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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은 목요일에 했는데 이틀이나 지나 후기를 올리려니 좀 뻘쭘합니다만 후기를 꼭 쓰겠다고 말씀드린 걸 어길 수가 없어서 이제라도 올립니당..^^;
수료식날 선임맘빠님들이 절대 지각하지 말고 1시간 일찍 오라고 수없이 강조하신 걸 명심하고 아침 6시에 칼같이 집에서 출발을 해 7시 45분쯤 바우네팬션에 도착했어요.. 제가 예약한 바이올린실은 맨끝에 있어서 데크가 제일 넓은데다 조용하고 건너편으로는 신교대가 보이더라구요~^^
아침 7시부터 와서 기다리는 부모님들 덕분에 평소보다 30분이나 먼저 문이 열려서 신분증과 방문증을 교환하자마자 바로 들어갔어요..^^
문을 들어서니 제일 먼저 보인 초록천막과 아백사 플랭카드~~~~!
초록다방에서 드디어 '마더 백골' 고문님을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리고, 저 아리따운 천사맘님들과 회장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둥글레차를 한잔 얻어마시며 885기 알동기 맘빠님들을 기다렸는데 다들 시간차로 오시는 바람에 한꺼번에 모이지는 못하고 뜨문뜨문 도착하시는 맘빠님들만 몇분 만났네요..^^;
강병관에서 연병장으로 이동하는 아들들을 먼저 찍고 나서 얼른 저희 준용이가 서 있는 쪽으로 갔는데, 연병장으로 걸어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는데 갑자기 저의 "허억~ 허억~" 하는 숨소리가 크게 들리더라구요.. 순간 심장도 쿵쾅대며 빨리 뛰고, 호흡도 거칠어지고, 눈물도 찔끔 나오구요...ㅠ.ㅜ
이윽고 제일 중요한 계급장 수여 시간~! 아들에게 계급장을 달아주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편과 함께 준용이에게 득달같이 달려가 껴안아주고 나서 아들이 손에 들고 있던 이등별은 남편이 달아주고,
준용인 아빠 가슴에 백골카네이션을 달아줬어요~ 선임님들의 말씀처럼 피부가 구릿빛으로 검게 그을린 준용인 살도 많이 빠져서 넘 슬림해져 진짜 멋지더라구요~^o^
넘넘 대견한 우리 준용이~! 이제껏 온실의 화초처럼 착하고 순하게만 자랐던 아이가 저 이등별을 따기 위해 얼마나 심한 통제와 육체적 고통을 이겨냈을지 생각하니 정말 가슴뭉클하고 기특했어요..ㅠ.ㅜ
이등별과 백골 카네이션을 단 부자. 근데 준용이가 계속 부동자세라 저는 오랜만에 만난 엄마 아빠가 안 반가운가 생각했었는데 교관님이 부모님이 달려와서 안고 그래도 자세 흐트리지 말라고 했었다네요...어쩐지~^^; 그리고 저는 아이들 배치표를 보고 준용일 찾았지만 준용이는 처음부터 저를 봤대요~ 수료자 가족이 수백 명에 달하니 자기도 못 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딱 엄마와 아빠를 알아보겠더래요..^^ 참 신기하죠? 핏줄이라는 게 뭔지............ㅠ.ㅜ 암튼 저는 걱정보다 많이 울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준용일 안고 막 통곡할 줄 알았는데....^^;
팬션으로 가려고 주차장으로 나오다가 동반입대를 한 친구를 만나서 둘이 같이 씩씩하게 "백골~!" 경례를 해서 한 방 찍어주고...
