이고는 현관으로 다가가 문구멍에 꽃았다.
집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으나 바찬의 상황을 눈치챈 듯한 낌새는
없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키토가 빨려들듯이 안쪽으로 들어갔
다. 그 다음이 가르시아였다. 길을 건너온 로베르토는 곧장 문으로 해
서 들어와 현관 앞을 지켰다. 현관을 들어서자 바로 조그만 대기실이
있었는데 사람이 없었으므로 키토는 2충으로 오르는 계단 옆으로 재빠
르게 몸을 붙였다.
가르시아가 대기실을 횡단하여 옆쪽의 응접실로 보이는 문 쪽으로
다가가는데 2층에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쪽도 거의 동시에 가르
시아를 보았고, 입을 딱 벌린 사내가 윗도리의 안으로 손을 집어 넣는
순간 가르시아의 총에서 섬광이 튀어나갔다. 소음기를 끼웠으나 대형
콜트는 소리가 켰다.
"퍼억 ."
소리가 대기실을 울렸고 가슴을 움켜쥔 사내가 계단으로 굴러떨어
졌다. 사내가 떨어져 내리기도 전에 가르시아는 발을 들어 웅접실의
문짝을 참다.
키토가 계단 입구 옆쪽에 있는 방문을 걷어차 열고 있었다.
가르시아는 소파에 마주랄아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보았다. 사내 한
명이 엉거주춤 일어서서 권총을 뽑아 들고 이쪽을 겨누는 순간,가르
시아의 콜트가 다시 불을 努었고 사내의 상반신이 훌떡 뒤로 젖혀지면
서 탁자 위에 둥을 부딪치고는 소파 밑으로 가라앉았다.
육중한 사내가 자리에 랄아 가르시아를 쪽바로 딘아보고 있었다.
"가르시아, 네가 왔구나."
페르난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자 가르시아가 입술을 비틀면서
웃었다.
"그렇다, 페르난도. 나다. "
갑자기 무엇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들
려 왔다. 그리고는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죽여라! 이놈아! 날 좌! 어서!"
밀리카의 목소리 였다.
페르난도가 눈샙을 치켜 였고 그것을 바라본 가르시아가 다시 웃었
다.
"밀리카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페르난도."
그가 페르난도를 노려본 채 버럭 소리를 쳤다.
"키토! 이 방이다!"
곧 밀리카의 팔을 業어 젖힌 키토가 방으로 들어졌다. 그가 밀리카
를 앞쪽으로 밀어젖혔으므로 그녀는 페르난도 앞으로 넘어져 왔다. 페
르난도가 두 팔로 그녀를 받아 안았다.
키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집 안을 더 수색할 모양이었다
"페르난도,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대단히 유감이군."
가르시아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기다란 소파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옆쪽으로 내동템이쳤다. 소파가
벽에 붙은 선반에 부딪치며 비스듬히 세워졌다.
가르시아는 이제 페르난도를 마주보면서 구석에 있는 조그만 나무
의자에 랄았다. 그의 대형 콜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페르난도를
겨누고 있다.
"자아, 페르난도. 나는 이제 카를로스를 대신해서 너를 심문한다. "
가르시아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고 페르난도는 여전히 그를 쏘아보
고 있었다.
밀리카는 자신의 발 밑에 누워 있는 마르코의 얼굴을 보고는 두 다
리를 움츠렀다. 그러자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상반신으로 옮
겨져 갖다
밀리카는 이를 악물었지만 이의 힘을 풀자 이제는 이가 딱딱 소리를
내며 마주쳤다.
마르코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자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우선 카를로스는 네가 2억 달러를 착복했는가 확인해 보라고 하셨
다, 폐르난도."
가르시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사라져 있었다.
그는 그 거대한 체구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은 채 페르난도를 바라
보았다.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페르난도. 너쯤 되는 놈이 한국놈 한 놈한
테 그런 거금을 빼앗기다니."
