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엔 지인과 술을 마시려고 족발 전문점에 갔다. 2만 원짜리 돼지족발에 소주 세 병, 그리고 사이다 한 병을 먹고 3만 원의 셈을 치렀다. 그러나 2만 원짜리 족발은 기실 먹을 게 별로 없었다. 이는 고물가의 영향 탓에 그 양이 현저하게 준(감소) 때문이었다. 그렇긴 하더라도 지인과 나는 자기합리화와 어떤 안도감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구제역 파동으로 말미암아 요즘 순대는 속이 없고(비었고) 내장탕에도 내장이 없다지요? 그에 반해 우리가 오늘 먹은 족발은 그나마 물량이 여유가 되는가 보네요. 그러니 가격은 논하지 않는 게 상책이자 당연지사겠지요.” 어제 지인과 통음을 한 건 설날 전부터 예약을 했던 터였기에 솔직히 큰맘을 먹고서 간 터였다.
왜냐면 나는 요즘의 ‘서민답게’ 매일의 식단이 고작 콩나물과 라면만 먹어야 하는 때문이다. 주지하듯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 파동, 아니 구제역 비극의 지리멸렬 (支離滅裂) 확산과 그 파장의 종작없음은 숱한 사람들을 비탄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단초가 되었고, 또한 지금도 역시나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작금의 구제역 비극은 사실상 인재(人災)에 다름 아닌, 평소의 구제역 대비태세 미비에서 기인한 것이란 추측이 쉬 성립된다.
예컨대 소와 돼지 등의 가축을 상대로 한 사료 차와 분뇨 수거차량들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동안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전국을 무대로 종횡무진(縱橫無盡)케 하는 바람에 더욱 확산일로를 내달았다는 것이다. 즉 외국의 축산 청정국가처럼 지역별로 이같은 시스템을 철저히 ‘묶는’ 작업만 완비되었더라도 구제역 파동은 진즉에 봉쇄되었을 거란 주장이다.
주지하듯 요즘 서민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구 널뛰기를 하는 고물가 탓으로 말미암아 장에 가기조차 무섭다! 서민의 대표 음식이라던 돼지고기 삼겹살은 이미 600그램 한 근에 무려(!) 2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개뿔’(이는 욕이 아니라 버젓이 우리말이기에 사족이나마 구태여 첨언한다 = 별 볼 일 없이 하찮은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속되게 이르는 말) 농약을 듬뿍 쳤을 게 뻔한 거개의 농산물 역시도 천정부지의 가격에 놀라기 십상이다.
고로 요즘 서민들은 그나마 가격 폭등에서 비교적 잠잠한 콩나물과 라면만 먹여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이같은 식료품 가격 폭등에 더하여 기름값과 전셋값 또한 그야말로 ‘누가 누가 잘 하나’의 인상 경쟁에서 질 수 없다는 듯 이를 갈고 있는 게 저간의 상황이다. 이러함에도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이같은 서민 경제의 ‘아수라장’을 여전히 수수방관하는 듯한 모양새여서 더욱 분통이 터진다.
아울러 마치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을 달라!”고 소리치던 농민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듯 마치 이방인(異邦人)에도 다름 아닌 듯한 행보를 보여 더욱 유감이다. 소는 달아났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것도 아주 튼튼하고 철저하게! 구제역에서 비롯된 식료품의 고물가와 기름값과 전셋값 파동 역시 정치인들이 솔선수범 타개(打開)해야 할 영역 아닐까?!
첫댓글 서민의 알뜰한 삶의 정이 깃든
콩나물과 라면이란
음식에 시류를 은유한 글이
잔잔한 감동입니다.
늘 삶을 아우르는 글 주시길...
사실 따지고보면 먹을거 하나도 없더라구요
우리가 먹고 있는 쌀마저 농약성분이 있다죠
콩나물도 빨리 자라라고 약준다데요
시장가면 발암물질 가득한 중국산들이 판치고...
신토불이는 다 어디로 간것인지
저 잘난 정치인들만 비싼 돈으로 사먹는 것인지...
실제 강남쪽엔 갈비탕이 20만원짜리가 있다더라구요
뭐 스끼다시가 좀 나오겠죠
그래도 너무 비싼것 같다는...^^
서민들은 허리끈 졸라매면서 사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더이상 그 어떤것도 개혁하지 않으려하고
욕망과 명예만 집착하는게 현실이지요
참으로 가슴아픈 한국입니다
고물가에 정말이지 먹을 게 없어 고민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