팬션으로 오자마자 준용인 행거에 군복을 얌전히 걸어놓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어요.. 근데 원래 저희 세 식구가 다 한여름에도 뜨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데요, 준용이가 군대 와서 계속 찬물로 샤워를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이젠 더운 물로 샤워 못할 것 같대요.. 참 잘 됐죠? 남자가 그래야징~ㅋㅋㅋㅋ
준용이가 샤워하는 동안 저는 사온 군것질 거리들을 꺼내놨어요.. 뭐 마트를 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샀나봐요... 준용이는 저 많은 과자 중에 딱 2개만 먹었네요..^^;;
샤워 후 집에서 늘 입던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준용이~!! 5주 동안 살도 많이 빠져서 입대할 때 찼던 손목시계의 구멍이 하나 줄었대요~ 옆모습을 봐도 굉장히 몸매가 슬림해져서 요 상태를 계속 유지했음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근데 샤워하고 나오더니 준용이가 빨리하라는 말을 안 들어서 참 좋대요.. 군대에선 뭐든 빨리 하라고 계속 재촉해서 늘 시간에 쫓긴다고....ㅠ.ㅜ
그리고 준용이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모았던 영화 팜플렛을 입대한 후엔 제가 극장에 영화 보러 갈 때마다 가져왔는데요, 그것도 보고 싶다고 해서 가져갔더니 저렇게 찬찬히 하나 하나 보면서 파일에 넣네요..^^ 이 취미도 벌써 7년이나 됐으니 나중에 다시 보면 참 재밌겠죠? ^^ 준용인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새 영화가 나오면 감독과 배우의 전작이 뭔지 필모그래피를 줄줄 외는데 그 많은 걸 대체 어떻게 기억하는지 모르겠어요~^^;
또 준용이가 입대하기 전까지 쓰던 아이폰 케이스가 찢어지고 낡아서 제가 입대 후 새로 샀는데 보더니 맘에 든다면서 아이폰을 새 케이스에 넣고 전원을 켜더니 "와, 스마트폰이다~!"며 좋아하더라구요~ㅋㅋㅋㅋ
근데 준용이가 편지에도 피자랑 아이스크림이 제일 먹고 싶다고 하더니 역시나 점심에 뭐 먹을래 했더니 무조건 피자라고 해서 2판을 시켜 신나게 먹었네요~^^ 먹으면서 5주 동안 훈련받은 얘기, 동기들 얘기, 얼차려 받은 얘기, 억울했던 얘기, 힘들었던 얘기 등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데 참 잘 견뎌냈구나 싶어 또 대견하고 기특하고...........^^
그리고 점심을 다 먹은 후엔 오랜만에 아빠 팔이랑 손도 주물러 드렸는데, 생활관에서도 아이들 안마를 해줬더니 어디서 배웠냐고 왤케 잘 하냐고 놀라더래요~ㅋㅋㅋㅋ 저희 남편은 집에서 준용이만 보면 하는 말이 "준용아~ 이리 와서 아빠 팔 주물러봐~", "준용아~ 이리 와서 아빠 손 주물러봐~"거든요..^^;;
그리고 피자가 어느 정도 소화가 된 후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케이크를 디저트로 먹으려고 꺼냈어요.. 지금은 벽돌 한 장이니까 초도 하나만 꽂고 생일축하 노래를 '수료 축하합니다~"로 바꿔서 불러줬지요~^o^ 아이스크림 먹을 생각에 활짝 웃던 준용이가 촛불을 끌 땐 눈을 감더니 훅~ 불더라구요.. 아마도 전역 때까지 20개월 동안 무사무탈하기를 기도했겠지요? ^^ 그토록 먹고 싶던 아이스크림이니 무섭게 폭풍흡입하더만요~ㅋㅋㅋㅋ
백골 카네이션.... 준용인 수료 후 75사단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 백골 카네이션이 유일한 기념품이 됐네요.. 그래도 선임들의 말씀처럼 "한 번 백골은 영원한 백골!"이니 언제나 백골정신을 잊지 말고, 처음 군대 들어와서 교육을 받은 곳이 이곳이니 뿌리를 잊지 말아야지요~^_^
아빠가 가져온 아이패드에 열중하고 있는 준용이........내 아기......내 이쁜 아기.............
현관에 가지런히 벗어놨던 준용이 군화도 제가 한 번 신어보고 앞모습도 찍어주고...
