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하면 합천에 있는 국립공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1972년이니 벌써 45년이나 국가에서 관리하며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합천의 가야산이 그 이름을 독차지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예산군 덕산면과 서산의 운산 경계에 있는 가야산도 어엿이 충남도립공원에 이름을 올려 관리 받는 입장이다. 얘긴즉 지명도는 전국구로는 좀 뒤지지만 내용으로는 빠지지않는 나름의 비경이 있다는 뜻이다.
일단 가야산으로 네비를 치면 검색이 안된다. 팁을 주자면 남연군묘가 빠르다. 명색이 도립공원인데 네비에 이름도 못 올린 공무원들은 분발을 촉구한다. 하지만 칭찬거리도 있다. 이정표 하나는 똑부러지게 잘 해놨다. 정말 친절한 이정표덕에 처음 간 곳 치곤 방황하지않고 당황하지도 않았다. 올초 장수의 운장산에서 혼자 등산간 40대 여성의 실종이 있었는데 이정표의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들었다. 여기는 거의 삼백여미터의 간격으로 이정표를 세우고 능선에서 다음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병기해 스스로의 체력과 시간상황에 맞게 산을 즐기게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상가리 주차장에 주차하고 들머리는 남연군 묘의 오른쪽으로 시작해서 옥양봉을 거쳐 석문봉을 경유 최종목적지인 가야봉을 딛고 하산하는 환상형코스로 오늘 코스를 선정했다.
남연군의 묘는 국사시간에 들은 기억이 난다. 독일인 오페르트의 도굴사건으로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더욱 강화시키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이다. 어차피 순회형 코스라 내려와서 구경하기로하고 오름을 서둘렀다.
1994년도에 등산로를 닦아 기념비를 세웠다. 곳곳에 도립공원을 알리는 작은 표지목을 세워 자꾸 가꿈의 흔적을 보여준다. 백제시대의 서산 마애삼존불을 볼 수 있는 곳도 채 2킬로미터 안되는 곳에 있다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옥양봉은 좌측으로 오른다. 여기부터는 길이 나눠지더라도 이정표가 정말 친절하다.
옥양봉의 초입은 솔숲이다. 오솔길 양 옆으로 적송이 꽤 우거졌다. 피톤치드에 취할 듯하다 ㅎ 가파르지도 돌부리가 삐죽거리지도 않은 평이하고 순탄한 길이다. 주차장에서 옥양봉까지는 한시간 십분이 걸린다고 표지판엔 되어있다. 간간이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오른쪽 갈림길엔 암자가 있다. 산 꼭대기엔 눈이 어떨까가 염려스러워 내려오는 이에게 물었더니 능선은 아직 눈이 꽤 있나 보다. 아이젠이 도움이 될거라는 말을 들려준다. 조금 더 오르는데 아래에서 네 분이 따라온다. 맘이 조금 놓이는데 계속 사람들 소리가 나서 봤더니 김해에서 산악회로 여길 왔다. 멀리서 여기까지 이 시간에 오려면 7시에는 출발해야할텐데 그리고 집에서 준비해서 나오려면 새벽을 몽땅 바꿨을텐데 이 곳의 기대와. 모쪼록 아름다운 곳만 보시고 즐겁게만 지내다 복귀하시길.....
칠부능선쯤에 '쉬흔길 바위'가 있다. 바위에 올라 건너편 조망을 보는데 오늘은 완전 꽝이다. 산아래 상가리 저수지도 흐릿하다. 가야봉의 중계탑도 대충 거기려니 싶다. 사진도 전망사진 위주로 찍는데 꽃이든 눈이든 나무든 상고대든 앵글을 가까이 들이밀어 화상을 잡는 것보다 머~~언 조망사진이 산에서만 누릴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하고 그 산의 특징이라 생각하는데 오늘은 영 글렀다.
옥양봉 정상은 까탈부리지않고 유연하게 허락해준다. 건너편 석문봉과 좌측으로 가야봉의 능선이 우리가 갈 길인데 목적지가 육안으로 보이니 불안하거나 두렵지가 않아 좋다. 가늠이 되니 그러리라. 621m. 엊그제 연이어 따듯한 날씨를 믿고 아이젠을 안챙겼으면 큰일날 뻔했다. 산에서는 제일의 덕목이 안전이더라. 이 좋은 걸 계속하려면 철저히 안전을 따져야한다. 눈이 조금만 있어도 아이젠은 필수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항상 배낭에 담고 다녀야한다.
석문봉까지는 여기서 사십분이 걸린다. 오르내림도 크지 얺은 산정의 능선만큼 기분 좋은 길은 없다. 부드러운 밟힘의 흙길로 눈 속에 그려진 발자욱 길그림은 순례자길처럼 깊이를 느끼게했다.
마주오던 어르신이 물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에서 이 쪽 하산길은 미끄럽지 않더냐고. 우린 옥양봉에서 오는 길이라 모르겠다 했는데 뻔히 우리가 오던 길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그걸 물었던 의문의 이해는 한 시간 후의 우리 상황의 데쟈뷰였다. 가야산은 능선에서 여건에 맞춰 중간에 내려 갈수 있는 길이 많아서 좋긴한데 도저히 중도에 내려 갈 수 없게 더 화려한 경치를 보여줘 끝까지 봐야 나올 수 있는 재미난 영화와 같다고 할까 중간에 새기가 쉽지 않다.
석문봉으로 가는 도중 왼편의 덕산면쪽 상가리방향도 뿌연 흐림으로 제대로 볼 수 없고 오른편 운산면쪽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가야봉의 중계탑만 산위의 등대마냥 길을 인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