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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어머니!
탤런트 김혜자 할머니의 육아 메시지 | |
전원일기’에서 보여준 넉넉한 어머니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 김혜자 씨. 손자 넷을 둔 할머니이기에 앞서, 전 세계의 굶주린 아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그녀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어머니’로 남고 싶어 한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많이 줘도 모자란 게 사랑이라는 김혜자 할머니가 젊은 엄마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
 | 만년 소녀처럼 앳된 미소가 눈부신 탤런트 김혜자. 앳된 미소만큼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그녀, 12년 동안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를 찾아가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아이들이 흘린 눈물만큼이나 참 많이 울었다는 그녀. 아니나 다를까. 동남아, 인도 일대에서 발생한 해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펑펑 눈물을 쏟았다. 정 많고 마음 여린 그녀에게 환한 웃음을 주는 존재는 바로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네 명의 손자들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딸 고은 씨가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지원이와 성준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외손자가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딸의 집으로 달려간다. “제가 집에 가면요. 성준이 요 녀석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가 세 번씩이나 덤블링을 하면서 달려와 품에 폭 안겨요.” 손자 이야기를 할 때면 목소리가 한 옥타브 더 올라가는 그녀를, 한 해가 저무는 지난해 12월 31일 만났다.
너는 내 보물이야…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하세요
예쁘다, 사랑스럽다, 잘 한다, 멋있다… 두 아이를 키울 때도 그랬지만 손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애정표현을 하는 편이에요. 아이에게 엄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요. 이것은 간섭이나 참견과는 또 다른 거예요. 아이들에게는 표현을 많이 해줘야 해요. 그 중에서도 ‘너는 엄마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라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자신이라는 것을 항상 인식시켜야 하거든요. 아이를 기르는 방식은 성격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엄마의 본질은 다 똑같잖아요. 자식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건 엄마뿐이니까요.
그런 소중한 자식에게 그 마음을 전해주라는 거예요. 그것은 엄마를 위한 게 아니라 아이를 위한 거예요. 젖을 먹이면서 끊임없이 ‘너는 내 보물이야’ 라고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돼요. ‘나는 정말 행복하구나’, ‘나는 정말 사랑을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 자신감과 자존심을 가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사랑을 전해줄 수 있답니다. 엄마가 수다쟁이가 되어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표현하세요. ‘너는 엄마의 보물이야, 사랑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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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라요
옛 어른들 말씀 하나 그른 게 없어요. 자식보다 손자가 더 예뻐보인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더라니까요. 손자들에게는 사랑 표현도 더 자주 하게 되고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싶어져요.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꼭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할머니는 책임감 없이 사랑만 주면 되거든요. 그냥 안아주거나 맛있는 거 사주기만 해도 되거든요. 아이가 아프면 엄마 아빠는 밤새 아이를 돌봐야 하지만 할머니는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어요. 엄마 아빠는 할머니와 달리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존재이다 보니 온전히 사랑만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22살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어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일찍 결혼한 편이죠. 아이를 낳기 전에는 어떻게 안아줘야 하는 건지 걱정했지만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반해버렸어요. 조그맣고 보송보송한 얼굴, 쌍꺼풀 없는 눈이 어찌나 귀여운지 그 눈에 얼마나 뽀뽀를 했는지 몰라요. 아이 목욕을 시키는 것은 아기 크기만한 인형으로 많이 연습했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었어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잘 키운다는 칭찬도 받았어요. 하루 종일 아이를 들여다보며 살며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죠.
연기는 첫째가 네다섯 살이 되고 나서부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연기를 시작한 후부터는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어요.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아이를 사랑해주는 것은 잘 할 수 있지만,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은 없었어요. 다행히 딸과 아들 모두 잘 자라주었지만요. 요즘 딸이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저보다는 더 아이를 잘 키우는 것 같아요. 잘 키운다는 것은 아이를 믿어주는 거예요. 억지로 시키지 않고 기다려주는 거죠. 자연처럼요. 아이들은 믿어주는 대로 자라거든요. 간섭한다고 해서, 억지로 시킨다고 해서 잘 자라는 것은 아니에요. 이번에 동남아 일대에 일어난 해일을 보면서 인간이 할 일은 겸손하게 지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류시화 시인의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야지/ 풀잎만큼의 높이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라는 시가 떠오르더라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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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밥 싸서 개울가로 놀러 가 자연을 호흡하게 해 주세요
내친김에 딸 자랑 좀 더 할까 봐요. 우리 딸은 결혼하고 줄곧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작년에 들어왔어요. 남편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흔히 말하는 강남에서 살지 않고 대학 근처인 봉천동에서 살겠다고 하더라고요. 큰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가봤는데 산중턱에 학교가 있더라고요. 공기도 좋고 산 자체가 놀이터이다 보니 아이들이 놀 곳이 많았어요.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서인지 아이들의 표정이 밝고 건강했어요. 이 동네 아이들은 비록 돈이 없어 가난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진정한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프리카,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를 다닐 때에도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맑은 영혼의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았어요.
젊은 엄마들은 보통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들을 놀게 하지 않고 몇 군데 학원에 보내면서 극성스럽게 행동하는 거죠. 아이를 진정한 부자로 만드는 길은 자연에서 뛰어놀면서 정서를 풍부하게 만드는 거예요.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여의치 않으면 항상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하세요. 그러면 분명 부드럽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로 자랄 거예요. 요즘에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밖에서 노는 아이를 볼 수가 없어요. 전부 빌딩 숲에서 과외를 시키고 패스트푸드를 먹이며 여유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고작해야 실내에 있는 놀이터에 가서 정해진 놀이를 하는 것 밖에 없잖아요. 아이들은 집 안에서만 지내면서 바깥 공기를 맡지 못하면 금방 답답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아요.
아이와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는 것보다 김밥 싸고 개울가에서 미꾸라지 잡으며 놀게 하는 게 백 배, 천 배 훨씬 좋아요. 이게 진짜 아이를 위한 길이에요. 날이 따뜻하고 햇볕이 좋은 날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해주세요. 날씨가 추우면 햇빛이 쨍쨍 비칠 때 따뜻하게 입혀서 데리고 나가면 되잖아요. 한창 쑥쑥 자라는 아이들은 햇빛과 공기를 많이 접하게 해야 해요. 서울 근교만 가더라도 자연 속에서 아이와 놀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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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기자 : 김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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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자 : 김세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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