오후 5시쯤부터 저녁 먹을 준비를 했어요.. 팬션에 냄비가 하나 뿐이어서 파스타 먼저 삶고 전날 집에서 만들어온 미트볼토마토소스랑 같이 넣고 끓여 준용이가 좋아하는 미트볼파스타를 만들었지요..^^
아빠는 일 때문에 오후 3시쯤 먼저 가서 오붓하게 우리 둘이서만 먹었어요.. 저희집은 6년 전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엔 아점으로 파스타를 먹기 때문에 집에서 늘 사용하던 식탁매트와 파스타볼과 커트러리를 가져와 똑같이 상을 차렸어요... 준용이 파스타엔 파마산치즈가루도 가져와서 듬뿍 뿌려주구요~^_^
미리 인편에 수료식날 미트볼파스타 해갈 거라고 말했었는데도 까먹었는지 저녁으로 미트볼파스타 준비해왔다고 하니까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좀 푸짐하게 담아줬는데 갑자기 많이 먹어서 저녁에 귀대해서 배탈이 나지나 않았나 모르겠네요..^^;;
파스타를 먹으며 제가 思子曲으로 불렀던 '봉숭아'도 들려주구요....^^ 에구........저 동영상 찍던 날엔 수료식이 너무너무 먼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애틋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수료식날이 돼서 아들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니............
식사를 마치자마자 제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벌써 군복으로 옷을 다 갈아입은 준용이와 데크로 나가 독사진을 찍는데 이젠 사진 찍을 때도 잘 웃더라구요~ 전에 인편에 제가 항상 얼굴 들고 웃으면서 찍으라고 한 말 때문에 야간행군 휴식시간에도 넘 힘들어서 널부러져 있다가 그렇게 활짝 웃으며 찍은 거래요...ㅠ.ㅜ
그리고 바우네팬션 사장님 부부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나왔어요.. 기념품(?)으로 누룽지뻥튀기도 한 봉씩 챙겨주시더라구요~^_^ 시설도 넘 깨끗하고 주변도 조용해서 참 좋았던 바우네를 앞으로도 쭉~ 애용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2주 심화교육 끝나면 75사로 가니 다시 이곳에 올 일은 없을 것 같아 아쉽네요........
다시 부대에 들어와 강병관으로 가는 길에 생활관에서 제일 친하게 지낸 친구를 만나 같이 사진을 찍었어요.. 아쉽게도 저 친구는 운전병이라 수료식 다음날 바로 야수교로 갔을 테니 이젠 헤어졌겠네요.. 제대하면 생활관에서 친했던 친구 4명이 다시 만나서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던데 과연 그렇게 계속 연결이 될런지............
그리고 강병관 앞에 모여서 대대장님의 수료식 이후의 일정에 대한 안내를 듣던 중에 갑자기 대대장님이 가족들이랑 헤어져서 아쉽냐고 물으시더니 "뒤로 돌아~" 하시고는 부모님들한테 마지막으로 와서 안아주라고 하셔서 얼른 달려가 준용이를 찾아서 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ㅠ.ㅜ 그래도 준용인 눈물을 끝까지 보이지 않아서 제맘도 많이 아프진 않았는데....... 다음날 아침 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수료식 후유증을 앓았네요.... 수료식날 준용이랑 팬션에서 우리 식구끼리 오붓하게 8시간을 같이 보냈더니 거기에 아이만 남겨놓고 온 기분이 꼭 다시 애를 입대시킨 기분이 들어서 더 보고 싶고, 더 그립고, 더 슬프더라구요...........ㅠ.ㅜ 게다가 앞으로 자대에 가기까지 2주간을 또 전화도 면회도 못한다니 다시 답답한 시간이 될 테고... 하지만 2주만 참고 자대에 가면 전화통화도 자주 할 수 있고, 면박도 가능하고 신병위로휴가도 나온다니 힘들어도 꾹 참아야지요.. 그동안 마음 졸이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어리바리한 훈련병이 아니라 구릿빛의 명품백골용사가 됐으니 저도 걱정 많이 안 해도 될 것 같아요..그쵸? ^^ 근데 소태파운드케이크 사건이랑 아들은 낮잠을 안 잤는데 저랑 남편만 잤던 얘기는 생략했네요..-_- 아들은 전날 불침번이 아니라 푹 잤지만 저랑 남편은 2,3시간밖에 못 잤거든요...쩝~ 이상으로 수료식날의 추억을 떠올려봤습니당.. 다른 알동기맘빠님들도 다들 그날 행복한 시간 보내셨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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