"넌 언제나 내 자리를 부러워했지,가르시아.네 대갈통이 돌이라서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페르난도가 말하며 템그레 웃었다
"네가 내 이야기를 듣고 춤을 추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카를
로스는 너 같은 돌멩이한테는 이 일을 맡기지 않는다,가르시아.착각
하지 말아라."
가르시아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난 돈을 찾으려고 준비중이었다. 그런데 네놈은 그것도 바라는 일
이 아니지.내 명예가 회복되면 넌 다시 산속으로들어가장작불을 때
야 할테니까. 솔직히 네 손에 든 그 권총도 어울리지가 않아. 그것은
개화된 사람들이나 갖고 다니는거야. 너한테는 도끼나 칼이 어울려."
이를 악문 밀리카가 힐끗 페르난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될
수 있는 한 빨리 목숨을 버리려고 하는 것으로 짐작을 했다. 그러자 차
층 몸의 떨림이 멈추었고,악문 이의 힘을 풀어도 이제는 이도 마주치
지 않았다.
키토가 방으로 들어왔으므로 가르시아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렀다.
"가르시아,아래층 주방 구석에 한 놈이 숨어 있길래 머리가 시원하
게 해주었어 ."
그는 페르난도와 시선이 마주치자 템그레 웃었다. 입으로만 웃는 웃
음이었다
"폐르난도, 우리는 항상 네가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
각했는데 결국은 생각대로 되었군."
페르난도가 그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넌 강가에서 씩은 고기를 주워 먹다카 친구 몇 명을 배신한 대가로
이렇게 출세하였구나. 네 특기가 목배 부러뜨리는 것이었지?네 목을
보니까 단단하지는 않게 보이는데."
키토가 힐끗 가르시아를 바라보았다.
"가르시아, 일 끝냈어? 얼른 저놈 숨을 그치 게 하고 떠나자구 "
"한 마디만 더 물을 게 있어."
가르시아가 페르난도를 향해 턱을 들었다
"한국놈한테 빼앗긴 금액이 정확히 얼마라고 했지, 페르난도? 2억이
냐 2억 3천이냐?"
페르난도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방 안에는 침묵이 흘
렀른데 갑자기 페르난도의 웃음소리가 그것을 깨었다.
"하하. 그 돈을 착복한 놈이 또 있는 모양이구만. 3천만 달러를. 그
렇지?카를로스에게 전해질 때는 1억 7천이 되어 버린 모양이야."
가르시아와 키토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래, 너희들의 돌머리가 어떤 궁리를 하고 있는지 안다. 돈을 가져
갈 것은 토레지. 그놈이 나한테서 2억을 가져갔으니까, 그놈이 그 사이
에 3천만 달러를 떼어 1억 7천을 카를로스에게 바치고 내가2억 3천을
썼다고 보고한거야. 너희들은 여기 일을 끝내고 토레한테 가는거다. 떼
어먹은 3천만 달러 중 얼마를 내놓지 않으면 페르난도한테서 들은 대
로 카를로스에게 말하겠다고 하는거야."
‥‥‥‥
"허희 둘이 왔으면 둘이 나누고, 셋이면 삼등분하는거다. 아니, 가르
시아, 네가 선임자니까 네 몫을 조금 더‥‥‥‥
"됐다, 페르난도."
가르시아가 자리에서 일어싫으므로 밀리카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
녀는 자신도 모르게 페르난도의 한쪽 손을 움켜쥐었는데 그도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페르난도, 그 잘난 입을 멈출 시간이다. "
가르시아가 총구를 치켜 올렸을 때 그는 페르난도와 밀리카의 두 눈
이 커다랑게 치켜 떠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공포감에 의한 작용
인 줄 알았으나 별안간 가승이 섬뜩해졌다. 그들의 시선이 자신의 뒤
쪽을 향해 있는 것이었다.
"손 들어라!"
