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미국수는 더이상‘남은 음 식’이 아닌‘이색국수’가 됐다. 맛도 각각 독특 하고 흥미롭다.부산 남포동의 당면국수(왼쪽)와 전남 담양의선지국수.
●기러기 고기가 만든 깊은 육수, '기러기칼국수'
충남 예산에 재미있는 사연을 가진 식당, '기러기칼국수'가 있다. 사업에 실패해 귀향한 주인 부부가 우연히 얻게 된 기러기를 품에 안아 키웠더니 그 기러기가 부모처럼 따랐다고 한다. 그러다가 기러기 사육농장까지 하게 됐다. 기러기칼국수를 시키면 기러기고기 몇 점과 육수가 전골냄비에 나온다.
육수에 기름기가 많지만 기러기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콜레스테롤을 억제한다고. 전골육수를 몇 숟가락 떠먹어 맛을 음미하다 살을 건져 먹은 뒤 젖은 칼국수 면을 넣어 끓이면 고급 국수전골이 된다. 마지막엔 부드러운 죽까지 만들어 먹는다. 딸려 나오는 백김치가 시원하고 정갈하다.
>> 신분준할머니 기러기칼국수: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석리 325-21. (041)333-3331. 기러기칼국수 6000원, 기러기전골 25000원부터, 기러기무침 30000원.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 싶은 얼큰함, '모리국수'
식당에 들어갔는데, 벽 어디를 둘러봐도 메뉴가 없다. 잠시 후 부엌에서 인상 좋은 할머니가 다가와 일행을 보고 '두 명?' 하고 다시 들어간다. 이로써 주문 완료. 잠시 후 2인분이라고 믿기 힘든 푸짐한 음식이 담긴 양은냄비가 나온다.
아귀, 아귀 내장, 미더덕, 홍합, 작은 생새우부터 이름 모를 바다생선까지. 콩나물과 국수면이 들어가 푸짐함을 더한다. 날고춧가루 때문에 일반 매운탕보다 더 매워 보이나 막상 그렇게 얼얼할 정도는 아니다. 해산물은 싱싱하다.
옛날 구룡포 일대의 싸고 싱싱한 생선으로 배타는 젊은이들을 위해 푸짐한 국수를 끓여 내기 시작했단다. 연탄불에 끓이던 시절부터 벌써 40년을 넘게 장사한 할머니의 노하우가 알 만하다. 모리국수는 건져 먹는 해물로 막걸리 몇 잔을 너끈히 걸치고도 남는다. 국수가 아닌 해물 양으로 1인분, 2인분이 결정된다.
해물이 떨어지면 그날의 영업도 마감. '모리'는 여러 해산물을 모아서 먹는다는 의미다.
>> 까꾸네모리국수: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957-3. (054)276-2298. 모리국수 5000원, 막걸리 2000원.
●담양장터에서 먹는 '선지국수'
식용 비닐에 들어간 당면 순대가 아닌 선지가 들어간 진한 맛의 시장통 순대가 제대로다. 시골 오일장이 펼쳐지는 담양장터 내 '옛날순대집' 암뽕순대가 유명하다. 암퇘지의 대창(암뽕)에 선지, 검은콩, 찹쌀, 우거지, 깻잎을 넣어 대나무통에 넣어 쪄낸 것이다. 암뽕순대뿐 아니라 돼지육수를 기본으로 한 순대국밥 등 국밥종류가 다양하다. 새끼보(돼지자궁)국밥까지 있다.
이런 기본실력에 추가된 면요리가 '선지국수'다. 뽀얀 돼지육수에 도톰하고 둥근 면이 들어가 있고 선지 덩어리가 푸짐하다. 작은 양은 냄비에 나와서 뜨끈하게 먹을 수 있다. 일반 국수 한 그릇에 성이 안 차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영양냄비국수다.
>> 옛날순대집: 전남 담양군 담양읍 담주리 5-2. (061)381-1622. 선지국수 3000원, 대통암뽕순대 1만원, 새끼보국밥 6000원.
면발이 이색적인 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