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체시타’ 정치학
“지도자는 대중의 사랑을 얻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더 유익하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1469-1527)는『군주론』에서 “지도자는 사랑을 받으면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둘 다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차라리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받는 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덜 주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일종의 의무감에서 유지되는데 인간은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지만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항상 유지되면서 효과적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마키아벨리는『군주론』에서 “지도자는 사자처럼 용맹하면서도 여우처럼 상대방의 간계를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한다”면서, 국가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론의 정치가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근대 공화주의 정치사상의 시조인 셈이다.
특히 마키아벨리는『로마사 논고』에서 “인간의 행동은 필요와 기회, 즉 변덕스러운 ‘포르투나(운명의 여신)’ 틀 안에서 벌어지는데 정치공동체가 안정되지 못하고 쇠퇴하는 원인은 부패에 있다”며 공화주의의 핵심 사상을 부패 방지 및 예방에 방점을 찍었다.
그 당시 정치공동체가 부패한다는 것은 안정되지 못하고 쇠퇴하는 것을 의미했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부패 중에는 “개인이 공동선보다 사익을 앞세우면 부패하고, 물질적 집착과 안위에 따라 공적 의무를 게을리하는 것도 부패”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부패를 막고 공익을 앞세우기 위해 공화주의 사상을 설파했는데, 특히 건강한 긴장에서 나타나는 경쟁을 통해 갈등을 최적화함으로써 공동체 내부의 역량을 키우고자 했다. 이른바 공화정의 메리트인 것이다.
최근 정문헌 종로구청장의 과감한 인사조치가 하마평에 오르면서 구청 내 긴장감마저 흐르게 한다. 지난 4월 초, 주차관리과장을 현장소통담당관으로 발령냈고, 교육과 장학사업팀장을 사직동으로 전보, 조치했다. 주차관리과장은 부암동에서 주민 1천여 명이 서명한 주차 관련 집단 민원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소홀함을 보여 행정국 산하
현장소통담당관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또한 교육과 장학사업팀장은 지난 2021년도에 종로구의회 정재호 의원에 대한 장학금 수여에 대한 부당성을 의식하지 못한 채 무책임한 업무 자세를 보여 직무가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종로구는 지난달 28일, 종로구청 공무원노조 지부장을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했다. 종로구는 지부장이 지난해 7월 민선 8기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취임한 이래 지속적으로 공무 수행을 방해하면서 구청 자치행정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고발조치를 했으며, 아울러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으로 지부장에 대한 행정 징계도 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난달 갑자기 불어닥친 정구청장의 인사 및 행정조치는 종로구의 공직자 기강 잡기로 해석되면서 그에따른 배경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문헌 구청장은 취임한 이후 8개월간의 종로구청 직원들에 대한 업무역량 및 근무 자세를 세심히 살펴 왔다. 일반적으로는 새로 맞은 민선 구청장에 대한 구청 내 활력과 생동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며, 특별하게는 기득권적 세력의 복지부동이 만연한 채 구정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사실 전자는 구청장이 취임 이후 점진적 동력 확보로 차분히 활력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후자는 과거 12년 동안 쌓인 기득권적 세력 구도가 워낙 단단하여 쉽게 무너뜨릴 수가 없는 양태에 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지역 출신 직원들의 카르텔같은 기득권 구조 아래 복지부동의 안일한 근무 자세가 종로구 지방자치 행정 조직을 쇠퇴시키고 있는 데다가, 구청 노동조합의 허위사실 중상비방이 금도를 벗어나면서 공직 기강마저 흔드는 양상으로 번지는 심각성을 보였다.
정치적 현실주의로 통하는 마키아벨리즘에는 ‘네체시타’라는 핵심 개념이 있다. 이는 정치와 도덕의 관계를 설명하는 마키아벨리 사상의 핵심 개념으로서 정상적인 상황에서 통용되는 도덕률을 벗어나 반도덕적인 행위를 허용하는 ‘불가피한 국면’을 뜻한다. 마키아벨리는 공화정에서 공적 의무를 게을리하는 것도 부패라며, ‘네체시타’ 상황에서 신의나 의리 또는 관용 등의 도덕성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유해하거나 쇠퇴를 재촉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종로구의 ‘네체시타’는 부패를 막겠다는 ‘불가피한 국면’으로 보인다. 건강한 긴장감 속에 구청 내부 구성원의 공정한 경쟁력으로 업무역량을 키우겠다는 ‘변화의 원리’인 셈이다. 한마디로 ‘네체시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