뒤쪽에서 커다랄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가르시아는 어깨를
움쩔 올렸고 키토는 과연 고양이다웠다. 소리를 듣자마자 상체를 와락
비틀면서 뒤쪽을 향해 총구를 뻗었다.
"드르르륵."
가르시아에게 익숙한 기관총의 무딘 총성이 들렸다.
가르시아는 키토의 사지가 제멋대로 흔들리면서 자신의 앞쪽으로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두 눈을 치켜 뜬 키토는 온몸에 수십 발의 총알
을 받고는 마르코의 옆쪽에 半셔박혔는데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한 듯이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총을 버려 ."
가르시아는 손가락의 힘을 풀고는 권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의
등을 총구가 다가와 앞쪽으로 밀었다.
"바닥에 器어 앉아,"
앞쪽에서 페르난도와 밀리카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고 있었으므로
가르사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머리를 뒤쪽으로 조금 돌렸다.
그러자 성름 자신의 눈과 비슷한 높이의 사내가 옆쪽에서 다가와 얼
굴을 가깝게 대었으므로 그는 흡칫 놀랐다. 이제까지 한 번도 이런 놈
을 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순간 가르시아는 자신의 허리춤을 사내가 움켜쥐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도 모르게 사내의 어깨를 쥐었다. 두 발에 힘을 주고 선 가르시아
는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힘으로 해서 져본 적이 없었다. 가르시아가 와락
사내의 어깨를 쥐고 상반신을 잡아당기자 사내는 털썩 그의 가승에 안
겨왔다. 가르시아의 가승이 뛰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가르시아는 다리 한쪽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졌다. 그 다음에는 두 다리가 함께 맥오르면서 상반신이 밑으로 잠
71졌다.
최대광은 업어치기로 사내를 넘기는 순간 불끈 살의를 느줬다. 이놈
은 엄청난 거인이었다. 체중도 자신보다 2, 30킬로가 더 나갈 것 같았
다. 그는 상반신을 밑으로 하여 응접실 바닥에 처박히는 사내의 머리
를 안쪽으로 비스듬히 끌어당기면서 사내의 두 팔을 거머쥐었다. 사내
가 머리부터 응접실 바닥에 떨어졌다. 두 팔로 머리의 충격을 완화시
키지 못한 거인은 온 체증을 머리로 받으면서 떨어졌고,머리와 목의
각도가 비스듬하게 어긋나서 내리물혔다.
뚜둑 하는 소리가 선뜻하게 응접실을 울렸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
다. 머리가 가슴 안으로 굽혀지면서 끈였으므로 가르시아는 머리를 깔
고 및드린 자세가 되었다.
페르난도가 눈을 치켜 뜨면서 입을 벌렸고 밀리카는 눈을 감았다.
거인이 손마박을 털면서 옆쪽으로 비키자사내 한 명이 페르난도에
게 한 걸음 다가왔다.
"페르난도, 내가 고영무다. "
페르난도가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오늘 처음 얼굴을 보지만 생소한 느낌이 안 드는군."
그는 얼굴을 활짝 펴고 웃으면서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가르시아가
앉았던 자리 였다.
"이것들을 치워라."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자 짐 버클리와 브루노가 다가와 시체들
을 들어내 갔다.
신용만과 최대광이 고영무의 양쪽에 서 있었으나 딴전을 부리는 듯
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페르난도, 이젠 어쩔 수 없게 되었군. 집행자들마저 처치해 버렸으
니."
제가 해놓고는 둘러책우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이 걱정해 주는 것 같
기도 했으므로 페르난도는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상
한 것은 이놈한테 원한이 치솟아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르시아
만 오지 않았더라면 내일 밤이면 이놈의 저택을 로켓포로 박살을 낼
작정 이 었던 것이다.
페르난도는 이를 악물고는 머리를 돌렸다. 이 한국놈한테는 언제나
선수를 빼앗기고 있었다 그러자 밀리카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도 똑같
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으므로 페르난도는 머리를 돌리며 입술을
풀었다
첫댓글 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잘~~~감상~~~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